들어 거침없이 상승하던 증시가 최근 들어 갑작스럽게 대두된 새로운 세 가지 악재의 ‘덫’에 걸리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 신 3대 악재란 물가와 통화가치, 금리가 동반 상승해 증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월 말 이후 약 한 달간 대내외 증시에 영향을 줬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일본의 엔 캐리 자금 청산 우려, 중국의 긴축 정책 등 이른바 글로벌 3대 악재에 대비되는 용어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신 3대 악재는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북반구 지역이 비수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이 고공 행진을 지속함에 따라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상 기온으로 농산물 가격도 심상치 않다. 수요 측면에서도 인플레 압력이 여전하다. 올 들어 세계 경제 성장률이 4.9%로 둔화되고 있지만 잠재성장률인 4.5%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실제성장률에서 잠재성장률을 뺀 인플레 갭이 0.4%포인트에 달한다.이 상황에서 세계 경기가 1분기를 저점으로 회복되고 있어 잠재돼 있던 인플레 압력이 언제든지 가시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같은 공급 측면에서의 인플레 압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보다는 통화가치 절상을 통해 수입 물가를 안정시키거나 생산성 증대와 같은 정책 수단이 더 적합하다. 대부분 국가들이 이 상황에 처하면 일단 통화가치 절상을 우선적으로 유도해 국민들의 체감 경기와 직결된 인플레를 안정시킨다. 만약 이 상황에서 수출업체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외환 시장에 개입하면 시중 통화량은 늘어난다. 가뜩이나 전 세계적으로 과잉 유동성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환율 안정을 위해 풀린 통화를 흡수(sterilization policy)하기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시장금리는 올라간다.이 때문에 정책 당국도 인플레를 안정시키자니 통화가치가 절상되고,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면 시장금리가 올라가고, 시장금리를 안정시키려면 인플레가 불안해지는 트릴레마(Trilemma) 국면에 빠지게 되는 것이 신 3대 악재가 지닌 본질적인 어려움이다. 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중앙은행의 설립 목적인 인플레 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둘 경우 수출업체와 빚이 많은 개인들은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신 3대 악재의 단초가 되고 있는 인플레 우려는 주로 공급 측 요인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올리더라도 인플레를 안정시키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이른바 정책 원인과 수단 간의 불일치(mismatch) 때문에 인플레를 안정시키기 위해 효과가 적은 금리를 더 올리게 되면 정책 비용은 체증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증시는 인플레 우려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금리는 올라가고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통화가치가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주식 투자에 따른 피로도 지수(stress index)도 높아진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최근처럼 주식 투자에 따른 피로도 지수가 높아질 때 투자자들은 증시가 붕괴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제러미 시겔이 권유하는 방식대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한다. 시겔형 전략이란 그때그때의 경기와 증시 상황에 따른 인기주, 주도주와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말한다. 지수 연동 상품을 토대로 보다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시겔이 강조하는 ‘DIV’ 지침대로 주식을 보유해 포트폴리오를 보완해야 한다. 국내 증시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진 DIV 지침이란 배당(Dividend)과 국제화(International), 가치평가(Valuation)의 첫 글자를 딴 주식 선택 전략을 말한다. 특히 제러미 시겔, 워런 버핏 등 세계적인 주식 부자들이 가치 평가를 강조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약 뒤늦게 증시에 뛰어든 일부 우리 투자자들처럼 성급한 마음에 인기주와 주도주 위주로 주식을 추격 매입하다간 ‘성장의 함정(growth trap)’에 빠져 실제로 수익을 내지 못한다. 포트폴리오를 짜고 나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루비콘 기질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부자(Super Rich)일수록 돈을 벌 수 있는 확실한 투자 수단을 선택하면 루비콘 강을 건너듯 어떤 위험이 닥친다 하더라도 초지일관 밀어붙인다는 점을 투자자들은 가슴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한상춘 한국경제신문 전문·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