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주식…하나투어

행 업계의 삼성전자’ ‘대한민국 대표 여행사’ ‘여행 업종 절대강자’ ‘국내 여행 업계의 유일한 글로벌 플레이어’. 하나투어에 붙는 수식어들이다. 지난 1993년 설립돼 역사는 짧지만 하나투어가 국내 여행 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절대적이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여행 업계 1위에 오른 이후 한 번도 1등을 내준 적이 없다. 오히려 해가 갈수록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점유율에서 2위 업체를 두 배 이상 격차로 따돌릴 정도다.주가도 이에 부응해 눈부신 성과를 냈다. 지난 2000년 11월 상장 당시 5000원대이던 주가는 2007년 6월 중순 현재 8만 원대까지 치솟았다.7년 반 동안 무려 16배나 오른 것이다. 덕분에 하나투어 우리사주를 보유한 임직원들 상당수가 대박을 터뜨렸다. 주식을 오랫동안 팔지 않고 버텨온 일반 장기 투자자들도 커다란 수익을 누리고 있다. 앞으로도 하나투어의 독점력과 주식으로서의 매력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면서 주가도 꾸준히 상승 흐름을 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더구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 달러 시대 진입과 세계적인 항공 자유화 등을 배경으로 여행 산업은 고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증시에서도 여행주는 교육주 엔터테인먼트주 등과 함께 최고 성장주 중 하나로 주목 받고 있다.손윤경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 지배력 △고객의 높은 충성도 △업계 최고 영업이익률 △높은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업종 내 최고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에서 하나투어는 장기 투자 대안으로 손색이 없는 주식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EPS 증가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이익의 성장성이 높다는 뜻이고 ROE가 최고라는 것은 주주로서 누릴 수 있는 이득이 가장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ROE는 투입 자본 대비 산출을 나타내는 효율성 지표로 주주 가치의 척도가 된다.우선 하나투어의 주가 흐름부터 살펴보자. 하나투어가 증시에 상장한 시기는 우연히도 전 세계적으로 정보기술(IT) 버블이 절정기로 치닫던 2000년 말이었다. 다시 말해 타이밍은 그리 좋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상장 후 반짝 상승하던 주가는 시장이 곤두박질치면서 이내 하락세로 돌아서 역사적 저점인 주당 2000원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당시는 하나투어의 실적이 한창 탄력을 받고 있었던 시기였다. 이를 반영해 주가는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다시 반등세로 돌아섰다.특이한 점은 하나투어 주가가 2002년부터 최근까지 그야말로 계단식 상승 흐름을 보여 왔다는 것이다. 장기 상승 추세가 살아 있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2001년까지 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하나투어 주가는 2002년 들어 1만 원대로 진입한 후 2004년까지 3년간 1만∼2만 원 사이의 박스권을 오갔다. 그러다 2005년 들어 2만 원대 벽을 돌파한 후 그 해 연말에 4만8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잠깐 숨고르기를 거친 후 또 한번 강한 상승세를 타 지금의 8만 원대까지 치솟았다.흥미로운 점은 이 같은 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주가 지표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률(PER)은 해마다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PER는 주당 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 PER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하나투어의 PER는 2005년 32.9배 수준에서 2006년에는 24.2배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19.2배(연간 실적 전망치 기준)로 다시 하락했다. 2008년에는 14.9배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가 오르는데 PER가 낮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주가 상승 속도보다 이익의 증가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결론적으로 하나투어 주가는 상장 당시 주당 5000원짜리가 지금은 8만 원까지 치솟았고 일부에선 너무 비싼 가격까지 왔다는 지적도 있지만 밸류에이션으로 따져보면 여전히 주가는 저평가 영역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저평가가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평가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하나투어의 펀더멘털을 분석해 봐도 가치는 매우 우수하다. 무엇보다 하나투어는 국내에서 확고한 1등 여행사다. 패키지 여행 시장점유율은 13.4%로 2위인 모두투어(6.2%)를 두 배 이상 앞서고 있다. 여행 전문기관이 조사한 브랜드 인지도에서도 49.2%로 압도적이다. 한 번 이용한 고객 중 재구매 의향이 있는 비율도 가장 높다. 간단히 말해 우리나라 성인 5명 중 최소 한 명꼴로 하나투어가 개발한 여행 상품이나 비행기 티켓 구매 서비스를 받은 경험이 있을 정도로 여행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대단하다.이 같은 하나투어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후발 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규모의 경제를 갖췄기 때문”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갖춘 만큼 비용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앞서 있다”고 설명했다.차별화된 경영 방식도 하나투어의 경쟁력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컨대 하나투어가 외환위기를 계기로 업계 1위 자리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여행업은 사람이 최고 자산’이라는 회사 경영진의 철학이 상당히 기여했다는 평가다. 여행업은 대표적으로 경기 사이클을 타는 산업인데 과거 국내 여행 업계 관행을 보면 어려움이 닥칠 때면 이를 탈출하기 위한 가장 대증적인 요법이 바로 인력 감축이었다. 그러나 하나투어는 과거 10년간 단 한 명의 직원도 자르지 않았다.오히려 업계에선 가장 처음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 대다수 임직원이 주주인 데다 실적에 비례한 철저한 보상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이런 까닭에 임직원이 1200명에 달하는 하나투어에는 노조가 없다. 결과적으로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에 충성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문화가 하나투어의 오늘을 만든 셈이다.현재 하나투어 임직원의 보유 주식은 전체 발행 주식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적으로 보면 회사 임직원이 주식을 많이 가진 기업 치고 주가가 엉망이거나 경영이 부실한 기업은 드물다. 임직원 스스로가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해 발로 뛰면서 실적이 좋아지고 결과적으로 주가도 오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실제 하나투어의 실적을 보면 눈부신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2000년 상장 이후 매년 30~4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올해는 전년의 1663억 원보다 30%가량 늘어난 2239억 원의 매출로 여행 업체 중 처음으로 외형 2000억 원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병국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최고의 여행업 브랜드 구축을 통해 하나투어의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확대돼 올해 말에는 패키지 여행객 기준으로 점유율이 16%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2008년까지 하나투어의 EPS 증가율은 33~3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하나투어는 2010년에는 매출 4000억 원, 경상이익 600억 원으로 세계 10대 여행사로 발돋움하겠다는 내부 목표를 세워 놓은 상태다. 전문가들은 여행 산업이 장기 고성장 추세를 지속할 경우 최고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하나투어가 입을 수혜 폭이 가장 클 것이란 점을 들어 이 같은 목표는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실제 국내 여행업계는 △1인당 GDP 2만 달러 시대 진입 △중국과의 항공 자유화 △주5일 근무제 확대에 따른 여행 수요 증가 △미국 등 주요국과의 무비자 협정 논의 등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한익희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연평균 출국자 증가율이 10.9%를 유지하며 적어도 2011년까지는 고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손윤경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도 “연간 관광 목적의 출국자 수가 지난해 678만 명에서 2010년에는 1240만 명으로 2배가량 증가할 것”이라며 “여행 업계는 연평균 16.3%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장기적으로 총 인구 대비 출국자 수는 60%까지도 가능할 것”이라며 “여행 산업은 향후 몇 년간은 대표적인 고성장 산업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전문가들은 여행 산업이 커질수록 소수의 독점력을 갖춘 지배 사업자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내 여행 업체는 현재 1만 개가 넘을 정도로 난립하고 있지만 하나투어 모두투어 롯데관광 자유투어 등 상위 ‘빅4’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최용호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도 이 같은 독점력은 더욱 강화되고 여행 업계 고성장에 따른 투자 메리트 역시 하나투어 등 선두 업체에 몰릴 것”이라며 “무엇보다 선두 업체는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어 여행 업체의 수익성에 직결되는 항공 요금에 대한 가격 교섭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최 애널리스트는 “특히 선두 업체들 가운데서도 규모의 경제와 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는 하나투어의 영향력은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물론 일부에서는 여행 산업의 조기 포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 수준이 우리와 비슷한 대만의 경우 지난해 인구 대비 출국자 수가 36%인데 비해 우리는 이제 겨우 19%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경제 규모와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최소한 40% 대까지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하나투어는 작년 말 런던 증시에도 상장됐다. 이를 계기로 글로벌 업체로서의 이미지가 더해지며 외국인 장기 투자자들로부터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실제 작년 11월 런던 증시 상장 당시 30%대 후반이던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44%대까지 높아진 상태다. 배성효 하나투어 홍보담당 이사는 “장기 투자 성향의 외국인들은 물론 국내 기관들도 하나투어의 장기 안정적인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는 주가의 안정적인 흐름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정종태 한국경제신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