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빛인베스트먼트 전익균 대표의 투자 ‘내공’

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고점에선 모두가 흥분합니다. 코스피지수 1800 돌파를 계기로 사람들이 서서히 열광에 빠져들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의 가장 큰 힘은 적립식 펀드로 대변되는 장기 자금의 유입이지요. 과거 주가 상승기에는 없던 현상입니다. 따라서 중간 중간에 조정이 찾아오더라도 주가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주식은 한 번 불이 붙으면 갈 데까지 가는 속성이 있습니다. 고점을 예단하면 수익률 제고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반대로 하락을 속단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시장은 예측하는 게 아니라 따라 가야 할 대상입니다. 이런 점에서 단기적인 주가 급등에 흔들리지 말고 내재 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고 현재보다 미래가 좋아지는 기업을 사야 할 때입니다.”투자 컨설팅 업체인 새빛인베스트먼트의 전익균(39) 대표는 비교적 담담하게 증시를 진단하고 나름대로 투자 비법을 공개했다. 그는 웬만해서는 얼굴과 이름을 잘 드러내지 않아 ‘재야의 재야 고수’로 통하는 인물. 투자 경력은 10여 년으로 다른 재야 고수에 비해 짧은 편이다. 하지만 워낙 투자 대상이 다양하고 시황에 맞게 적절한 매매 패턴으로 대응해 ‘재야의 제갈공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론과 실무를 고루 갖춰 시황 판단이 빠르고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그는 한양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증권사(교보증권)와 창투사(삼주창업투자)에서 기업 및 시장 분석 기법을 공부했다. 실제 주식 매매와 인수·합병(M&A)을 통해 실무에서도 녹록하지 않은 ‘내공’을 쌓았다. 1999년 코스닥 바람이 몰아칠 때는 서울이동통신 주식 등의 매매를 통해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종자돈 3000만 원으로 시작해 1년 8개월 만에 이를 수십억 원으로 불린 것. 이때 마련된 ‘실탄’을 활용, 우성식품 M&A에 뛰어들었다. 증권사와 창투사 근무 시절에 얻은 노하우가 큰 힘을 발휘한 것은 당연지사. 그는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려 단번에 M&A 업계의 ‘기린아’로 부상하기도 했다.물론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벤처 붐이 꺼지면서 다른 재야 고수와 마찬가지로 굴곡도 겪었다. 하지만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굳건히 지켜 재야 고수로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최근 들어서는 저평가 우량주와 선물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주식의 경우 상승장에서는 단타 매매는 거의 하지 않는다. 또 대형주보다는 저평가 중소형 우량 저가주를 선호한다. 일정 시세로 내려오면 묻어두고 목표 가격에 도달할 때까지 묻어두는 ‘뚝심’이 돋보인다.하지만 그도 마냥 시간을 기다리지 않는다. 나름대로 매매 원칙이 있다. 수익 실현과 손절매는 ‘기계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또 지금은 소외돼 있지만 조만간 주도주로 부상할 리더를 포착하기 위해 끊임없이 주식시장의 큰 흐름을 본다. 미국과 중국 시장 동향, 외국인과 기관의 대응 전략도 꼼꼼히 살핀다. 시장이 올라가는지 아니면 내려가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사고팔기만 열심히 하면 결코 높은 수익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대세의 판단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런 맥락에서 버티면 오르는 상승장이냐 계속 내려가는 하락장이냐를 판단한다. 판단이 서면 각기 알맞은 투자 기법을 적용한다. 물론 상승장에는 ‘바이앤드홀드(buy & hold)’이고 하락장에서는 단기 낙폭 과대에서 반등할 때마다 텀(Term)을 짧게 가져간다.타이밍도 중요하다. 어느 시점, 어느 가격에서 ‘사자’ ‘팔자’ 주문을 낼지 결정하는 문제다. 손실을 줄이려면 철저한 위험 관리가 기본. 그는 시장을 상승기, 하락기, 횡보기 3단계로 구분한다. 큰 그림을 그리며 구체적인 전술을 짠다. 상승기에는 중장기 투자를, 하락기에는 초단기 매매에 주력한다. 물론 관심 종목도 확연하게 다르다. 이를 바탕으로 종목에 맞는 목표 수익률과 손절매 수준을 정한다. 한번 정한 원칙은 좀처럼 깨지 않는다.그는 저평가 소형 우량주를 선호해 대형 우량주를 좋아하는 기존의 가치 투자자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투자 방식을 보면 전형적인 가치 투자자다. 장기적으로 좋은 투자가 단기적으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먼저 거래량이 작을 때 투자한다. 아무도 주식에 관심을 두지 않을 때 사는 경우가 많다. 거래량이 폭발할 때는 대개 빠져나올 때지 들어갈 때가 아닌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둘째는 주가가 급락했을 때 투자하는 경우가 흔하다.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고 주식을 팔 때는 폭락 전이지 절대 폭락 후가 아니라는 게 그의 지론.셋째 ‘저PER주’에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킨다. ‘저PER주’는 비인기주이지만 여기에 투자해서 이들 주식이 적정 PER가 되었을 때 판다. 넷째, 불황인 업종에 투자한다. 불황을 겪고 있는 주식은 일시적으로 가격 메리트가 높다. 다음 호황 때 팔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널리스트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 애널리스트들조차 무관심한 종목에서 의외로 대박주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그는 “투자에서 성공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상수로 통하는 그도 초기에는 기술적 분석만 하고 단타에 치중해 손실을 보기도 했다. 이후 심기일전해 펀더멘털을 보고 중장기 투자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의 실전 투자 성공 방법은 5가지다. 우선 주식 수가 1200만 주 이하, 시가총액 기준 200억 원 이하의 소규모 업체를 선정한다. 둘째, 이 중 펀더멘털이 위험한 종목은 제외한다. 셋째, 재무제표를 보고 자본잠식이 심각하거나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뺀다. 다만 단기 손실이 난 경우에는 오히려 매수하기 좋을 수도 있다. 넷째, 이미 많이 상승한 종목은 제외하고 충분한 조정 기간을 거친 종목을 선택한다. 다섯째, 주식 수 분포를 봐서 대주주의 주식 비율이 높은 경우엔 제외한다. 이들 모두를 충족하면 매수를 시작한다. 공시 체크, 사업설명서, 매출처 등을 주의 깊게 살핀다.그가 도중에 주식을 내다 팔 때의 매도 원칙도 분명하다. “성장주 투자의 대가인 필립 피셔의 매도 원칙과 유사합니다. 그가 주식을 파는 때는 단 3가지 경우입니다. 첫째, 자신의 실수를 발견했을 때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그 역시 실수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둘째, 투자한 회사가 더 이상 매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할 때입니다. 예를 들어 능력 없는 사람들이 새로 경영을 맡게 됐다거나, 회사 경영이 내외적인 여건 변화에 따라 더 이상 좋지 않게 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셋째, 더 좋은 투자 대상을 발견했는데 신규 자금이 없을 때입니다.”그는 개미들도 상수들처럼 거창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의 원칙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조정 양상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결국 투자자 각각의 몫입니다. 그러나 투자 대가들의 한결 같은 메시지는 시장이 어떻게 변하든 자신만의 분명한 매매 원칙을 세우고, 이를 반드시 지키라는 것입니다.”글 김태철·사진 이승재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