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식 동부증권 부동산금융부문장

지난 4월 30일 울산광역시 산하동 자동차 극장 부지에서 열린 ‘강동 산하지구 해양복합 관광도시’ 착공식. 지역 국회의원과 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히 치러진 이날 행사는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울산시가 국제적인 해양 관광 휴양 도시를 꿈꾸며 지난 10년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프로젝트가 드디어 결실을 봤기 때문이다. ‘강동 산하지구’ 개발 사업은 비단 지역 주민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국내 부동산 개발 금융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순수 민간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통해 단지 조성 자금을 조달하고 토지 소유주에게 ‘체비지’로 땅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관행인 시공사 보증부 PF가 아니라 사업성에 근거한 자금 조달 방식이어서 금융권에서도 깊은 관심을 모았다.울산시가 10년을 끌어 온 사업을 새로운 금융 기법으로 성사시킨 사람이 바로 동부증권 윤기식(41) 이사(부동산금융부문장)다. 윤 이사는 증권가에서는 흔치 않은 은행원 출신이다. 그는 신한은행 부동산 금융부팀장으로 활약하다 2005년 말 동부증권에 영입됐다.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은행 출신들은 보수적이어서 역동적인 증권가에서는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통설을 깨고 대표적인 부동산 금융 전문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이 기간 그는 약 3조 원에 달하는 부동산 PF 실적을 기록했고 다양한 금융 기법을 선보이며 PF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그의 장점은 은행 근무 시절에 익힌 투자 심사원칙을 철저히 고수한다는 점이다. 시공사의 보증에 집착하기보다는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 캐시 플로(Cash Flow)의 정확한 예측 등에 더욱 주목한다. 그래서 사업성만 있으면 신금융 기법으로 이를 실현하는 데는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본격적인 태동기를 맞고 있는 국내 부동산 개발 금융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그를 여의도 동부증권 사무실에서 만나 부동산 PF시장의 동향과 전망 등을 들어봤다.“개발규모만 99만6500㎡에 달합니다. 규모도 규모이지만 민간이 사업성을 근거로 ‘체비지’ 방식으로 PF를 성사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철저히 사업성 분석을 거듭한 덕분입니다. ‘강동 산하지구’에는 4300가구의 고급 빌라, 아파트와 특급 호텔 등 컨벤션 기능을 갖춘 고급 숙박시설이 들어섭니다. 또 자동차 전시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 등 교육 전시 문화 시설을 비롯해 멀티플렉스, 명품 및 패션 아울렛 매장, 관광 레저 쇼핑몰, 아쿠아리움, 돌고래 쇼장 등 다양한 볼거리도 갖춰집니다. 이를 계기로 향후 대규모 개발 사업에 PF 방식이 더욱 활성화될 전망입니다.”“외국계 부동산 개발 업체의 등장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부동산 개발 금융시장의 자극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국계의 적극적이고 세밀한 투자 기법과 한국의 우수한 두뇌가 결합되면 투자 분야, 특히 부동산에 유독 강한 한국이 세계에서 이 분야의 선두 주자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업체의 단지 조성 능력과 인테리어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선진화된 금융 기법이 가미되면 부동산 개발 분야는 수출 효자 종목이 될 수 있습니다.”“사업성을 제대로 판단할 능력만 갖춘다면 우려할 수준이 아닙니다. 실제로 증권사들이 부동산 PF를 처음 시작했을 때 은행들이 무척 긴장했습니다. 증권사들이 빠른 의사 결정을 무기로 은행이 독점하고 있는 PF 시장을 크게 잠식할 것이라는 견해가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당초의 예상은 빗나가고 있습니다. 증권사의 참여로 오히려 파이(시장규모)가 커졌습니다. 또 은행 증권사 저축은행 등 금융사별로 리스크를 판단하는 기준과 PF 참여 구간이 달라 파생상품 개발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앞서 언급했듯이 금융사의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역할 분담이 필요합니다. PF 론(Loan)의 유연성과 PF ABS(PF 자산유동화증권), PF 펀드의 장기 운용 등이 결합된다면 단일 프로젝트에 복수의 금융사가 각자의 선호 대상에 투자하는 새로운 시장을 꾀할 수 있습니다. 즉, 공사비 대출을 포함한 1차 사업비 대출과 2차 장기 담보 대출 또는 리츠(REITs) 등 장기 임대 펀드 등이 결합되면 부동산 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모두가 윈-윈하는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습니다.”“건설사의 보증 부담과 시행사 및 금융사가 부담하게 되는 개발 사업의 초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마련돼야 합니다. 먼저 토지 매입과 인·허가를 연계하는 옵션 거래의 도입입니다. 옵션은 개발업자가 미래의 특정 시기에 특정 가격으로 토지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이되 의무가 없는 계약을 의미합니다. 다만 개발업자는 지주에게 옵션 프리미엄을 지불하면 됩니다. 이런 방식이 도입된다면 개발 사업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또 PFV(Project Financing Vehicle)를 활성화해 사업 투명성과 공신력을 높여야 합니다. 부동산 사업과 펀드에 대한 평가 시스템이 보다 강화돼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장치도 마련돼야 합니다.”“올해와 내년에 풀리는 토지 보상금 규모가 약 40조 원에 달합니다. 이로 인한 시중 유동성 증가와 경기 호조로 인한 산업용 및 상업용 부동산 수요 증가, 대선 후 부동산 정책 변화 가능성 등으로 기존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사업성’에 근거하는 기본에 충실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시장 변화에 순응하면서 나타나는 각종 금융 기법이 가미된다면 향후 부동산 금융시장은 매력적인 투자 시장으로 계속 존재할 겁니다.”“다른 업종에 계신 분들이 늘 묻는 질문입니다. 저는 아주 간단하게 대답합니다. ‘길과 길이 만나는 곳에 관심을 갖고 자주 가보세요.’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땅의 미래 가치를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해당 관공서의 홈페이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국토종합계획, 광역도시계획, 도시기본계획을 참고하면 됩니다. 특히 외곽순환도로와 간선도로가 만나는 곳 등 도로망을 꼼꼼히 살펴보면 유망 지역을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윤기식동부증권 부동산금융부문장(이사)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고려대 경영대학원단국대 박사과정(부동산학)신한은행 기획부신한은행 부동산금융부 팀장글 김태철·사진 이승재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