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 예절이 쉽지 않다고들 말한다. 그래서인지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 중에도 잘못 쓰는 일이 흔하다. 일제 36년의 압제로 우리의 전통이 멸실된 영향도 클 것이다. 한자로 부(父)는 도끼를 들고 있는 모양이고, 혹자는 손(又)에 회초리를 든 형상이라고도 말한다. 아버지는 엄한 모습의 상징이었으나 요즈음 그 권위가 많이 실추되고 호칭마저 실종돼 심지어 시부모 앞에서 며느리가 제 남편을 ‘아빠’라고 칭하는 경우도 있다. 동물의 세계는 어미만 있고 아비가 없다. 인간의 가족제도와 문명의 산물인 아버지의 존재는 그만큼 중요하며 인간만이 향유할 수 있는 가치다. 틀리기 쉬운 호칭 예절에 관해 좀 더 살펴보자.아버지를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맞는가? 아마도 방송 드라마 등에서 대중에게 잘못 전파된 영향도 있겠지만 아버지를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냥 존경의 뜻으로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통질서를 위한 신호등이 있는 것처럼 예절에도 규칙과 범절이 있다. ‘아버님’이란 친부(親父)가 아닐 때의 호칭이며, 시아버지나 타인의 아버지를 부를 때 쓰는 용어다. 어려서는 ‘아빠 엄마’로 부르다가 청소년기부터 ‘아버지’로 부른다. 정겹게 ‘아빠 엄마’라고 표현할 수는 있으나, 사석이 아닌 공석에서는 피하고 ‘아버지’라고 해야 한다. 사위가 장인을 보다 친근하게 부르려면 ‘아버님’일 것이다. 시부모에게 친정 부모를 말할 때는 ‘친정아버지’ 혹은 ‘친정어머니’라고 하면 된다.부모를 윗대의 어른에게 말할 때 ‘아비’ ‘어미’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부모지만 그들에게는 자식이기 때문이다. 외부 사람에게는 ‘아버지’ ‘어머니’로 칭하면 되고, 좀 예스럽게 말하고 싶다면 아버지는 가친(家親), 어머니는 자친(慈親)이라 칭하면 된다. 예의에는 친(親)과 예(禮)가 있는데, 친자는 예(禮)보다 친(親)함이 앞서 그냥 ‘아버지’이고, 혈연이 아닌 인척과 타인은 친함보다 예(禮)를 앞세워 ‘아버님’인 것이다. 며느리와 딸이 동시에 ‘아버님’이라고 부르면 누가 딸이고 누가 며느리인지 분간할 수 없을 것이다. 얼마나 합리적이며 재미있는 구분인가? 며느리가 예외적으로 ‘아버지’로 부르는 경우도 있다. 이는 시부모가 며느리에게 친해졌다는 의미에서 ‘아버지’로 부르도록 명한 때이며 이에 따른다.이처럼 친부모에게 ‘님’자를 붙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정의례준칙의 지방 쓰는 법에 ‘아버님 신위, 어머님 신위’라 한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옛날부터 부모를 문서(文書)에 쓸 때는 ‘님’을 붙였다. 예컨대 편지에 ‘부주전 상서(父主前 上書)’라고 쓰며 이때의 ‘주(主)’는 ‘임금 주’로 ‘님’이란 뜻이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위패에도 ‘고학생 군(考學生 君)’이라 쓰는데 ‘군(君)’은 ‘임금군’으로서 역시 ‘님’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신주 혹은 지방에 ‘아버님’, ‘어머님’이라 쓰거나, 편지에 ‘아버님 보세요’, ‘어머님 읽으세요’라고 쓰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며 정상으로 보면 될 것이다.어느 신혼 주부가 시부모에게 남편의 호칭을 ‘아빠’라고 말하면 좋겠는데 아이가 없어 좀 난처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가 있어도 ‘아빠’라는 표현은 잘못이며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이는 아이에게 남편을 말할 때 쓰는 말이다.보통 ‘아비’라고 하나 ‘사랑’이라는 말도 있다. 이는 거처칭(居處稱)으로 ‘사랑방에 있는 사람’이란 뜻이고, 아내는 ‘제댁’이며 ‘저의 집사람’이란 뜻의 멋스러운 표현이다. 우리의 호칭법은 매우 합리적이지 않은가? 바야흐로 세계가 우리의 것을 알려는 한류 열풍이 일고 있다. 우리가 우리 것을 모르면 한국인의 기상도 한류도 없을 것이다.하중호칼럼니스트한국투자자문 대표 역임성균관 유도회 중앙위원(현)www.cyworld.com/ke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