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 최고 갑부 중 한 명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사는 집은 어떤 곳일까. 바로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호수 동쪽 호반에 자리 잡고 있는 ‘수변 주택’이다. 추정 가격이 1억~1억5000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호화롭다. 침실 7개, 식당 6개를 포함해 도서관 수영장 극장 회의실 체육관 등을 갖추고 있다.수변 주택이니만큼 요트를 정박할 수 있는 ‘보트하우스’도 마련돼 있다. 그동안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던 ‘게이츠 하우스’는 최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방문하면서 외부에 공개됐다. 시애틀은 미국에서도 비가 많이 오는 대표적 지역이지만 여름에 선선하고 겨울에 따뜻해 부호들이 별장을 많이 짓는다.‘고급 주택과 요트.’ 스테이크와 레드와인처럼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휴일마다 집 앞에서 요트를 타고 강바람을 가로지르는 쾌감은 수변 주택 거주자들의 특권이다.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고급 수변 주택이 앞으로 많이 선보일 전망이다. 특히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는 국민들의 취미 생활이 ‘골프’에서 ‘요트’로 옮겨간다는 게 정설이다. 국내 상당수 건설 업체들도 수변 주택을 선호하는 계층이 늘어날 것에 대비, 사업 계획을 짜고 있다.우리나라 수변 주택의 효시는 르메이에르건설이 경기도 가평군에 지은 ‘청평 수상스포츠빌리지’다. 작년 말 완공됐으며, 전체 48가구 중 3가구가 현재 거주하고 있다. 분양자 중 상당수는 이곳을 ‘별장(세컨드하우스)’으로 이용하고 있을 것이란 게 회사 측의 추측이다. 청평 수상스포츠빌리지는 아름다운 청정 자연이 둘러싸고 있는 청평 호반에 자리 잡고 있으며 51~54평형의 타운하우스 형태로 건축됐다. 서울 강남에서 차로 1시간 거리로, 서울 접근성이 좋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재작년 첫 공급 당시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두 배가 넘는 평당 2000만~2200만 원에 달했지만, 수개월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콘도미니엄이 아닌 주택이니만큼 청소 서비스 등은 제공되지 않는다. 분양자가 일반 주택과 똑같이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다. 보유세·양도세 등도 일반 주택에 준해 부과된다. 청평 수상스포츠빌리지 안으로 들어가려면 까다로운 출입 관리 절차를 거쳐 거대한 문을 통과해야 한다. 내부에는 25m짜리 레인 4개를 갖춘 실외 수영장도 갖춰져 있다. 여름에만 개방된다. 4층 규모의 타운하우스인데, 각 동마다 엘리베이터 시설 등이 잘 설치돼 있다. 거실에 들어서면 최고급 홈바와 발코니, 갤러리풍 아트월 등이 돋보인다. 욕실에선 현대적인 월풀 욕조에 누워 TV를 볼 수 있다.집 앞에서 낚시도 할 수 있지만, 현행법상 물을 오염시킬 수 있는 미끼를 끼워서는 안 된다. 낚시는 배를 탄 후에만 가능하다.청평 수상스포츠빌리지는 고급 주택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호화롭지는 않다. 회사 측도 ‘중산층 이상’이 주 타깃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르메이에르건설은 요트장과 레스토랑을 직접 운영한다. 주민 편의와 수익성 모두를 고려한 결정이다. 레스토랑에선 바닷가재 등을 팔고 있다.가장 중요한 요트 시설의 경우 현재 고급형 요트 5대, 파워보트 6대, 수상 오토바이 6대 등을 갖춰놓고 있다. 이 시설은 입주민과 르메이에르 스포츠센터 회원들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입주민이라도 이용할 때마다 별도 이용료를 내야 하는 방식이다. 입주민이 자신의 요트를 이용해도 된다. 문제는 요트 정박 시설이 부족하다는 점. 자신의 요트를 집 근처에 묶어두기 위해선 따로 보관료를 내고 맡겨야 한다. 현재 가평·양평 지역에 90여 곳의 요트 정박 시설이 있는데, 군청이 정박 시설의 추가 설치를 막고 있다. 관광객들을 위해 상업 요트를 운영하고 있는 소규모 업체들이 정박 시설 추가 허용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회사 측은 요트 등 수상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이나 공기 좋은 곳에서 부모 등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여유 계층이 많이 분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지구에선 2009년께 수변 주택이 공급된다. 영종도 동쪽 해안을 따라 그림 같은 저층 단독주택 200여 가구가 일반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분양된다. 토지공사가 공급 주체이며, 필지당 최소 200평 이상 될 전망이다. 실 건평이 70~80평가량 되는 고급형 주택들이 나오는 셈이다. 토공에서 땅을 분양받아 각자 원하는 디자인의 주택을 설계하면 된다. 다만 전체 주택의 통일성을 위해 층수 규제나 용적률, 건폐율 등의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한다.이곳에선 추후 건설 예정인 제3연륙교를 바라볼 수 있으며, 삼성건설이 짓고 있는 인천대교를 멀리 조망할 수 있다. 집 앞 정박 시설에서 요트를 타고 호수가 아닌 ‘바다’로 나갈 수 있는 게 최대 매력이다. 국제 물류·관광도시로 떠오르고 있는 영종도에서 가장 입지가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서해안에서는 기업 도시가 조성되고 있는 충남 태안에서 수변 주택이 다수 나올 것으로 보인다. 태안 기업 도시는 프랑스 랑독·루시앙 지역의 그랑모트나 미국 올랜도의 디즈니월드와 같은 세계적인 관광 인프라를 갖춘 복합형 관광 레저 도시로 탈바꿈하는 곳이다.여기에는 호텔·콘도 등 관광객들을 위한 숙박 시설 외에 6000여 가구의 주택 단지가 별도로 조성된다. 특히 기업 도시 내 인공 수로와 부남호 주변 등에 수변 주택 450가구가 선보인다. 요트를 타고 바다까지 나갈 수 있다.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되며 수입 마감재 등을 사용해 고급 수요층을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요트를 즐길 수 없는 사람들도 수변 주택 주변을 산책로 등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태안 기업 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현대건설의 설명이다.서울에서도 수변 주택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고 있어서다. 이 프로젝트는 한강 주변을 세계적인 수변 도시로 만들기 위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야심 찬 계획이다. 한국철도공사는 용산역에서 한강철교 사이의 철로를 데크로 덮어 공원으로 조성하고 한강변에 요트를 정박시킬 수 있는 수변 도시를 조성한다는 구상을 최근 내놓았다. 한강 주변의 새 주택들에 거주할 경우 언제든 요트를 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주말 한강은 ‘요트 마니아’들에겐 천국 같은 공간이다.서울시가 개발 중인 마곡에는 경우 20만 평 규모의 워터프런트타운(수변 도시)가 들어선다. 중앙공원 12만 평, 서남 물재생센터 4만3000평, 마곡 유수지 3만7000평 등으로 구성된 워터프런트타운은 주변에 호텔 컨벤션센터 위락 시설 등도 갖출 예정이다.마곡지구 한가운데 있으면서 한강과 맞닿은 중앙공원으로 한강 물을 끌어들여 유람선과 요트 선착장은 물론 편의시설 등을 유치해 주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기로 했다. 호주 시드니의 달링하버와 독일 베를린의 스프리강 수변 지구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최고의 주택이 ‘한강 조망권을 갖춘 펜트하우스’에서 향후엔 ‘요트 정박 시설을 갖춘 저층 주택’으로 바뀔 수도 있다.수변 주택이 대표적인 미래 고급 주택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이 단순히 ‘쉬는’ 공간에서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뜻이다. 교통망의 발달로 전국 어디에서도 바다까지 1~2시간 거리로 좁혀져 요트 문화가 확산될 기반도 조성돼 있는 상황이다. 수도권에서 서쪽으로는 서해안고속도로, 동쪽으로는 경춘고속국도 등이 계속 확충되고 있어 수도권 주민들에게 바다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정부가 2004년 특소세 폐지 등으로 요트 구매에 숨통을 틔워주는 등 해양 레저 스포츠를 권장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침실 조리실 화장실 등이 구비돼 있는 미국산(産) 요트 ‘리갈’도 5억 원 안팎이면 구입할 수 있다. 중고 요트를 살 경우 1억 원 이하짜리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물론 요트의 크기와 엔진 출력, 내장재, 레이더 장착 여부 등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전문가들은 강이나 바다를 끼고 있어 웰빙 생활이 가능한 데다 요트까지 즐길 수 있는 수변 주택이 미래 고급 주택의 핵심 모델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