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없는 세상 꿈꿔요

결제 시스템이 진화하고 있다. 지로 용지를 들고 은행 창구 앞에 줄 서던 풍경은 이젠 옛 이야기다. 공과금 수납기나 인터넷 지로 결제가 활성화된 덕분이다. 게다가 휴대폰 결제가 도입돼 더욱 편리해졌다. 신문 대금은 물론 TV 수신료, 배달시킨중국 음식 값, 대리운전 대금까지 휴대폰으로 결제하는 시대가 됐다. 편의점에서 구입한 상품권으로 온라인 및 모바일 콘텐츠를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데이콤 사내 벤처로 출발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 사이버패스가 자리하고 있다. 사이버패스는 휴대폰·모바일 결제부터 신용카드, 계좌이체, 유선전화, 상품권, 편의점, 해외 결제 등 전자 결제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업체다. 이 회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전자 결제 시장의 선두 업체로 힘찬 도약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데이콤 사내 벤처 2기로 출범한 사이버패스는 2000년 7월 독립·분사했다. 이후 매출을 늘리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작년 7월 코스닥시장에 상장, 다날과 모빌리언스 등과 ‘유무선 결제 테마’를 형성하고 있다. 창업 때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류창완 사장은 동종 업계의 선의의 경쟁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다”라는 그의 경영 철학에서도 잘 나타난다. 류 사장은 “나이키의 상대는 아디다스 등이 아니라 아예 신발을 신을 일이 없게 하는 게임업체 닌텐도”라고 주장한다. 치열한 경쟁으로 제 살 깎아 먹기에 나서는 유무선 결제 시장에 대한 충고다. 업체들 간 소송으로 얽혀 있는 유무선결제협의회 회장으로서 업계 공동 발전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창업 초기 사이버패스는 멤버들이 이곳저곳에서 끌어 모은 자금 15억 원과 외부 펀딩이 자금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류 사장은 “자금을 모집한 설립자가 신념을 가지고 이끌어 나가면 벤처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무엇보다 벤처는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전자 결제가 주력사업한국콘텐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디지털 콘텐츠 시장 전체 규모는 10조 원 정도였고 올해는 이보다 20% 늘어난 12조 원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콘텐츠 증가에 따라 거래액도 작년 9000억 원에서 올해 1조2000억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이버패스의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이버패스의 주력 사업은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전자 결제 사업과 나머지를 담당하는 텔레콤 사업이다.전자 결제 사업은 전자상거래에 필요한 모든 결제 수단을 아우른다. 반면 텔레콤 사업은 온라인 기반의 통신 서비스 판매 및 기업용 국제전화 서비스 제공이 주된 업무 영역이다.그동안 사이버패스는 편의점과 해외 결제에서 독점 시장을 형성해 왔고 유선전화와 상품권, 무선망 과금 대행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휴대폰 결제 사업권이 없어 이 부분에서 한계를 노출했다. 다날 모빌리언스 인포허브 등 3개사가 초기부터 시장을 과점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인포허브 인수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최근 인포허브 최대주주 등의 지분 57%를 매입, 경영권을 인수한 것. 인포허브는 휴대폰 결제 시장점유율 3위, 무선망 과금 대행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회사이지만 지난 2004년 5월 중국 투자 실패로 자금줄이 막혀 곤란을 겪어왔다.회사 측은 “휴대폰 결제가 콘텐츠 결제의 가장 유력한 수단으로 정착했고 지속적인 성장도 예상된다”면서 “이번 인수에 따라 명실상부한 토털 통합 결제 업체로 자리 매김하게 됐다”고 말했다.사상 최대 실적 경신 지속사이버패스는 지난 2002년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다. 그 후 꾸준히 외형 성장을 이어왔고 수익도 증가했다. 작년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13.7% 늘어난 312억 원이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8.9%와 56.9% 증가한 40억 원과 38억 원을 기록했다. 코스닥 상장 첫 해에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당순이익(EPS)은 각각 19.9%, 465원으로 동종 업계 최고 수준이다.증권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와 전자상거래 시장의 고성장세가 지속돼 실적이 당초 기대치에 부합했다”며 “사업 안정성이 높은 데다 수익성도 지속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보여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특히 다양한 유무선 결제 방식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통합 결제 서비스도 가능한 게 매력이다.회사 측이 제시한 올해 매출 목표는 작년보다 31.7% 늘어난 411억 원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3.1%,37.3% 증가한 65억 원, 52억 원으로 예상된다. 2010년 매출 1000억 원 시대를 열 청사진을 그려 놨다. 회사 측은 시장에 공개한 경영 목표가 회사 내부 목표보다 훨씬 보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적만 내놓고 달성하지 못하는 다른 업체와는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류 사장은 “사이버패스의 올해 매출은 재작년에 다 계획해 놓은 것”이라며 “현재는 1~2년 후 먹을거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빠르게 변화할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다지는 것은 물론 업계를 선도할 새로운 결제 서비스를 찾고 있다는 얘기다.신상품 출시와 해외 진출로 성장세 이어가사이버패스는 국내 최초로 편의점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전국 편의점에서 온라인 콘텐츠 및 쇼핑몰 결제 수단의 구매를 요청하면 포스(POS) 단말기와 자사 서버 간 온라인 통신규약을 통해 실시간으로 선불형지불수단(사이버 머니)을 발행해 주는 것이다. 수납 시점 지연, 미수 발생 등 기존 결제 수단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고객 입장에서는 유통비용 절감만큼 할증 혜택을 받을 수 있다.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도토리상품권 발행·유통·결제 대행 계약도 맺었다. KOTRA와는 국내 최초로 신용카드를 이용한 무역 대금 전자 결제 시스템을 개발해 서비스 중이다. 이 밖에 전자정부(G4C) 행정 민원 서비스, 대법원 등기 인터넷 서비스 등 독점적 결제 수단 공급을 통해 국내 행정 민원 서비스의 혁신 및 국민 편익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물론 다수의 경쟁자가 존재하는 게 약점이다. 경쟁 심화와 신사업의 불확실성, 낮은 진입 장벽 등이 성장 가도를 달리는 데 걸림돌로 꼽힌다.사이버패스는 그러나 앞으로도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향후에는 새로운 무선인터넷규격(WAP), 휴대인터넷(Wibro), IP(인터넷)TV, 국제간 소액 결제 등 인터넷 인프라 환경 및 고객 욕구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결제 수단을 개발·출시해 선도적 시장 지위를 유지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도 적극적이다. 지난 2001년 일본 현지법인을 설립한데 이어 최근 태국 유무선 전자 결제 전문 업체인 Best ITA사와 태국 유무선 결제 사업 진출과 관련된 계약을 체결, 태국 및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또 POS(편의점) 결제와 관련해 중국 특허를 출원, 중국 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