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쟁력 막강…사업탄탄 M&A로 핵심기술 확보

주식 고수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현재 너무 잘나가는 주식에는 오히려 관심을 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주식에도 부침이란 게 있어 항상 잘나갈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또 현재 승승장구하는 주식은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에 덤벼들어봤자 먹을 게 별로 없다는 이유도 있다. 이런 까닭에 고수들은 흔히 시장에서 소외된 주식을 선호한다.그러나 모든 현상에는 예외가 있는 법. 만약 A라는 주식이 지금 잘나가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좋아질 게 확실하다면 제 아무리 고수라 하더라도 외면할 수 있을까. 두산중공업이 바로 그런 주식이다. 여의도의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L 씨는 두산중공업 덕분에 스타 매니저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계기는 이렇다.“2005년 초 두산중공업 주가가 1년 만에 주당 5000원선에서 1만5000원대로 3배 급등한 상태였습니다. 당시 업황 개선 속도나 이 회사가 장기 계약으로 수주하는 물량 등을 감안하면 계속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모두가 ‘너무 단기 급등해 이젠 팔아야 되는 거 아닐까’라며 안절부절 못했어요. 저는 계속 간다는 쪽에 걸고 비중을 더 늘렸죠.”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두산중공업 주가는 7만 원에 육박, 당시에 비해 5배 가까이 올라 있다. 바닥에서 치고 올라오기 시작한 2004년 초와 비교하면 3년간 무려 14배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이 회사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지금도 상황이 당시에 비해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주가는 물론 과거에 비해 많이 오른 상태이지만 회사 실적이 갈수록 더욱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하석원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중공업의 단점을 굳이 꼽으라면 그동안 주가가 장기간 쉬지 않고 오르기만 했다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잠시 쉬어갈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업황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어 조정 때마다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두산중공업의 사업구조상 현재의 업황 흐름이나 수급 동향을 감안한다면 최소한 향후 10년은 전혀 걱정이 없는 회사”라고 평가했다.그렇다면 두산중공업의 사업 구조는 얼마나 매력적이기에 이 같은 평가를 받는 것일까. 두산중공업은 지난 2000년 두산그룹이 옛 한국중공업을 인수해 새로 출범한 회사다. 사업부문은 크게 발전설비와 담수화 설비, 주조·단조제조, 건설 등 네 개 분야로 나뉘며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기초 소재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일괄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2006년 매출 비중을 보면 발전 47.7%, 담수 24.1%, 주·단조 11.2%, 건설 17.1% 등이다. 매출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발전과 담수 사업은 이 회사의 성장을 이끄는 쌍두마차다. 이 두 사업부문 매출액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연평균 각각 15.1%, 20.0%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전기와 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특히 발전 부문, 그중에서도 원자력 발전 부문은 향후 이 회사의 강력한 성장 엔진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에너지기구에 따르면 향후 세계 전력 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2.7% 성장하고 발전설비에는 127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이로 인해 두산중공업의 주력 사업인 발전 사업 매출액은 매년 두 자릿수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유일의 발전 설비 업체로 독보적인 생산력과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진출을 통해 일류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적극 꾀하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을 보면 중동 시장이 67%로 아직까지 가장 큰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회사 계획대로라면 올해부터 아시아와 미국 북아프리카 등으로 점차 다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아시아 지역은 인구 증가와 경제 고성장에 따른 전력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시장 공략이 본격화될 경우 발전 부문의 높은 성장성에 더욱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바닷물을 담수로 만드는 담수화 플랜트 분야에서도 이 회사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현재 이 분야 세계 시장점유율은 40%에 달한다. 고유가 지속에 따른 중동 국가들의 인프라 확충과 경제 개발 정책으로 앞으로 5년간 연평균 8% 이상의 담수 설비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따라서 2015년까지 지속적인 고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두산중공업의 또 다른 사업 부문인 주·단조와 건설 분야는 매출 비중이 낮지만 영업이익 면에서는 비중이 높다. 그만큼 수익성이 우수한 분야다. 특히 주·단조 분야가 회사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8%로 발전 부문과 비슷하다. 주·단조 분야는 또 매출의 절반 이상이 조선 부품과 관련돼 있어 조선업 호황에 따른 지속적인 고성장이 예상된다. 소재에서부터 최종 제품에 이르기까지 일괄 제작할 수 있는 공정을 갖추고 있어 효율성도 뛰어나다. 애널리스트들은 이 회사의 주·단조 부문 매출액이 향후 3년간 연평균 11.1%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연평균 20.5%에 달해 회사의 안정적인 캐시카우로서의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보인다. 건설 부문 매출액도 앞으로 3년간 연평균 14.8%의 안정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이 회사는 현재 건설 부문에서 원자력 및 수·화력 발전소, 토목공사, 아파트 건설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발전 사업과 연계된 동남아 및 중동 지역으로의 해외 발전 플랜트 건설 공사 수주도 확대되는 추세다.두산중공업은 지금의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외형 성장을 위해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발전 부문에서 영국의 미쓰이 밥콕, 담수 부문에서 미국 하이드로테크놀로지, 주·단조 부문에서 루마니아의 imgB 등을 잇달아 인수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성기종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향후에도 지속적인 M&A를 통한 원천 핵심 기술 확보와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한 현지화 등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기업으로 커 나갈 가능성이 아주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최근 들어 호재도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초대형 신규 수주가 봇물 터지듯 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3월 말까지 신규 수주 물량은 이미 2조5000억 원을 넘어선 상태다. 지난해 연간 신규 수주가 3조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그 배경은 화력발전의 눈부신 성장이다. 특히 해외 화력발전 수주는 지난해 85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에만 이미 1조5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는 작년 3분기부터 뚜렷해지고 있는데 올해 신규 수주의 56%가 해외 화력발전에서 발생할 전망이다.송준덕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주의 양적 팽창과 더불어 더욱 긍정적인 점은 바로 질적 개선”이라며 “수주 지역이 전 세계로 확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주 제품도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화력발전 수주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가격 대비 품질 면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원자력의 경우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주 공급 업체로 오랫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수주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두산중공업이 지난해 미쓰이 밥콕 인수를 계기로 화력발전 원천 기술까지 확보한 만큼 성장 모멘텀이 적어도 향후 3~4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신규 수주가 급증하면서 이 회사의 실적도 급속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교보증권은 두산중공업의 올해 연간 신규 수주가 급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출액은 전년 대비 16.0% 증가한 4조1858억 원, 영업이익은 39.5% 증가한 3228억 원, 순이익은 78.2% 증가한 2897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교보증권은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회사 측이 목표하고 있는 ‘2015년 수주 11조 원, 매출액 10조 원, 영업이익 1조 원 달성’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재무 구조도 안정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과거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갖췄으나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서 순차입금이 1조2133억 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요인에 불과하며 향후 안정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점차 재무 구조를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두산중공업 차입금 비율이 지난해 36.5%에서 올해 35.2%로 줄어드는 데 이어 내년에는 33.9%로 점차 개선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부채 비율도 2006년 167.4%에서 2007년 149.0%, 2008년 128.4%로 해마다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두산중공업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우량 자회사를 대거 거느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보유 지분율 38.91%), 두산산업개발(35.75%), 두산엔진(51.0%), 두산메카텍(100%)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이들 자회사는 모두 성장성이 높은 산업 분야에 속하는 만큼 이익 창출력이 뛰어난 업체들이다. 이에 따라 이들 자회사들로부터 얻게 되는 지분법 평가이익도 두산중공업의 주가 상승 모멘텀이 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지분법평가이익은 지난해 1027억 원에 달했는데, 올해는 더욱 늘어나 17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올해는 건설 부문에서 신대구~부산 고속도로 매각에 따른 처분이익 670억 원이 추가 계상될 예정이다.물론 주식투자 측면에서 볼 때 두산중공업은 단점도 있다. 보통 발전이나 담수 분야 수주라는 것이 대규모인 데다 경기 변동성에 의해 좌우되는 성격이 짙은 만큼 간혹 지연되거나 실패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때문에 이런 요인들은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체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수주 지연이나 실패는 단기적인 악재 요인일 수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 스토리를 보고 투자한 경우라면 크게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