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샷에서 홀 아웃까지

동반자 퍼팅라인 침범은 큰 실례깃대 잡아주기는 먼거리 퍼팅때만지난 2월 11일 호주에서 끝난 유럽·호주 LPGA투어 ANZ레이디스마스터스. 최종일 캐리 웹이 3타차 선두를 유지하며 18번 홀 그린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웹이 친 볼과 동반자 중 한 사람인 미셸 엘리스가 친 볼이 모두 그린 왼쪽 프린지에 멈췄다. 굳이 두 볼의 위치를 따지자면 엘리스의 볼이 좀 더 앞 쪽(페어웨이 쪽)에 있었고, 웹의 볼은 뒤쪽(먼 쪽)에 있었다. 웹이 자신의 볼로 가려면 엘리스 볼이 있는 곳을 지나쳐야 했다. 두 볼이 그린 밖에 있었으므로 웹이 엘리스 볼 앞쪽(볼∼홀에 이르는 선)을 가로질러 지나가더라도 상관이 없는 상황. 그러나 웹은 엘리스 볼 뒤 쪽(벙커쪽)으로 지나갔다. 그 장면을 본 한 골퍼가 “웹이 엘리스 볼 뒤로 가네!”라며 감탄했다. 그렇다. 골프는 동반자를 배려하는 스포츠다. 스코어가 전부는 아닌 것이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대개의 골퍼들은 자신의 볼에 빨리 도달하고자 동반자 볼 앞으로 갔을 것이다. 올해는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도 좋지만 ‘동반자(골프 친구)를 배려하는 해’로 정하면 어떨까. 골퍼들이 간과하기 쉬운 에티켓, 지키면 동반자들이 기뻐하고 자신에게도 유리한 매너 등을 모아본다.◆티잉 그라운드에서동반자가 스윙하려고 준비하거나 스윙을 하는 도중 정숙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동반자들이 연습 스윙을 하거나 실제 샷을 할 때 절대 그보다 앞으로 나가지 말라.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동반자의 샷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록 티잉 그라운드뿐만 아니라 모든 샷을 할 때 해당된다. 또 하나, 동반자가 티샷할 때 딴 일을 하지 말고 타구 방향을 잘 보라는 것. 볼이 러프로 갈 경우 그 볼을 함께 찾으려면 낙하지점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러프에서 동반자의 볼을 찾아주는 것 이상으로 동반자가 기뻐하는 것은 없다. 동반자 3명은 티샷이 페어웨이에 떨어졌고, 자신의 볼은 러프에 떨어질 경우 볼을 빨리 찾는답시고 먼저 뛰어가는 사람이 있는데, 그러지 않는 것이 좋다. 동반자들과 함께 카트를 타고 이동해 함께 찾으라. 동반자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가 볼을 찾을 경우 공연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벙커에서벙커에는 볼 뒤쪽(그린 반대쪽)에서 들어가고, 벙커 안에서는 가능하면 살금살금 걷는 것이 좋다. 벙커 샷을 한 볼이 턱에 맞고 굴러 자신이 남긴 발자국에 들어가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렇게 하면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벙커에 들어갈 경우 가장 턱이 낮은 쪽에서 들어가라는 것은 기본적 에티켓이다. 벙커 샷을 할 때 미끄러짐을 막기 위해 ‘푸팅(footing:발을 모래 속에 다지는 것)’을 단단히 하라고들 하는데, 턱이 높아서 실패 확률이 있을 경우엔 가능하면 푸팅을 최소화하는 것도 자승자박에서 피하는 길이다. 자신은 볼을 그린에 올려놓은 뒤 동반자가 벙커 샷을 할 경우 고무래를 들고 있다가 동반자 대신 벙커를 정리해 주는 것도 동반자에게는 ‘참 고마운 일’이다. 동반자의 벙커 샷이 다시 벙커에 떨어지거나 그린에 오르지 못해 서둘러야 할 경우는 더욱 그렇다. 양잔디로 된 곳에서 마지막 샷을 한 동반자가 큰 디보트(샷을 할 때 뜯긴 잔디)를 남길 경우 동반자 대신 그 디보트를 원위치해 주는 것도 마찬가지 예의다.◆그린에서동반자가 퍼트를 하려고 준비하는데 그 바로 옆에서 퍼트 연습을 하는 골퍼가 있다. 삼갈 일이다. 자신의 차례 때 동반자가 그렇게 하면 어떻겠는가. 또 자신의 퍼트가 실패해 ‘기브(OK)’를 받은 뒤, 동반자가 퍼트할 차례인 데도 퍼트 실패가 아쉬운 나머지 계속 퍼트 연습을 하는 골퍼도 있는데 이는 동반자나 뒤 조 골퍼들이 볼 때 ‘매너 제로’다. 동반자가 먼 거리에서 퍼트할 때는 깃대를 잡아주는 것도 동반자를 위한 배려다. 물론 치기 전부터 깃대를 잡아야 하며, 볼이 홀에 다가오면 깃대를 뽑아주는 일까지 해야 한다. 그런데 깃대를 잡는다고 하며 ‘과잉 친절’을 베푸는 골퍼들이 더러 있다. 동반자가 그린을 갓 벗어난 지점에서 샷을 하는데 동반자를 위한답시고 깃대를 잡고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만약 동반자가 친 볼이 깃대나 깃대를 잡고 있는 사람을 맞히면 볼을 친 동반자에게 2벌타(매치플레이에서는 그 홀의 패, 골프규칙 17-3)가 부과된다. 과잉 친절이 오히려 동반자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볼이 그린 밖에 있을 경우에는 절대로 깃대를 잡고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린에서 3명은 홀 아웃을 하고, 나머지 한 명이 짧은 퍼트를 남겨두었을 때 홀 아웃한 3명이 우르르 다음 홀로 이동해 버리는 것도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다. 마지막 한 사람이 홀 아웃할 때까지 그린에 남아 지켜보아야 한다. 물론 맨 앞에서 말한 대로 볼이 그린에 있건, 그린 밖에 있건 동반자의 플레이선(퍼트선)을 가로지르거나 밟는 일은 크나큰 실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