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한 취미… 짭짤한 투자…재미 두배

앤티크는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골동품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물론 싸구려 중고제품이 아니고, 세월의 무게를 지닌 귀하고 값진 물건을 말한다. 원래는 가구나 도자기 은제품 카펫 등 100년 이상 된 생활소품을 말하는 것이었지만, 최근엔 100년이 되지 않았더라도 특별한 가치나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 제품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장이 오래 묵었다고 다 좋은 게 아닌 것처럼 역사성 예술성 희귀성 경제성을 두루 갖춰야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앤티크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쟁과 새마을운동 등의 변화를 겪으면서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취하는 풍조가 확산되다 보니 앤티크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그러나 4~5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앤티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100여 개의 전문 숍이 생기는 등 대중화되는 추세다.앤티크 투자의 매력 앤티크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취미생활과 재테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앤티크는 역사성 자체가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에 세월이 지날수록 값이 오르면 올랐지 내려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상속할 경우에도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대대로 가보나 애장품으로 둘 수도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경매 등 2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환금성도 좋아졌다.앤티크 투자를 해서 대박을 터뜨리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얼마 전 프랑스에서는 한 앤티크 수집가가 파리 근교의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유화 한 점이 거장 고흐의 진품으로 확인됐다. 1500유로(약 180만 원)에 사들인 이 작품은 경매에서 무려 300만 유로(약 36억 원)에 팔려 화제가 됐다. 작품을 구입한 프랑스인은 모서리에 희미하게 적힌 빈센트라는 사인을 보고 작품을 샀다고 한다. 날카로운 안목이 가져다 준 의외의 행운이었다. 국내 사례도 있다. 미술품 수집가로도 유명한 유니온약품의 안병광 사장은 신사임당이 직접 그린 액자를 6억 원에 사들였는데, 지금은 50억 원 정도로 가치가 상승했다고 한다. 8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셈이다.최근에는 국내에서도 기업이나 개인이 미술관에 돈 또는 작품을 기부하면 해당 액수만큼 세금공제를 해주는 법안이 발의됐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기부하는 작품의 액수에 대해 개인은 100%, 기업은 50%를 각각 세금의 일정 한도 내에서 공제해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앤티크 미술계에 분명 희망적인 메시지다.한국 앤티크 컬렉터는 대부분 재벌가 한국 고미술 작품들은 해외에서 더 인정받고 있다. 특히 한국 도자기는 국제 시장에서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중국에 비해 나라가 작은 데다 전쟁을 자주 겪어 그 수가 적은데 비해 정교하고 단아한 미가 예술적인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도자기 작품 중에는 1995년 5억 원이었던 것이 지금은 74억 원 정도로 뛴 것도 있다.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값진 한국 고미술 작품들의 대다수가 일본인들 손에 있다는 사실이다. 일제 강점기에 대부분 유출된 것들이다. 따라서 국내 고미술상들도 진귀한 작품들은 거꾸로 일본인들에게서 사오고 있는 실정이다. 고가의 한국 앤티크를 거래하고 있는 P아트 대표는 “국내의 재벌가들은 모두 한국 앤티크 컬렉터라 보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상류층에 끼워주지 않을 정도다. 아직 시장이 성숙되지 않아 진짜 고가의 물건은 알음알음으로 거래되고 경매시장에는 중급 물건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앤티크의 꽃, 주얼리 복고풍의 영향으로 앤티크 주얼리도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패션은 순환한다. 티파니 까르띠에 등 역사가 오래된 명품 보석 회사에서 오래 전 인기를 끈 자사의 제품들을 재해석해 속속 내놓고 있는 것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오래된 보석 제품들은 재산적 가치가 있고 훌륭한 장신구도 된다는 점에서 앤티크의 꽃이라고 불린다. 특히 보석은 해체해서 다시 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원형 그대로 보존된 앤티크 보석 제품은 그만큼 희소가치가 높다.주얼리는 단기적으로 가격 변동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입하는 게 좋다. 우선 당대의 유명 디자이너나 장인, 브랜드의 서명이 들어가 있는 사인드 피스(Signed Piece)가 나중에 되팔 때 희소성 등의 부가가치로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수리한 흔적 없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는 것을 택해야 한다. 또한 주얼리에 쓰인 모든 소재의 조합이 역사적으로 맞는지 확인하고 보석의 마모 상태나 파손 여부 등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앤티크 심미안을 키워라 이 밖에 성공적인 앤티크 투자에 필요한 ‘좋은 작품을 고르는 방법’을 소개한다. 우선 본보기가 될만한 작품을 많이 접하는 것이 좋다. 국립중앙박물관이나 호암미술관 등 유명 전시관을 자주 둘러보면 안목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또한 적은 돈이라도 직접 투자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일단 내 돈이 들어가면 공부를 더하게 되고 더 배울 수 있게 되는 게 당연지사다. 그리고 같은 값이면 제값을 주고 사는 것이 좋다. 원래 100만 원짜리 작품과 세일로 100만 원 하는 작품이 있다면 전자를 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앤티크에서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늘 명심해야 한다. 또한 구입 장소는 허가받은 갤러리나 공개된 경매를 통해 사는 것이 안전하다.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살 경우엔 반드시 판 사람의 이름과 주소, 거래된 품목에 대한 간단한 설명, 가격 등이 적힌 영수증을 받아두는 게 필수다.명품에 ‘짝퉁’이 있는 것처럼 앤티크에도 가짜가 있다. 앤티크의 가짜를 ‘재현품’이라고 하는데, 재현품은 앤티크의 재질이나 디자인을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앤티크처럼 보이려고 표면에 일부러 못 자국이나 잉크자국을 내 ‘앤티크 피니싱’이라는 속임수 작업을 한 것이다. 가구 틈새에 먼지가 끼어 검게 변한 것을 흉내내기 위해 검게 칠하기도 한다.가짜 앤티크는 중국 동남아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져 유럽이나 미국으로 수출된 뒤 다시 국내로 수입된다. 진품의 특징은 색상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며 사람의 손때가 묻어있고 수공예품이기 때문에 모양이나 흠집도 불규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