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스페인을 여행하고 돌아온 김정신 씨는 요즘도 친구들을 만나면 그 여행에서 얻은 특별한 감동을 얘기한다. 김 씨는 자주 해외여행을 다니는 편이고 스페인만 해도 세 번째 방문이었지만 지난 가을 여행은 지금까지 다녀온 그 어떤 여행보다 매력적이었다는 것. “이번 여행은 맞춤형 여행이어서 그동안의 여행과는 격이 달랐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김 씨가 맞춤형 여행을 알게 된 것은 지난봄이었다. 자신의 취향대로 코스와 스케줄을 정할 수 있다는 설명에 그녀는 귀가 솔깃했다. 그 전에 패키지 여행을 갔다가 자신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쇼핑 장소로만 끌고 다니는 가이드를 만나 맘고생을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남편도 동행한 이번 여행의 기간은 열흘이었다. 이 열흘 동안 평소 TV로만 봐왔던 투우 경기도 관람하고 남편이 좋아하는 프리메라 리가(스페인 프로축구 리그) 경기도 관람했다. 여행 기간 묵을 호텔도 손수 결정했다. 김 씨는 “패키지로는 이용할 수 없는 5성급 호텔인 트립워싱턴 호텔(마드리드), 멜리나 그라나다 호텔(그라나다), 아바 산츠호텔(바르셀로나)에서 묵었는데 너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호텔뿐만 아니라 식사와 관광 일정도 스스로 선택했다. 식사는 현지 업체의 조언을 받아 유명 식당을 찾아다녔고 평소 관심이 많았던 미술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유서 깊은 미술관과 가톨릭 수도원 등을 순례했다. 도자기 전문점에서 공예품 제작을 체험해 본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렇게 해서 10일간의 스페인 여행 동안 쓴 돈은 250만 원. 일반 패키지보다 15%가량 비쌌다. 하지만 그녀는 “여행의 감동은 단순히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라며 앞으로는 맞춤형 여행만 다닐 생각이라고 말했다.최근 관광 업계에서는 김 씨가 경험한 것과 같은 맞춤형 여행 상품이 각광받고 있다. 그 배경은 전반적인 소비 트렌드와 맥을 같이 한다. 즉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희소성’에 대한 니즈가 여행이라는 소비 활동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맞춤형 여행의 장점은 무엇보다 다양성에 있다. 여행지에 따라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으며 고객들의 취향과 성향에 따라서도 상품이 변화무쌍하다. 맞춤형 여행상품은 일반적으로 개인 가족 동아리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맞춤 여행과 기업, 단체 등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 맞춤 여행으로 나눌 수 있는데 특수 맞춤 여행은 인센티브 투어라고도 부른다.전문가들은 이 같은 국내 맞춤형 여행 시장이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성장 가능성은 엄청나게 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행 업체들도 맞춤형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현재 국내에서 맞춤형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대표적 업체로는 BT&I, 신한, 범한, 참좋은, 내일여행사 등이 꼽힌다. BT&I여행사는 개인과 가족 등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맞춤 여행과 기업체와 기타 단체 등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인센티브 투어를 실시하고 있다. 세계적 여행 그룹인 HRG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BT&I는 100개국에 달하는 국제 네트워크를 이용해 항공 호텔 관광에 필요한 제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맞춤형 여행 기획을 담당자가 직접 수립해 주며 가이드도 대행해 준다. 고객이 여행 전반에 관한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을 경우 요금을 받지 않는 서비스 요금 후불제 방식을 도입해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참좋은여행사는 맞춤형 여행에 한국인 가이드와 요리사 동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일반 여행객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관광 포인트를 체크해 일정을 구성하고 있고, 여행사 최초로 전 상품에 유료할증 및 정찰제를 실시하고 있다.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아프리카 맞춤형 여행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범한여행사는 가족 동호회 등 각종 소모임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여행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의뢰자가 작성한 목록을 토대로 여행의 세부 일정과 계획을 작성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한여행사도 맞춤 여행을 원하는 고객이 원하는 여행지, 관광 일정 등을 토대로 모든 일정을 계획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송창섭 기자 realsong@moneyro.comINTERVIEW 송경애 BT&I 대표고객들의 다양한 수요 만족시킬 수 있어“맞춤형 여행은 여행 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를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일반 패키지 여행보다 값이 비싸지만 시장이 확대되면 가격, 만족도 모두 패키지 여행을 앞지를 것으로 확신합니다.” 맞춤형 여행 전문 업체인 BT&I 송경애 대표의 얘기다. 맞춤형 여행이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일반 패키지 여행에 싫증을 느낀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부터다. 패키지 여행은 다양한 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받아 왔다. 이에 비해 맞춤형 여행은 본인이 직접 스케줄을 짜고 숙박, 교통수단 등을 맘대로 선택할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개인 고객뿐만 아니라 기업들도 해당 기업의 특성에 맞게 맞춤형 여행의 일종인 인센티브 투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령 정보기술(IT) 업체 관계자들에게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스케줄을 짜주며 금융사 관계자들에게는 홍콩 싱가포르 네덜란드 영국 등 아시아, 유럽 금융시장을 둘러볼 수 있는 여행상품을 기획해준다.송 대표는 “이미 세계적 여행 업체들은 맞춤형 여행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보험, 자동차, 제약사,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들이 맞춤형 여행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BT&I는 세계의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 두바이를 집중 소개하기 위해 현지 정보를 한눈에 보고 파악할 수 있는 산업시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기업체 VIP 회원들을 데리고 유럽 현지 공장을 순방하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