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양심불량’ 뒷이야기

사의 스포츠 골프에서도 자신의 양심이나 스코어를 속이는 일은 영원히 없어지지 못할 것인가. 다른 어떤 종목보다도 ‘에티켓’과 ‘양심’이 존중되는 골프에서 최근 양심을 속이고, 동반자를 속여 골프의 근간을 뒤흔든 일이 발생했다. 그것도 아시아의 골프 강국이라는 한국과 일본에서 차례로 발생해 골퍼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국가 상비군의 ‘알까기’충격이었다. 프로도 아닌, 배우는 학생이 전국대회에서 ‘알까기’를 했다. 골퍼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알까기는 친 볼을 찾지 못해 분실이나 OB가 될 우려가 있을 때 다른 볼을 슬쩍 꺼내 그 볼이 마치 인플레이볼인양 플레이를 속개하는 것을 일컫는다. 골프에서 ‘양심불량의 극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2004년 제주 크라운CC에서 열린 프로골프 시드선발전에서 K 선수가 알까기를 한 것이 발견돼 그로부터 대회 ‘5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적이 있었다.이번에 문제가 된 주인공은 국가상비군으로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다. 장래 한국을 대표할 재목으로 국가(대한골프협회)가 관리하는 선수였다. 타의 모범을 보여야 할 선수가 전국체전에서 그랬으니 파문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전국체전을 주관하는 대한골프협회는 그 선수에게 실격을 내렸다. 그리고 선수강화위원회는 그 선수의 상비군 자격을 박탈했다. 주위에서는 더 중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지켜볼 일이다. 협회가 그 선수에게 적용한 규칙은 ‘중대한 에티켓 위반’이었다. 그러나 골프규칙에 정통한 사람들은 단순히 ‘에티켓 위반’이 아니라 골프의 근본 정신을 뒤흔든 사건이었다고 말한다.▶ 스코어 조작일본의 프로골퍼 나카니시 마사키는 지난 8월 일본오픈골프선수권대회 예선에서 스코어를 조작한 사실이 발각됐다. 마커가 확인하고 사인한 스코어카드를 받아든 뒤 마지막 3개 홀 스코어를 지우고 더 좋은 스코어로 다시 써넣어 카드를 제출한 것이다. 일본골프협회는 나카니시 선수에게 그 대회 실격은 물론, 향후 5년간 ‘대회 출전정지’ 처분을 내렸다. 일반 골퍼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것도 아시아에서 골프 선진국이라는 일본의 내셔널 타이틀대회에서 말이다.▶‘성적 지상주의’ 탈피해야두 사건은 모두 성적만 좋으면 된다는 식의 ‘성적 지상주의’가 낳은 결과다. 골프는 결과(스코어)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 골프의 과정은 물론 마커나 동반 플레이어가 지켜보기도 하지만, 대부분 스스로의 양심에 의거해 처리해야 하는 것들이다. 18홀 70타 안팎의 스윙을 하는 동안 마커나 동반 플레이어가 줄곧 따라다닐 수는 없는 일이고 또 미세한 규칙 위반은 그 골퍼 스스로만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성적에 연연한 나머지 양심을 팽개치고 유혹에 빠지는 골퍼들이라면 그 싹이 노랗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학생 골퍼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일본의 사례는 차치하고라도, 대한골프협회는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벌백계의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리고 학생 선수들이 골프와 학업을 병행하는 전인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이번 기회에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