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앞에 갈등하는 인간적 예수

년의 최고 인기 스타 이야기를 그린 잔잔한 영화 ‘라디오 스타’가 화제다. 덩달아 오래도록 기억되는 ‘추억의 스타’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뮤지컬에도 이런 추억의 작품이 많다. 하지만 아직도 그 명성을 이어오는 ‘짱짱한 노장’은 흔치 않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란 말을 실감나게 하는 뮤지컬, 30여년이 넘도록 식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다시 우리 곁에 찾아온다.지난 1980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 작품은 뮤지컬계의 스테디셀러다. 30여년 동안 겨울 시즌에 꾸준히 공연되면서 지금까지 100만 명이 넘게 관람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2002년 브로드웨이의 최신 버전이며, 색다른 시각으로 원작의 묘미를 살렸다는 점에서 과거 공연과 차별된다.2006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원작에 가장 가깝게 표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 현 시대상황에 대한 반항을 담고 있으며 예수가 현 시대에 보내는 자유와 평화의 메시지 즉, 반전의 메시지가 중심축을 이룬다. 음악적인 면에서도 강렬한 리드 기타와 오케스트라는 극적인 효과를 증가시키는 장치로 사용되며 힘이 넘치는 굵직한 코드의 서곡과 감미로운 발라드 노래는 가슴 저린 드라마를 연출한다.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전통적인 영국 뮤지컬의 줄기에 전자 기타의 개발로 인해 탄생된 하드 록과 헤비메탈을 접목한 록 오페라를 기본 형식으로 한다. 이 작품은 뮤지컬로 만들어지기 전 컨셉트 음반으로 먼저 출시됐을 정도로 음악적 완성도가 높다. 영국과 미국에서 몇 주 간격으로 발매된 이 음반은 1971년 미국 최다 판매 앨범으로 선정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모아 뮤지컬로 제작됐다.뮤지컬계의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의 브로드웨이 첫 진출작인 이 작품은 옥스퍼드대 친구였던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팀 라이스라는 명콤비의 화려한 탄생을 알리는 일대 사건이었다. 당시 웨버의 나이 스물세 살, 팀 라이스는 스물여섯 살에 불과했다. 이들은 이후 ‘에비타’ ‘오페라의 유령’ 등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 냈다. ‘수퍼스타’는 웨버의 ‘캣츠’나 ‘오페라의 유령’ 등 이후에 나온 작품보다 더 단순한 양식으로 썼음에도 오히려 그의 재능을 가장 잘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팀 라이스의 영어 가사도 시적인 우아함을 갖고 있으면서 군더더기 없이 음악과 완벽하게 호흡한다. 또, 압축적으로 성서의 줄거리를 구현하기 때문에 극적인 전개에 대단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수퍼스타’의 유다 예수 마리아 역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공연마다 이슈가 됐다.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록밴드 딥 퍼플의 리드싱어인 ‘이안 길런(Ian Gillan)’이 예수 역을 맡아 화제와 논란을 낳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예수 역에 조하문 김장섭 박완규를 비롯해 유다 역에 김도향 추송웅 강산에 윤도현 천호진 남경주 김동욱, 빌라도 역에 유인촌 박상원, 마리아 역에 윤복희 양금석 이혜영 등 대형 스타들이 거쳐 갔다.예수와 유다 역은 힘 있는 록 창법과 C코드 이상의 폭 넓은 음역을 소화해야 하는 고도의 실력을 요하는 배역이다. 또 노래만으로 극이 진행되기 때문에 절제되면서도 폭발적인 감정 연기로 작품의 묘미를 살려야 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크로스 오버 테너 임태경과 그룹 ‘부활’의 멤버 김재희, 뮤지컬 배우 강필석이 예수 역을 맡는다. 유다 역에는 가수 김종서와 프라나의 이혁이 캐스팅 됐다. 또한 마리아 역은 뮤지컬 배우인 이혜경 김선경 김은영이 맡는다. 각기 색깔이 다른 배우들이 한 작품에서 두 가지의 다른 느낌을 줄 예정이다. 강인하고 리더십 강한 예수와 유다를 연기할 김재희 김종서는 오리지널 록 오페라의 맛을 살려 브로드웨이 원작 그대로의 느낌을 전달해 줄 것이다. 부드럽고 섬세한 예수와 유다를 연기할 임태경 강필석 이혁 등은 예수의 고뇌와 사랑을 중심으로 부드럽고 감미로운 톤으로, 원작과는 또 다른 감동을 보여주게 된다.예수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서술하는 ‘수퍼스타’는 유다의 내레이션을 통해 전개된다. 시종일관 예수의 행동에 불만을 품고 예수를 비난하는 유다와 예수의 갈등이 커다란 축이다. 기독교적인 해석에서 유다는 예수를 팔아넘긴 배신자이지만, 극중에서는 이스라엘의 독립을 열망하는 열혈 청년으로 묘사된다. 죽음을 앞둔 예수의 인간적인 갈등, 운명적으로 배신자의 굴레를 쓰게 되는 지식인으로서의 유다의 번뇌, 예수에 대한 마리아의 사랑과 군중의 광기 등 인간 존재의 다양한 양상들을 통해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새롭게 해석되는 예수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예수의 제자 중 하나인 유다는 진심으로 예수를 존경하고 사랑하지만 군중이 그를 유대 민족의 구원자로 신격화하는 상황과 자신의 관점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그의 행동에 심적 갈등을 겪는다. 제자들은 앞으로의 미래를 예언하고 이끌어 주길 원하지만 예수는 내일보다는 오늘 일을 걱정하라고 한다. 막달라 마리아가 값비싼 향유로 예수의 발을 닦자 예수는 그녀를 칭찬하고 유다는 그런 예수가 못마땅하다. 이로 인해 유다와 예수는 논쟁을 벌이게 되고 예수는 죄가 없는 자만이 그녀에게 돌을 던지라고 야단친다.예수는 진리, 권능과 영광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제자와 민중을 불쌍히 여긴다. 한편 가야바를 비롯한 제사장들은 군중을 선동해 반역을 꾀하는 위험한 인물로 예수를 단정짓고 그를 없애기로 결심한다. 유다는 갈등하다 제사장들에게 예수가 있는 곳을 밀고한다. 제사장들은 보상금을 주고 유다는 피의 대가는 싫다며 거부하다가 결국 받아들인다. 최후의 만찬. 예수는 겟세마네 동산에서 인간으로서의 고통과 번뇌를 느끼며 왜 자신이 죽어야 하는지 말해달라고 부르짖지만 결국 자신의 독배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유다는 예수를 배신하고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한 죄로 기소된다. 등을 돌린 군중은 초라한 신세가 된 예수를 비웃는다. 채찍과 고문에 괴로워하는 예수를 본 유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다 자살한다. 빌라도는 군중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십자가형을 명한다.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를 보며 유다는 그의 존재와 희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반문한다. 예수는 자신을 처벌한 자들의 용서를 빌며 최후를 맞는다.김지연 기자 jykim@moneyro.com공연일정 2006년 12월 20일~2007년 2월 4일공연시간 평일 20:00 / 토 16:00, 20:00 / 일 14:00, 18:00문의 코엑스 오디토리엄 (02)501-7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