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실내인테리어
옥은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선조들이 이 땅에서 보다 안락하고 편안하게 살고자 꾸미며 발전시킨 살림집이며, 우리의 체질과 개성에 가장 잘 맞는 삶의 공간이다. 그러므로 한옥의 형태와 구조 속에 담긴 지혜와 슬기를 알고 나면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도 한층 커진다. 한옥의 특징은 처마가 깊고, 수장 공간이 많다는 것이다.또 한옥의 건축 재료는 주로 나무와 흙인데, 이들은 비와 바람에 약한 단점이 있다. 그래서 처마를 깊게 설치하면 거센 비바람에도 흙벽과 기둥이 보호된다. 그 아래에는 곡식과 농기구를 보관할 수 있고, 방문 앞에는 툇마루를 설치해 사람이 걸터앉아 쉴 수도 있다.처마가 없는 현대식 아파트에서 발코니는 건물 밖에 매달린 외부 공간으로, 새시를 설치한 리빙 발코니는 한옥의 처마 아래처럼 생활용품을 보관하거나 또는 툇마루처럼 휴식과 전망을 위한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발코니 확장이 합법화되면서 기존 아파트들도 취향에 맞춰 공간을 활용하고자 발코니를 개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발코니 개조에 따라 덤으로 생겨난 여유 공간을 어떻게 꾸미면 좋을까 하는 관심이 많다. 그러나 발코니 확장은 한옥에서 처마를 없앤 것처럼 생활에서 여러 가지 불편을 야기하기도 한다.먼저 집 외부와 실내 사이에 완충 공간이 없어짐으로써 여름에는 햇볕이 직접 실내로 들어와 집안을 덥게 만들고, 겨울에는 단열 효과가 떨어지며 실내 온도를 섭씨 3~4도나 낮게 만든다. 기존 발코니에 난방 배관을 하지 않으면 ‘이슬 맺힘(결로)’으로 곰팡이가 생기거나 바닥이 썩는다. 또 창문을 열면 외부의 비바람이 곧장 실내로 들어오고, 화재가 났을 때도 대피하기가 어려우며 불길이 쉽게 번질 우려도 있다.여기서 꼭 고려할 사항이 있다. 기존 아파트의 거실 혹은 방의 천장 높이와 도배하지 않은 발코니의 천장 높이가 서로 층이 지며 다르다는 것이다. 발코니를 확장하면 기존의 발코니 천장이 거실과 침실의 내부 천장으로 흡수되는데, 그럴 경우 두 곳의 천장 높이가 서로 다른 것이 마음에 걸릴 수 있다. 나아가 거실의 발코니에는 대개 한옥의 보아지(기둥머리에 끼워 보의 짜임새를 보강하는 짧은 여러 가지 재료)처럼 지붕을 떠받친 콘크리트 구조물이 밖으로 드러나 있는데, 그것 역시 거실로 흡수되면서 마음을 불쾌하게 만든다. 풍수는 천장의 높이가 고르지 않고 들쑥날쑥하면 기의 흐름도 왜곡되면서 살기가 발산되고, 노출된 대들보는 떨어지려는 살기를 발산해 해롭다고 한다. 따라서 높이가 다른 천장은 천장의 높이를 덧붙여 같은 높이로 만들거나 일정 높이로 개조해 살기를 무마해야 한다. 그리고 노출된 콘크리트 구조물은 천장을 설치하거나 천으로 가려 마치 없는 것처럼 중화해야 집안의 운이 악화되지 않는 등 풍수적으로 길하다.다음으로 한옥은 수장 공간이 많은 장점이 있다. 한옥은 앉아 생활하는 방과 서서 움직이는 대청의 천장 높이가 다르고, 천장의 높고 낮음의 차이를 이용해 벽장과 다락이란 수장 공간을 확보했다. 지붕과 천장 사이의 빈 공간을 ‘더그매’라고 부르는데, 이 공간이 의외로 넓어 물건을 많이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의 아파트에는 다락이나 벽장 같은 수장 공간이 없어 훗날 분명히 유품이 되고 추억이 될만한 물건도 보관상의 문제로 내다버리기 일쑤다. 이런 세태라면 후손들은 현대를 사는 우리의 손때 묻은 역사성 있는 물건들을 한 점도 물려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역사의 단절을 의미한다.전통 조경에서 물은 정원을 구성하는 중요 요소다. 경복궁의 아미산 후원에는 낙하담(落霞潭)·함월지(涵月池) 같은 풍류 짙은 석조(石槽)들이 있는데 이들은 노을이 떨어지고, 달이 담겨 있는 못이란 뜻의 예쁜 이름을 가진 석연지다. 석조는 큰 돌의 중앙을 깊게 판 후 물을 담아두거나 또는 연꽃을 키우는 물통이고, 우리 조상들은 연못을 팔 수 없는 좁은 마당에 이 석조를 놓아두고 연못이 가진 효용을 대용해 즐겼다. 이것은 ‘뜰 안에 못을 파면 크게 흉하다’고 하는 풍수적 금기에 따라 흉함을 피하면서 동시에 연못이 가진 경관미를 즐기려는 지혜가 담긴 물건이다. 마당에 못의 조영을 꺼린 이유는 모기 벌레들이 산다는 위생적 측면보다는 못으로 인해 뜰의 기능이 막히고 집안에 찬바람이 돌아 이상한 질병이 생겨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또 우리 조상들은 마당에 큰 나무가 서 있으면 흉하다고 생각했다. 담으로 에워싸인 마당에 나무가 서 있으면 그 형태는 ‘괴로울 곤(困)’자가 되고, 그 결과 나무는 집안에 불행과 재앙을 초래하는 원인이 된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나무는 벼락을 집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고, 또 광합성 작용을 위해 땅속의 수분을 빨아들이니 큰 나무가 있는 마당은 메마른 땅이 된다. 날씨가 건조해지면 땅속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집안에 미기후(지면에 접한 대기층의 기후)가 조절되는데, 나무로 인해 수분이 부족해지면 호흡기 계통의 질병이 생겨 고생하게 된다. ‘산림경제’에서 ‘석류를 뜰 앞에 심으면 현자(賢者)가 태어나고, 후손이 번창한다’라고 한 것은 마당에서 푸른 기운을 얻고자 한다면 못과 큰 나무보다는 작은 꽃나무가 유리하다는 주장이다.현대의 아파트에는 대개 안방에 딸린 전용 욕실이 있고, 평수가 넓은 아파트라면 드레스룸이란 완충 공간을 통해 출입한다. 그런데 욕실 내에는 창문이 별도로 설치되지 않으니, 습기 제거와 환기를 위해 보통은 안방으로 통한 욕실 문을 밤낮으로 열어둔 채 생활한다. 이것은 전통 조경에서 마당에 조영된 못과 같이 흉한 기운을 전달하며 그 결과 재물운과 건강운을 막거나 또는 더디 트이게 만든다. 문제는 사람이 활동하는 낮보다는 부부가 잠을 자는 밤 동안에 생겨난다. 안방의 바닥은 따뜻하고 욕실 안쪽은 차가우니 욕실의 찬 기운이 대류작용을 일으켜 안방에 찬바람이 돈다. 잠을 자는 동안 사람은 외부의 변화와 침입에 대항할 방어 능력이 가장 약한데, 이것은 외풍이 센 집처럼 주인 부부가 풍병(風病)에 시달리거나 또는 악몽을 꾸는 등 숙면을 방해한다.그 결과 피로가 누적돼 병이 생겨나는 원인이 되므로 잠을 자는 밤이라면 안방에 딸린 욕실 문은 언제나 닫아놓고 생활해야 길하다. 또 잎이 무성한 나무나 수령 높은 분재를 침실에 두는 것도 좋지 않다. 이것 역시 벽에 둘러싸인 나무 자가 되어 흉하다고 보지만, 큰 나무는 사람에게 해로운 벌레가 살고 낙엽이 떨어지는 등 생활에 불편을 초래한다. 그리고 풍수에서 분재는 자연대로의 성장이 아닌 인위적으로 수형과 성장을 조작한 나무이므로 생기보다는 억눌리고 억압받는 고통의 살기를 뿜어낸다고 여긴다. 따라서 침실 내에는 난 같은 화초를 키우는 것이 풍수적으로 길하며, 어항 같은 작은 소품은 들이지 않는 것이 좋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