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땅 어떻게 고르나

씨는 지난 해 여름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로부터 땅 투자를 권유받았다. 처음에는 썩 내키지 않았다. 8·31대책 이후 토지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은 데다 자칫 투기꾼으로 몰려 세금만 엄청나게 추징당할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지역이 강원도 횡성군 새말IC와 10분 거리에 있다는 소리를 듣고는 귀가 솔깃했다.그래서 주말을 이용해 K 씨와 지인은 함께 현장을 방문했다. 땅을 본 뒤 K 씨의 마음은 180도 달라졌다. 경사도가 20도로 완만한 데다 2차선 도로와도 멀지 않았다. 막히지만 않는다면 서울까지 2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K 씨가 구입하려고 했던 토지는 관리지역 내 전 2000평과 보전산지 8000평으로 매매가는 3억5000만 원이었다.그러나 그는 지난 주 현장을 다시 방문하고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산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자세히 보니 여름철에 봤던 모습과는 180도 달랐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봤을 때는 완만한 경사지였지만 늦가을에 보니 급경사지에 묘지가 5개가 있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이번 일로 친구와는 다소 사이가 벌어졌지만 부동산 투자에서는 좋은 교훈을 얻었다. 바로 “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모두 본 뒤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실수요냐 투자 목적이냐를 구분하는 것은 토지 투자의 기본이다. 상황에 따라 땅을 고르는 기준이 ‘하늘과 땅 차이’이기 때문이다. 만약 실거주를 생각한다면 실생활과 직접 연관이 있는 상하수도 전기 도로 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투자 목적이라면 당장 생활편의시설이 정비돼 있지 않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여기서는 오히려 멀리 보는 안목이 더 우선시 된다. 해당 지역이 지금 어떤 상황이냐는 것보다는 앞으로 5년 후 이 지역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지역개발계획 등의 중장기 대책도 큰 도움이 된다.용도 변경은 부동산에 있어선 신분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개발이 불가능한 용도로 묶여 있으면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데 이럴 땐 용도 변경을 통해 개발 가능한 토지로 바꾸는 게 유리하다. 용도만 변경되면 하루아침에 신분이 격상돼 엄청난 대박으로 이어진다.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이 혼합된 땅이 대표적이다. 상업지역의 비중이 높으면 해당 관청은 준주거지역을 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구입하려고 생각했던 토지가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의 경계선에 있다면 용도 변경에 따른 개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용도를 변경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만약 해당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으면 용도 변경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최근 자연재해나 관련법상 이용 제한을 받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토지 소유자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에서 땅을 구입할 때 제출한 이용 목적을 변경할 수 없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실수요자가 선호하는 토지라면 ‘저위험 투자’의 기본 요건은 어느 정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대체로 주거용지 상업용지 공업용지 관광용지 등이 실수요층이 두터운데 그 중에서도 도시 내에 있거나 도시 근교에 있는 땅이 ‘0순위’ 투자처다. 실수요자는 대체로 규모가 작은 땅을 찾는다.도로는 땅의 가치를 뒤바꾸는 물줄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수맥과 가까이 있는 나무가 쑥쑥 잘 자라는 이치라고 보면 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도로와의 인접성은 땅의 가치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전원주택지에서 도로는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결정적 요소다. 따라서 관공서를 방문해 도로개발계획과 지적도상에 도로가 있는지 확인한 뒤 구입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 물과 전기를 쉽게 얻을 수 있는 땅인지도 살펴봐야 한다.전기도 마찬가지다. 200m 이내의 거리는 간단한 설치비만으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200m가 넘으면 1m당 6만 원가량 가설비가 추가된다. 거리가 멀면 멀수록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경관만 보고 땅을 사면 경사가 급한 경우도 있다. 또 움푹 꺼진 땅을 살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집을 지을 때 토목공사를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경비가 많이 든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선 사계절 내내 변화하는 땅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 뒤 구입을 결정해야 한다.농가주택을 구입할 경우 막다른 골목의 집터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막다른 골목에 있는 집터는 좀처럼 개발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구입해 놓고 허송세월할 바에야 얼마를 더 주고라도 골목 초입에 있는 농가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는 말처럼 보기 좋은 땅이 투자가치도 높은 법이다. 특히 주택을 지을 생각이라면 가급적 네모반듯한 토지를 찾아야 한다. 현장을 여러 번 답사하면 토지 투자의 안목이 그만큼 높아진다. 해당 관청을 방문해 토지이용계획확인서 토지대장 지적도 등 공부(公簿)를 확인하는 것도 빼놓아선 안 된다.만약 ‘토지이용계획확인서’에 관리지역으로 표시돼 있으면 일단 집을 짓거나 기타의 개발 행위가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농림지역 보전임지 자연공원보호구역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은 개발에 재한을 받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거래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한다.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moneyro.com투자용 토지구입 요령 10선① 토지거래허가지역, 투기지역 여부 확인하라.② 호재가 겹치는 곳을 주목하라.③ 땅값은 새로 나는 길을 따라 상승하게 마련이다.④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를 눈여겨봐라.⑤ 개발예정지 인근을 찾아라.⑥ 지렛대 효과를 기대하지 말고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라.⑦ 투기가 아닌 투자 마인드가 필요하다.⑧ 자신의 판단으로 투자해야 한다.⑨ 도시계획을 눈여겨봐야 한다.⑩ 투자 타이밍도 손익계산서에 포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