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떠받들었더니 일류 되데요"

신증권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연구 대상으로 통한다. 은행 계열이나 재벌 계열이 아니기 때문에 위기가 닥칠 경우 버팀목이 없는 처지이면서도 줄곧 증권 업계 ‘빅5’ 자리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 외환위기 이전 증권사 빅5 가운데 아직까지 주인이 바뀌지 않고 회사 간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은 대신증권 하나뿐이다(외환위기 전 빅5 가운데 대우증권은 산업은행으로 주인이 바뀌었고 LG증권은 우리투자증권에 합병됐으며 동서증권은 부도가 났고 쌍용증권은 굿모닝신한증권으로 바뀌었다).기업 평균 수명이 15년(맥킨지컨설팅 추산)인 시대, 그것도 재벌 계열사마저 무너지는 상황에서 40년 넘게 선두 증권사 자리를 유지해 온 대신의 잠재력은 무엇일까. MONEY가 대신증권 노정남 사장을 만나 지금까지 대신이 걸어온 길과 향후 경영 전략 등을 들어봤다.노 사장은 대신증권 창업자인 양재봉 명예회장의 사위로, 은행원에서 출발해 증권 투신사 등을 거치며 30년간 금융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런던사무소장·국제본부장 등을 역임하는 등 국제 감각도 뛰어나다. 지난 5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외국 증권사와의 자본 및 업무 제휴 등을 추진해 왔다.노 사장을 만나기 위해 대신증권 3층 사장실을 찾았다. 보통 건물의 1, 2층은 매장이나 공용시설로 사용하기 때문에 3층은 업무 공간 중 가장 낮은 층인 셈이다. 다른 회사와 달리 사장 집무실이 낮은 층에 위치한 이유부터 물었다.-사장실을 3층에 둔 이유가 있나요.“양재봉 명예회장님의 뜻입니다. 회사 임원이란 자리는 직원들을 떠받드는 자리이지 명령하거나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강조하셨는데요, 이런 취지로 사장실과 임원실이 오래 전부터 3층에 있습니다.”-전업 증권사로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선두 증권사를 유지해 온 비결은 무엇입니까.“저도 대신에 온 지 만 20년이 지났습니다만, 대신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양 명예회장님이 창업할 때부터 동업자 정신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임직원 모두가 동업자라는 생각을 갖고 대신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이런 정신이 아직까지 뿌리 깊게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동업자 정신을 갖고 있다 보니 어려울 때일수록 임직원이 똘똘 뭉쳐 힘을 발휘해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신입사원들이 우리 회사에 입사하면 금세 강한 기업 문화에 동화되곤 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경력 직원들이 조직 문화에 잘 동화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인재를 확보하는 게 금융업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대신증권 고유의 조직 문화를 계승하면서도 다양한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더 열어야 할 것 같습니다.”-외환위기 등 큰 위기가 있었는데요.“금융회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 관리입니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가 지금처럼 체계적인 위험 관리를 하지는 못했지만 다른 회사에 비해서는 상당히 앞서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신증권은 과거 칠판에 분필로 시세를 쓰던 시절 최초로 전광판을 달았는데 전산 시스템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습니다. 도입 시기가 빨랐을 뿐만 아니라 전산 시스템의 품질도 뛰어나 일본 등지의 선진국 증권사들이 우리 사이버 증권거래 시스템을 견학하기 위해 회사를 방문하기도 합니다. 대만이나 태국에 전산 시스템을 팔기도 했을 만큼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습니다. 전산이 도입되면 반드시 리스크 관리가 뒤따라야 합니다. 동서증권은 적자를 냈기 때문이 아니라 일시적인 유동성 관리를 하지 못해 부도가 났던 것입니다. 앞선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리스크를 잘 관리했던 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우그룹 부도, 하이닉스 사태, SK사태 등 여러 차례 위기도 잘 넘길 수 있었습니다. 전산 시스템은 위기관리뿐만 아니라 2000년부터 온라인 주식거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을 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습니다.”-대표이사 취임 후 역점을 두고 추진한 일은 무엇입니까.“벌써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군요. 우리 회사에서 가장 바쁜 부서는 기획실입니다. 미래의 생존전략을 짜기 때문입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되면 어떤 모습으로 대신이 생존해야 할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 목표는 투자은행이 되는 것입니다. 정부가 몇 개 회사를 투자은행으로 인가해줄지 모르지만 우리도 그 반열에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투자은행으로 인가받기 위해서는 자기자본을 확충해야 하고 업무 능력과 인적자원 네트워크 등도 잘 갖춰야 합니다. 이 가운데 자기자본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메릴린치나 골드만삭스 같은 투자은행을 보면 자기자본 규모가 우리나라 대형 증권사보다 10배 이상 많습니다. 우리는 인수합병보다는 다른 증권사와의 자본 제휴를 통해 자기자본 확충을 추진할 것입니다.”-최근 일본 닛코코디알 그룹과 제휴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까.“그렇습니다. 일본 닛코코디알 그룹은 10여년 전만해도 일본의 3대 증권사로 주식 중개 업무를 중심으로 수익을 내오다 일본 금융 산업의 빅뱅을 겪으면서 지금은 투자은행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회사입니다. 닛코코디알 그룹이라는 금융지주회사를 중심으로 닛코코디알증권 닛코시티증권 등 70여 개의 금융계열사로 구성돼 있습니다. 특히, 자산관리 부문에서는 일본에서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회사입니다. 우리가 닛코코디알과 제휴한 것은 닛코의 금융 빅뱅 이전 사업 구조가 현재의 대신증권과 비슷한 체제여서, 투자은행 전환과 관련한 벤치마킹 대상으로 가장 좋은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또 자본 제휴도 이뤄졌기 때문에 자기자본 확충 효과도 있습니다. 대신증권은 닛코코디알 그룹과 제휴를 통해 투자은행 업무의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한 제휴 관계를 형성,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주식중개 이외에 새로운 핵심 역량을 육성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양사 각 3인씩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했고 PB(프라이빗 뱅킹) PM(상품운용) PD(상품개발) M&A(인수?합병) IPO(기업공개) 온라인거래 등 6개 부문에 걸쳐 소위원회를 구성, 제휴 사업을 본격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7030 프로젝트란 무엇입니까.“대신증권은 위탁시장에 강한 증권사지만 앞으로는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에 맞춰 자산영업 부문을 더욱 강화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작년부터 7030 프로젝트를 추진, 자산관리 부문 수익 비중을 3년 이내에 위탁 부문 대비 30%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자산영업 거점점포 4곳을 선정해 전담 직원을 배치했고 올해 자산영업본부를 신설해 자산관리 브랜드 개발, 영업종합시스템 구축, 자산관리 직원 양성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앞으로 주식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당초 하반기 주가가 좋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북핵 사태로 조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북핵 문제는 시장을 크게 압박하는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민주당의 선거 승리로 북핵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요인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일시적 조정이 있겠지만 2007년엔 기업실적호전 및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신 리서치센터는 2007년 1650까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 4분기쯤에 코스피지수 고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글 김남국·사진 이승재 기자 nkkim@hankyung.com노정남대신증권 사장연세대 행정학과한일은행 입행대신증권 상무이사 대신투자신탁운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