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면·인내·겸손…부자의 3박자 덕목

자가 되는 방법은 매우 많다. 그 방법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많아서 부자가 되는 조건을 한 마디로 말하기는 무척 어렵다. 복잡계 경제학에서는 인적 요인, 시간적 요인, 공간적 요인 외에 과거에는 설명할 수 없던 요인-이것을 운(運)이라고 말할 수 있다-을 엉뚱한 과학적 법칙에서 찾아내기도 한다.부는 크게 보아 노력과 고통을 겪으며 얻은 것,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얻은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른바 불로소득이 후자에 속하는 것인데 이를테면, 배당금이나 이자 등에 의한 것이거나, 복권에 당첨된다든가, 부자와 결혼을 한다거나, 부자인 부모로부터 유산을 받는 경우 등과 같은 것이다. 이렇게 ‘성실함’이나 ‘고통’을 수반하지 않고 얻은 부는 오래 가지 못하거나(부자 3대 못 간다) 오히려 불행의 씨앗이 되는(호사다마) 경우가 많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의 이후 모습을 추적한 어느 리포트에 의하면 80% 이상이 오히려 불행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시련은 가치 있는 성공의 전주곡이다맹자 고자장구하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순(舜)임금은 밭이랑[견무( )] 가운데서 몸을 일으켰고, 부열(傅說:중국 은나라 고종 때의 재상으로 중흥의 대업을 이룸)은 토목공사장[판축(版築)]에서 등용되었고, 교격( :주나라 문왕 때의 관리)은 어물과 소금을 파는 가운데서 등용되었고, 관이오(管夷吾:관중, 제나라 정치가)는 사관에게 갇혔다가 등용되었고, 손숙오(孫叔敖:초나라 장왕 때의 현신)는 바닷가에서 등용되었고, 백리해(百里奚:우나라의 현신)는 시장에서 등용되었다.”그러므로 “하늘이 장차 어떤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리려고 하면 반드시 먼저 그 심지를 괴롭히며(天將降大任於是人也 必先苦其心志), 그 근골을 수고롭게 하며, 그 신체를 굶주리게 하고, 그 몸을 빈궁하게 하여 행하는 일을 이루지 못하게 하니, 이것은 마음을 분발시키고 성질을 참게 하여 그 능하지 못한 바를 더욱 증익해 주고자 함이다.”부자들의 전기를 보면 모두가 젊어서 심한 경제적 고통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난다.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는 자신에게 닥쳐온 고통과 시련을 묵묵히 참고 이를 극복해내었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음을 알 수 있다.존경받는 부자들은 한결같이 자신에게 닥쳐왔던 고난의 시간을 최선을 다해 성실히 이겨냈다는 데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성실(誠實)’이란 무엇인가. 성(誠)은 말씀 언(言)과 이룰 성(成)을 합한 글자로 ‘말을 실천하여 진실을 이룬다’는 뜻이다. 이 말 속에는 ‘부지런함·참을성·겸손함’의 뜻이 포함돼 있다. 사훈이나 가훈에 ‘성실’과 ‘인화’가 가장 많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라 하겠다.부지런함부지런하다고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지런하지 않고 부자가 된 사람은 거의 없다. “행복의 길은 ‘근면’이라는 오래된 도로를 따라 뻗어 있다”는 말은 참으로 멋진 말이다. 일본 교세라그룹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렇게 말한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되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날마다 성실하게 살아가라.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과 가치는 바로 이 성실하고 착실한 구도자적 삶에 있다고 하겠다. 꿈을 현실로 바꾸고 생각을 성취시키는 사람이란, 쉽고 편한 길을 택하기보다는 꾀부리지 않고 한 걸음씩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비범한 사람들이다.”우리나라의 신화와 전설을 추적해 한국인의 원형을 찾으려고 애쓰는 김열규는 ‘한국인의 자서전’에서 개성상인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예화를 소개하고 있다.이른 봄이면 사람들은 농사짓기에 대비해 똥오줌 거름을 사고팔았는데, 파는 사람이 오줌 거름에 물을 많이 타서 양을 부풀리는 일이 잦았다. 하루는 어느 아비가 아들을 데리고 와 아들에게 물 기운이 적은 거름통을 골라보라고 시켰다. 한동안 궁리하던 아들은 새끼손가락을 오줌통에 집어넣고 한참을 담갔다가 휘휘 젓더니 손가락을 입 안으로 넣고 맛을 본 후, “맛 묽기가 오줌 반에 물이 반이야!”라고 했다. 이 이야기는 개성상인의 이념인 ‘검약과 짠지 목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옛 말에 큰 부자는 하늘이 낳고, 작은 부자는 근면이 낳는다(大富由命 小富由勤)는 말이 있는 것이다.참을성호아킴 데 포사다의 ‘마시멜로 이야기’는 ‘참을성’이 성공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가를 말해주는 짤막한 이야기다.어느 연구자가 600명의 아이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방 안에 혼자 있는 아이에게 마시멜로 과자를 하나 주며 “15분을 참고 기다리면 한 개를 더 주겠다”고 한 후 행동을 관찰하는 실험이었다. 세월이 지난 뒤 연구원들은 실험에 참가했던 어린이 600명 중 200명을 찾아내 아이들의 부모에게 성장한 자녀들의 재능과 장점에 대해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15분을 기다려 마시멜로를 한 개 더 상으로 받은 아이들과 15분을 참지 못해 마시멜로를 먹어치우고 만 아이들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15분을 참았던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아이들보다 학업 성적이 뛰어났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훨씬 원만하고,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겨우 15분이었지만, 눈앞의 마시멜로에 만족한 아이들보다 한순간의 유혹을 참고 기다렸던 아이들이 성공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참을성’이 성공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소임을 말해주는 이야기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일본의 도쿠가와 막부의 제1대 쇼군으로, 원래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수하에 있었다. 그러나 그는 ‘참는 데는 한도가 없다(忍從無限)’는 정신으로 끈질기게 기다려 마침내는 도요토미를 무너뜨리고 전국을 통일했다.겸손함주역 64괘 중에서 6효가 모두 좋은 괘는 ‘지산(地山) 겸(謙)’괘뿐이다. 높은 산이 평지 아래에 있는 모양, 즉 높은 위치에 있으면서도 스스로 높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겸손의 이치이고 겸손해서 잘못되는 일은 결코 없다는 뜻이다. 이 겸괘에는 항상 ‘노(勞)’자가 앞에 붙어 다녀 노겸(勞謙)이라 하며, 이것은 어느 상황에서나 항상 부지런하고 겸허하며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동양에서는 평민으로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오복을 모두 누린 사람을 ‘곽자의 팔자’라 했다. 곽자의(郭子儀, 687~781)는 당나라 때 안록산의 난을 평정하고 그 공로로 분양왕에 봉해졌으며 공주 며느리를 얻고 상부(尙父:아버지처럼 숭상한다는 뜻)라는 칭호를 받았다. 그는 또 95세까지 살면서 100명의 손자를 두어 동양인들이 모두 꿈꾸는 오복을 두루 누렸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병풍에 ‘곽분양행락도’를 그려 넣고 그림 속에서 손자를 안고 있는 곽자의의 모습을 보면서 부러워하기도 했다.대만의 주역 대가인 남회근(南懷瑾)은 ‘역경계전별강(易經繫傳別講)’에서 곽자의의 이러한 복의 근원을 ‘노겸(勞謙)’에서 찾았다. 중국 당나라 때 안록산이 반란을 일으키자 당나라 명황제는 난을 피해 도망 다니며 어려움을 겪었을 때 곽자의는 난을 평정하고 황제를 구했다. 황제는 한편으로 곽자의에게 고마워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두려워했다. 황제는 곽자의가 반란을 일으킬지 모른다고 생각해 곽자의의 병권을 회수했다. 그는 주저 없이 그대로 따르고 병사 몇 명만 데리고 시골로 돌아가 조용히 살았다. 한참 뒤 서강(西羌)의 난이 또 일어나자 황제는 다시 그에게 출병을 요구했고 곽자의는 순순히 흩어진 병사들을 모아 난을 평정한 후 다시 병권을 내놓고 시골로 내려갔다.남회근은 곽자의의 이러한 행동이 ‘수고를 다하면서도(勞) 겸양하는(謙)’ 대표적 사례로서 복의 근원은 바로 이런 ‘노겸’에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