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밸류 10년투자펀드

국밸류자산운용(사장 이용재)의 대표 펀드매니저인 이채원 전무는 요즘 경기가 나쁜 업종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정보기술(IT)주나 경기 호황을 구가 중인 조선 업종은 이미 그의 관심권 밖이다. 이 전무는 업황이 나빠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업종에 포커스를 맞춘다. 더 이상 상황이 나빠지지 않을 업종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고 잘 버텨가고 있는 종목이 그가 찾고 있는 주식이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고 자산가치가 높은 기업이면 더욱 좋다. 업황이 개선되면 주가 상승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10년간 펀드매니저로 잔뼈가 굵어오며 체득한 노하우다.이 전무가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아 운용 중인 한국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는 그의 ‘가치투자’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상품이다. 펀드 이름에도 나와 있듯이 이 상품은 10년 이상 장기간 투자를 지향한다. 길게 내다볼 줄 아는 여유를 가진 투자자들을 위한 펀드다. 펀드 약관을 살펴보면 더욱 명확하다. 가입한 지 1년 이내에 환매할 경우 이익금의 70%를 내놔야 한다. 2년 미만이면 이익금의 50%, 3년 미만이면 이익금의 30%를 각각 환매 수수료로 부과한다. 최소한 3년 이내에는 펀드를 해약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 운용사에서 투자 기간 3~4년은 단기로 분류될 정도다. 이처럼 까다로운 조건이지만 지난 4월 선보인 이후 5개월 만에 2700억 원의 자금이 모여들었다. 이 전무가 지향하는 ‘가치투자’의 힘을 믿는 고객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가입자 중에는 전·현직 은행장에서부터 여의도 증권가에서 주식깨나 잘 안다는 애널리스트까지 금융권 인사들이 즐비하다.이 전무는 ‘가치 투자의 전도사’로 잘 알려진 스타 매니저다. 동원증권(현 한국증권)에서 고유계정으로 주식을 매매할 때는 회사에 엄청난 이익을 안겨줘 화제가 됐다. 지난 2000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누적수익률이 435%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56.40%)의 8배에 가까운 놀라운 성적이다. 고수익의 비결은 철저한 가치 투자다. 매년 꾸준한 실적을 내고 완만한 성장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소외받고 있는 종목을 골라내 장기간 보유하며 주가가 오를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이다. “가령 롯데칠성의 경우 지난 99년만 해도 10만 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었어요. 주가수익률(PER)이 겨우 1배 정도에 불과했지요. 하지만 저는 롯데칠성의 실적을 감안하면 반드시 제대로 평가받을 날이 올 것이라 믿고 과감하게 사들였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죠.” 지금 롯데칠성 주가는 130만 원을 웃돈다.‘한국밸류10년투자펀드’는 주식형의 경우 연 10%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시중금리에 ‘+α’ 를 더한 수준이다. 이 전무는 “시장 상황에 따라 연 10~20%도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 펀드의 힘은 장기 투자에 있다. 일반 성장형 펀드처럼 상승장 때 수익률 순위에서 앞장서 나가지도 않고 반대로 하락장에서 곤두박질치지도 않기 때문이다. 잃어도 크게 잃지 않고 꾸준하게 평균 이상의 수익을 쌓아나가는 전략이다. 리스크는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저위험중수익(Low Risk Middle Return)’ 스타일이다.회사 측은 개인 투자자 위주로 마케팅을 하고 있다. 기관 자금은 아무리 금액이 커도 사양한다. 기관 자금은 대부분 단독펀드 형태로 설정해 주길 원하지만 그 경우 단기 수익률에 따라 자금 유출입이 심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장기 투자가 얼마나 힘을 발휘하는지 예를 들어 살펴보자. 지난 7월27일 기준으로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연 4.87%다. 같은 날 기준으로 한국증권의 유니버스 종목들의 예상평균 이익수익률은 9.17%로 계산된다. 이익수익률은 PER의 역수로 시장이 주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실질수익률의 장기지표로 사용되는 수치다. 매월 50만 원씩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 주식형에 적립식으로 10년간 투자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국고채 3년물 수준인 4.87%의 수익을 매년 낼 경우 10년 후에는 7698만 원을 손에 쥐게 된다. 반면 연평균 9.17% 수익률을 기록했을 경우에는 10년 후 9646만 원을 찾을 수 있다. 이 자금을 거치식으로 다시 투자한다면 20년 후에는 2억5000만 원까지 불어난다.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워런 버핏이 29년간 달성했던 연평균 25.14%의 수익을 가정하면 10년 후에는 2억 원으로 불어나고 이어 거치식으로 바꿔 추가로 10년을 묻어두면 19억6000만 원까지 불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장기간에 걸친 복리투자의 힘이다.현재 한국밸류자산운용은 이 전무를 포함해 8명의 매니저를 이 펀드 운용에 투입하고 있다. 가치 투자의 첫걸음은 철저한 기업 분석이다. 매니저들은 대부분의 일과를 기업 탐방으로 짜놓고 있다. 펀드매니저 한 명이 여러 개의 펀드를 관리해야 하는 대형 운용사와는 전혀 사정이 다른 셈이다.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의 또 다른 장점은 운용 스타일 측면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운용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길게 보기 때문에 시장상황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펀드의 성격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가치 투자 대상이 되는 종목은 사실 개인들에겐 그다지 인기가 없는 종목들이다. 남들 오를 때 상승 탄력이 좀처럼 붙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 변동에 민감한 성장주에 비해 훨씬 마음이 편하다. 수익률 방어 능력이 좋고 길게 보면 상승폭도 상당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평가된 성장주의 경우 장래 사업성이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어 주가가 더 상승하려면 기대 이상의 실적이 나와야 하는 부담이 있게 마련이다. 오히려 기대만큼 실적이 받쳐주지 못할 때는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에 항상 노출돼 있다. 그래서 가치주를 장기간 보유할 수 있는 펀드매니저는 ‘발 뻗고’ 잘 수가 있는 것이다.투자자들은 한국 증시가 전반적으로 재평가되면서 숨어 있는 가치주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전무는 “어떤 장세에서도 살 종목은 있다.”고 말한다. 과거 80년대 이른바 ‘트로이카주(은행 건설 무역)’ 전성시대에는 블루칩, 90년대 IT버블 때에는 자산주, 최근에는 중소형주 등이 그런 경우라는 설명이다. 지금도 1조~2조 원어치 정도는 더 사고 싶은 주식이 있다고 이 전무는 말한다.펀드 운용팀은 최근 업종별로 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종목들을 집중 발굴하고 있다. 1~2년 반짝 빛을 내고 사라지는 기업이 아니라 독보적인 기술로 10년 이상 롱런할 수 있는 중소형 기업들을 찾아내고 있다.이 상품은 자녀에게 상속하기에도 적합하다. 현행 상속세법과 증여세법에 따라 투자원금 3000만 원까지는 과세가 되지 않는다. 미성년자의 경우에는 1500만 원까지다. 자녀 명의로 1500만 원을 거치식으로 투자할 경우 20년이나 30년 후에는 상당한 목돈을 자녀에게 세금 없이 물려줄 수 있는 것이다. 한국증권 창구에서 가입할 수 있다. 주식형과 채권혼합형 두 종류가 있으며 보수율은 연 2.844%(주식형), 연 1.644%(채권혼합형)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