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중구 정동은 조선 후기부터 광복 직후까지 숱한 애환을 간직한 곳이다. 조선 5대 정궁 가운데 하나인 덕수궁을 비롯해 한국 최초의 개신교회인 정동제일교회, 근대교육의 시초인 배재학당과 이화학당, 을사조약이 진행된 중명전 등이 모두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정동은 곳곳에 문화재들이 산재해 있어 증·개축 등의 건축 행위를 제한받고 있다.두비개발이 정동 11의 3에 있는 사옥을 리모델링하게 된 것도 이 일대가 문화재보호구역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두비개발 사옥은 정동극장과 신아일보 별관을 좌우로 하고, 앞뒤에는 정동제일교회와 중명전이 자리 잡고 있다.두비개발이 이 빌딩을 인수한 것은 지난 2004년 5월. 이 건물은 1960년대 지어진 건물로 당시 종로, 중구에서 처음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건축사적으로 매우 의미가 있는 건물이었다.두비개발 사옥은 비록 외관은 낡았지만 60년대 지어진 건물치고는 골조상태가 매우 양호했다. 회사 측은 뼈대만 남기고 배선 하나까지 새로 작업하면서 건물을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탈바꿈시켰다. 경유를 태워 난방을 하던 보일러 탱크를 과감히 없애고 도시가스로 교체했으며 각 층마다 천장 밀착형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했다. 외부로부터 자연광을 많이 받도록 창문을 넓혔고 건물 어느 곳에서도 주변 자연녹지를 볼 수 있도록 내부를 설계했다. 곳곳에 전열, 전화, 랜선, TV 수신 콘센트를 설치해 배선을 깔끔하게 정리했다.외부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건물 아랫부분은 붉은 색 벽돌로 시공해 주변 건물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했고 슬래브로 마감했던 옥상에는 정원을 조성해 직원들의 휴식 공간으로 사용토록 했다. 물론 회사 측이 리모델링 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구조 안전 진단이었다. 40년 전에 지어진 건물치고는 보존상태가 양호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 내부에 기둥을 1~2개씩 더 설치해 건물의 안전도를 향상시켰다. 총 투입된 공사비는 30억 원. 오피스 리모델링 시 종종 분쟁 요인이 되는 세입자 문제는 마지막 세입자의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공사를 늦춰 혹시 모를 분쟁 요소를 사전에 없앴다.내부도 특이하게 설계했다. 각 호실의 간판 디자인을 하나로 통일해 일체감을 주도록 했고 로비는 나뭇잎으로 꾸며 마치 숲 속에 온 듯한 느낌이 나도록 했다. 건물 관리는 전문회사에 맡기기보다는 직영으로 해 입주자들의 불만을 바로바로 체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리모델링은 임대료와 세입자 만족도 상승으로 이어졌다. 건물이 새롭게 변신하면서 입주를 원하는 세입자들도 줄을 잇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두비개발은 건물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입주자 선발 기준까지 마련해 세입자를 선별하고 있다. 다만 리모델링을 하다 보니 별도로 주차 공간을 확보해 두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