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의 시대인가 봅니다. 원가가 6만 원인 시계를 100년 전통의 명품시계로 둔갑시켜 500만 원짜리 제품으로 속여 판 업체가 적발된 적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명품 선호 심리를 파고든 것이지요. 얼마 전 서울 근교에서 유기농 포도를 재배하고 있는 유기봉 시인을 만났더니 “모 방송에서 ‘유기병 시인’이라는 가공인물을 등장시켜 자신의 시를 패러디했다.”고 분해 하더라고요. 포도밭을 가꾸며 시작(詩作) 활동을 하는 이 나라의 시인은 자신뿐인데 난데없이 짝퉁 시인이 출몰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라는 겁니다.이런 세태를 보고 “그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양지로 나와서 매사에 정면 승부를 걸지 않지.”라고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상상력이란 게 좋은 대로만 쓰이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위조지폐 감별기를 만드는 업체들은 항상 위폐업자들과 피 말리는 전쟁을 벌인다고 합니다. 위폐범들은 새 위폐 감별기가 나오면 금세 그걸 분해한 뒤 더 정밀한 위폐를 내놓는다는 겁니다. 감별기 업체는 그것보다 한발 더 앞서려고 노력하고요. 기술 개발의 목적을 제쳐놓고 보면 둘 다 모두 ‘선(善)’을 행하는 셈이죠.인류를 발전시켜 온 상상력도 항상 선을 위해 작동하는 건 아닙니다. 단번에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욕심이 그릇된 상상력을 키우기도 합니다. 짝퉁은 그릇된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주식시장에서 횡횡하는 ‘작전’도 어찌 보면 짝퉁을 블루칩으로 둔갑시키는 눈속임에 다름 아닙니다.재테크는 여유자금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본 과목을 이수한 뒤 여유가 있으면 선택적으로 하라는 권고지요.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노후 준비의 기본이랄 수 있는 연금을 새롭게 조망해 봤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미운 털이 잔뜩 박힌 국민연금도 열 자식 부럽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놓치기 쉬운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투자 에센스를 찾아 공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대박’을 향한 과잉 상상력을 잠시 접어두시고 동시대 노후 대비의 최후 보루인 연금을 찬찬히 살펴보세요. ‘나는 재테크와 인연이 없어.’라고 말하는 분들이 먼저 읽어보시면 ‘바로 이거야.’라고 무릎을 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