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위의 골프규칙 위반 스토리

셸 위(17·나이키골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여기에서는 그의 골프규칙 지식에 대해 얘기해보자. 미셸 위는 골프규칙 이야기가 나오면 손사래를 칠 법하다. 프로 전향 후 1년도 안된 사이에 실격과 벌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골프규칙집을 보는 것은 싫다.”고 말한다. 미셸 위가 지난해 10월 프로로 전향한 뒤 최근 출전한 브리티시여자오픈까지 겪은 규칙과 관련된 것을 모아본다. 미셸 위의 골프 규칙 지식이 얕다는 것을 밝히려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그가 규칙 위반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는 것이므로 오해없기를 바란다.-미셸 위의 프로 데뷔전인 2005년 미국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 3라운드 7번홀(파5)에서 볼이 숲에 빠져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한 뒤 드롭 했다. 그런데 드롭한 볼이 원래 위치보다 홀 쪽으로 더 가깝게 간 것이 드러나 ‘오소(誤所) 플레이’로 인해 실격을 당했다.미셸 위는 당시 골프 기량 못지않게 골프규칙에 대한 지식도 수준급으로 알려졌었다. 그래서 드롭해야 할 상황이 되면 경기위원을 부르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나가곤 했다. 그 때도 자신이 드롭할 때 애용했던 ‘트라이앵글 방식’을 썼다. 볼이 있던 곳을 밑변으로 하고, 그 후방 쪽으로 양변을 삼아 임의의 역삼각형을 상정한 뒤 그 안에 드롭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원위치보다 앞쪽에 드롭할 수 없고, 따라서 문제가 될 소지가 적다.그러나 미셸 위가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드롭할 때는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한 기자가 그 광경을 유심히 살폈고, 그 기자의 제보로 결국 실격당하고 말았다. 미셸 위는 ‘데뷔전 실격은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은 채 하와이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올해 들어서 미셸 위는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대부분 미국LPGA투어 대회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필즈오픈에서 브리티시여자오픈까지 모두 7개 미LPGA투어 대회에 나갔는데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만 공동 26위를 했을뿐, 나머지 6개 대회에서는 모두 5위 안에 들었다.그런데 지난달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하마터면 사단이 일어날 뻔했다. 대회 4라운드 15번홀(파5·559야드). 드라이버 샷이 오른편 갤러리 스탠드 쪽으로 날아갔다. 가보니 스탠드앞에 방송중계용인 듯한 케이블이 깔려 있었고 볼은 그 케이블에 붙어 있었다. 케이블 바로 옆은 갤러리 스탠드. 미셸 위는 처음에 무심코 드롭하려고 했다. 스윙하는데 스탠드(움직일수 없는 인공장애물)가 방해가 되니 벌타 없이 구제받을 수 있고, ‘니어리스트 포인트’를 정한 뒤 그 곳으로부터 한 클럽 내에 드롭하는 것이 그가 알고 있는 상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한 뒤 드롭을 잘못해 실격당한 이후로 규칙 문제에 더 신중해진 때문이었을까. 미셸 위는 경기위원에게 “나는 이 상황에서 드롭을 하고 싶은데 괜찮겠는가?”고 물었다. 그런데 경기위원은 “먼저 케이블을 치운 뒤 볼이 움직이면 리플레이스하라.”고 말했다. 스탠드가 옆에 있다고 하여 드롭을 먼저 하는 것이 아니라, 볼 옆에 있는 케이블(움직일 수 있는 인공장애물)을 먼저 치우고, 그런 뒤 스탠드가 방해가 되면 드롭하라는 말이었다. 만약 미셸 위가 경기위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삼성월드챔피언에서처럼 스스로 드롭부터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8월초 열린 브리티시여자오픈. 미셸 위는 다른 대회와 달리 첫날부터 무거운 발걸음을 한끝에 공동 26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런데 미셸 위가 중위권에 머무르게 된 결정적 요인은 벙커, 그것도 규칙위반이었다.2라운드 14번홀(파4). 두 번째 샷이 그린 사이드 벙커에 빠졌다. 때마침 볼 뒤에는 이끼 뭉치(루스 임페디먼트) 같은 것이 있었다. 벙커 내 볼 옆에 있는 루스 임페디먼트는 스트로크하기 전까지는 접촉하거나 움직일 수 없다. 그런데 미셸 위는 백스윙 도중 클럽헤드가 그 이끼 덩어리에 닿았고, 그 여파로 모래까지 들썩거렸다. 이 광경은 TV카메라에 잡혔고, 미셸 위는 꼼짝없이 2벌타를 받고 말았다. 보기에서 졸지에 트리플 보기가 돼버렸다.프로 전향 후 벌써 두 번째 규칙 위반이다. 기량 못지않게 골프규칙 공부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방증이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타이거 우즈는 지난 96년 말 프로로 전향한 뒤 규칙 위반으로 벌타를 받은 것은 지난해 단 한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