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의형 포도에셋 사장

화 ‘동막골’에서 인민군 장교가 마을 촌장에게 물었다. “촌장 어른은 목소리도 높이지 않는데, 마을 사람들을 이끄는 비결이 뭐요?” 촌장의 지도력은 계급이나 재물의 힘이 아니었다. 정신이 나간 아가씨 여일도 다소 안타깝게 보이긴 하지만 그런대로 먹고 사는데 문제가 없었다.그렇게 동막골 사람들은 나이 든 노인이든, 장애인이든, 어린아이든 함께 어우러져 살았다. 개인의 경제적 차이가 그들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곳간에 수류탄이 터져 양식이 모자라는 것이나 멧돼지가 밭을 파헤치는 문제도, 그것은 마을사람 모두의 걱정이지 누구 한 사람의 걱정이 아니다. 여기서는 그 누구도 자신의 노후를 따로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동막골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옛날에는 자식 농사가 최대 노후 설계였다. 적어도 지금의 노인 세대 때까지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대학생들에게 미래의 집을 설계하라고 했더니, 가정부와 애완견 방은 있어도 부모 방은 그리지 않는 세상이다. 그런데도 아직 관성 때문에 자식 농사를 하느라 노후 설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얼마 전 50대 초반 주부들 모임에서 노후 설계 강의를 했다. 언론에서 노후 설계 자금이 몇 억 원씩 든다는 말을 들어 걱정과 관심은 많지만, 정작 금융상품의 이점을 찾아 활용하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저축은행 상품이 5000만 원까지는 예금자보호가 된다는 기초 정보 정보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자산을 그냥 은행예금으로 관리하거나, 예전부터 하던 사설 계에 의존하고 있었다.하지만 본격적으로 노후 대비를 시작하는 순간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일례로 54세의 대기업 임원인 박 씨는 보험도 거의 들지 않았고, 다른 노후 대비 금융상품에도 투자한 적이 없었다. 여유 자금이 있으면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두었다가 주식에 투자하곤 했다. 필요한 목돈이 있으면 몇 달 치 여윳돈을 모아서 해결해 왔다. 노후는 집 두 채 중 한 채를 팔아 해결할 생각이었다. 본인의 소득도 꽤 되고 부인도 공무원이라 그동안 큰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5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좀 더 체계적인 노후 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뒤늦게나마 재무 상담을 받았다.박 씨는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가 눈앞에 닥친 노후에 큰 불행을 겪을 수 있다는 설명에 깊이 공감했다. 그래서 그는 일단 더 늦기 전에 보장성 보험부터 가입하기로 했다. 아직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고 사회적으로 보장해 주지 못하는 노인병들이 많기 때문이다.또 단기, 중기, 장기 자금 목적에 맞게 최소한의 저축을 하기로 했다. 박 씨 가정은 소득에 비해 생활이 검소한 편인데, 다만 주기적으로 여행을 품위 있게 해 왔다. 그런 여행 경비를 미리 계획하기로 한 것이다. 또 여윳돈을 1년 단위로 가장 이자율이 높은 상호저축은행에 예치하기로 했다. 대학에 다니는 두 자녀의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적립식 펀드에도 가입하기로 했다. 최소 3년 이상 투자한다는 가정 하에서는 적립식 펀드 수익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또 노후자금을 위해 10년 이상을 납입할 생각으로 유니버설 보험 상품에 가입하기로 했다. 아울러 은퇴 후 노후를 보낼 지역을 지금부터 여유 있게 알아보기로 했다.자식 농사로 노후를 설계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젊어서부터 스스로 노후 설계를 해야 한다. 늦었지만 50대 중반에서야 노후 설계를 제대로 한 위 박 씨의 말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제가 돈을 엉뚱한 데 쓰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노후 그림을 그려보니 정말 마음이 편안해지네요. 이제 어지간한 일이 생겨도 걱정 없을 것이란 안도감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