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투자시대… 투자 지도 그려볼까

리보다 미술 컬렉션의 역사가 오래된 서구 사회에서 미술품은 부동산, 보석과 함께 3대 실물 투자로 꼽힌다. 미국의 아트 투자 컨설턴트 회사인 펀우드(FERNWOOD)의 2004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55년부터 50년 동안 미술품의 연평균 수익률은 10%가 넘는다. 불황의 늪에 빠져 있던 한국의 미술 시장도 지난 7년간 연평균 12%의 수익률을 보였다. 세제도 미술품 투자에 유리한 쪽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미술품 세법 시행령이 대표적이다. 바뀐 미술품 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지난 12년간 적용됐던 미술품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가 폐지됐다. 기업이 구입하는 미술품들에 대해서도 업무용 자산으로 인정받게 돼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미술 시장의 활성화와 이번 미술품 세법 개정은 미술품 투자의 호기를 제공해 주고 있는 셈이다. 미술 투자에 관심이 있는 초보자들에겐 우선 미술 작품을 많이 접할 것을 권하고 싶다. 미술품을 자주 접할수록 작품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심미안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갤러리와 미술관을 찾아 다니며 작품을 봐도, 미술품을 보는 안목에 자신감이 없다면 좋은 미술품 투자 전문가를 찾아보자.지난 2월 내한한 파인 아트 펀드(The Fine Art Fund)사의 최고경영자(CEO)인 필립 호프만은 “예술 애호가 차원이 아니라 철저히 수익을 보고 미술품을 사고판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투자할 그림을 고를 때 내 취향보다는 미술품 전문 담당 직원들의 조언에 따른다”고 덧붙였다. 미술품 투자는 개인의 취향만을 따르는 게 아니라 미술 시장의 흐름을 따르는 게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한 번쯤 되새겨 볼만한 이야기다. 그러나 냉철한 시장 분석을 통해 투자 가치가 높은 미술품을 사들인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필립 호프만의 조언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평소에 그림에 대해 나름의 기호와 식별력이 있다고 생각했던 미술 애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호프만의 지적은 미술품 투자는 미술품 소장과는 사뭇 다른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라는 점을 일깨워 준다.지난 3월31일 뉴욕 소더비에서 아시아의 동시대 미술경매(Contemporary Art Asia)가 열렸다. 이날 최고 낙찰가(9억7920만 원)를 기록한 장 샤오강의 ‘동지(Camarade)’와 예상가의 3.7배를 받은 웨민준(5억6480만 원)의 ‘사자들(Lions)’은 중국 동시대 미술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여실히 보여 줬다.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 역시 대부분 낙찰돼 세계 미술 시장에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김기창 이우환 같은 원로들의 작품에서부터 중견 작가들인 박성태 이용덕 함진 안성하 홍지연 같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골고루 경매에 올려졌는데 예상치 못한 신진 작가들의 약진이 주목을 끌었다. 예상가의 1.5배(2280만 원)에 낙찰된 박성태의 작품처럼, 다양한 실험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동시대 미술에 낯선 사람들은 그냥 지나쳤을 작품이다. 하지만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키우는 갤러리의 조언을 받는다면, 그 작품의 의미와 값어치는 달라진다.한편 투자를 목적으로 미술품을 구입할 때는 재정 부분에 대해 조언을 받을 수 있는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작품을 구입할 때 거래 갤러리에 투자 자문을 담당하는 파트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 이 분야 직원들은 큐레이터의 일반적인 시각과 달리 작품 시세와 기대 가치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미술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은행원들은 모이면 예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예술가들은 모이면 돈에 대해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혹시 프라이빗 뱅킹(PB) 고객이라면 거래 은행의 아트 투자 컨설턴트의 자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선진국에선 예술(Art)과 은행(Bank)의 만남인 아트 뱅킹(Art Banking)이 일반화돼 있다. ‘아트 뱅킹’이란 은행에서 고객에게 미술품을 소개하고 투자 컨설팅을 하는 서비스다. 아트 뱅킹은 은행의 입장에선 고객들에게 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며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해준다. 반대로 고객은 투자할 미술품을 선정하는 데 시간을 절약하며 미술품에 투자할 경우 컨설팅과 대출 서비스도 함께 받을 수 있다. 씨티그룹 JP모건 UBS 체이스 도이체방크 등 세계 굴지의 은행들은 이미 미술품 투자 컨설팅 부서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중 UBS은행의 아트 뱅킹을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는다.세계의 부호들이 모여 있는 스위스 바젤에 본부를 두고 있는 UBS은행의 아트 뱅킹은 은행 내 전문 아트 컨설턴트와 은행 외부의 미술계 전문가를 초청, 고객의 미술품 컬렉션에 대한 전반적인 자문을 해주고 있다. 컬렉션의 현재 자산 가치와 향후 투자 방향 및 컬렉션을 이용해 창출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가치까지 조언해 준다. 또 컬렉션의 문화재로서의 값어치를 감정가에 포함해 알려준다. 미술품 투자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어떤 투자 파트너를 만날지 지금부터 생각해 보자. 함께 할 동반자를 찾는 것, 어떤 모험을 떠나든지 제일 중요한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