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선 세이에셋자산운용 사장의 즐거운 투자 전략

가가 많이 하락했지만 저는 즐겁습니다.” 증시가 폭락을 거듭하다 연중 최저치가 깨지는 시점에 MONEY와 인터뷰를 하게 된 곽태선 세이에셋자산운용 사장은 이처럼 주가 하락을 반겼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평가된 기업을 발견할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펀드를 운용하는 사람의 가장 큰 즐거움은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내는 것인데 시장이 급등했을 때에는 살 게 별로 없지만 약세일 때 좋은 회사를 찾을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다.이처럼 주가 하락기에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그만의 투자 비법은 무엇일까. 그는 장기 투자와 가치 투자, 배당 투자가 해법이라고 말한다.“80년대 후반 베어링증권에 입사했는데 당시 대부분 증권사들은 기업 탐방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직접 기업을 찾아다녔습니다. 물론 왜 찾아오느냐고 박대했던 기업도 많았지만 저는 회사와 공장, 연구소를 탐방하면서 기업의 가치를 나름대로 조사했습니다. 또 경쟁사까지 방문해 경쟁사들이 두려워하는 기업인지 아닌지도 파악했습니다. 투자하려는 기업은 과거 10년간 현금흐름 자료를 토대로 향후 5년간 캐시플로를 예측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내는 바텀업(bottom-up) 투자를 했기 때문에 시장 흐름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고 그래서 훨씬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됩니다.”주가 상승으로 배당수익률이 낮아지면서 ‘배당투자 시대가 끝났다’는 얘기도 있지만 곽 사장은 아직도 배당투자의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특히 배당 성향이 높은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는 것만큼 좋은 투자 방법은 없다고 역설한다.“저는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좋아합니다. 우선 배당수익률이 매년 3~4%만 되더라도 이 수익을 고스란히 재투자할 경우 장기적으로 수익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주가가 전혀 올라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셈입니다. 실제 1950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구성종목 중 가장 성과를 낸 주식으로 IBM이 꼽힙니다. IBM의 54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3.83%, 단순 누적수익률로 따지면 746.82%입니다. 하지만 IBM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낸 주식이 바로 고배당주인 엑손모빌입니다. 이 회사 주식의 54년간 누적수익률은 778.68%에 달합니다. 정보기술(IT) 같은 첨단 고성장 주식이 아닌 엑손모빌 같은 업체가 높은 수익률을 낸 배경은 꾸준한 배당입니다.또 주식 매매 차익의 경우 변동성이 매우 심합니다. 어떤 해에는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마이너스가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배당은 채권의 이자수입처럼 항상 플러스 수익을 보장해 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배당수익으로 인한 이익을 반영한 주가지수가 개발돼 있지 않지만 미국의 경우 지난 100년간 주식시장의 전체 수익에서 배당으로 인한 수익이 40~50%에 달했습니다.”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세이에셋자산운용은 배당 성향이 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세이 고배당 주식형)를 지난 2002년 4월 설정했고 운용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138%에 달하는 누적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무조건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에만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그는 지적한다.“회사 이익 규모의 50% 이상을 배당하는 기업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기업은 장기적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너무 많은 돈을 배당하면 투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적정한 배당 성향을 가진 기업이 바람직합니다. 또 미래에 배당금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합니다. 워런 버핏의 정신적 스승이자 가치 투자의 대가인 벤저민 그레이엄이 말한 대로 안정적인 배당뿐만 아니라 이익 증가율도 대단히 중요한 지표입니다. 좋은 기업을 찾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마인드나 능력 등 배당 이외에 다른 측면도 모두 감안해야 합니다.”그는 가치 투자와 배당 투자라는 원칙을 지켜가면서 분산을 통해 위험을 낮춘다고 말했다. 분산 투자의 원칙은 성경에도 나온다고 그는 강조한다.“성경 전도서 11장 1절과 2절에 ‘돈이 있거든 눈 감고 사업에 투자해 두어라. 참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이윤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세상에서는 어떤 불운이 닥쳐올는지 모르니 투자하더라도 대여섯 몫으로 나누어 하라’는 말이 나옵니다. 분산은 성서도 인정한 투자원칙입니다. 아무리 특정 종목이 최고라고 하더라도 세상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매달 운용 성과를 철저하게 분석하면서 수익이 특정 종목이나 산업에서만 발생했을 경우에 적절한 분산이 이뤄지도록 조절하고 있습니다.”증권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곽 사장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과 홍콩의 법률 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는 법조인 출신이다. 그러나 증권 관련 소송 업무를 담당하다 투자에 매력을 느껴 증권 업계에 투신했다. 90년대 중반 직접 펀드를 운용하면서 한국 투자 역외펀드 부문에서 가장 높은 실적을 내 S&P사로부터 상을 받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 세이에셋자산운용의 펀드들도 상위권 수익률을 내 업계의 주목을 받아왔다.곽 사장은 올해 지루한 조정 국면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 증시의 미래는 밝다고 단언한다.“큰 그림으로 본다면 한국의 주가는 1989년부터 2005년까지 무려 16년간 옆걸음질해 왔습니다. 이제 16년 만에 제자리를 찾아온 셈입니다. 주가는 횡보했지만 16년 동안 기업의 체질이 몰라보게 강해졌습니다. 따라서 다시 1000선 밑으로 주가가 내려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블루칩 기업들과 배당주 및 가치주 펀드에 편입된 좋은 기업들은 다른 나라의 우량 업체와 비교해 봐도 저평가됐습니다. 또 우리나라 블루칩 기업들은 배당도 많이 주고 있기 때문에 이들 기업에 투자하면 채권이나 예금 못지않게 안전성을 보장받으면서도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좋은 기업들은 희소가치가 있습니다. 국내 증시에서 상장되지 않은 우량 기업은 생보사 몇 개를 제외하곤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우량 기업에 대한 수요는 늘어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인수합병(M&A) 재료가 상존하고 있는 셈입니다. 또 중국 경제도 2008년 올림픽 때까지 호황을 지속할 것이고 이에 따라 한국이 수혜를 볼 것으로 보입니다.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투자 자산은 부동산과 채권 주식을 들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부동산과 채권 모두 이미 가격이 비싼 수준입니다. 주식이 제일 저평가돼 있습니다. 주식에 투자하면 통계적으로 매년 10% 정도 수익은 충분히 올릴 수 있습니다. 연 10%는 매우 훌륭한 수익입니다. 매년 경제성장률(5%)과 물가상승률(5%)만큼 수익을 올린다는 것인데요, 20대 초반 1억 원을 투자해 연 10%의 복리 수익을 계속 올리면 50년 후에 무려 117억 원으로 불어납니다.”곽 사장은 현재 비인기 업종이나 지역에 투자해야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현재 비인기 업종 가운데 성장성 높은 분야를 찾아야 고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일례로 IT 업종의 경우 악재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또 퇴직연금이 본격화하면 자산운용 시장도 커질 것이고 자산운용 회사를 갖고 있는 증권사 은행 등 금융 회사가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국의 지리적 위치를 보면 물류나 통신 등도 유망하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투자처 가운데는 중국이 유망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 주가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데요, 이는 기업들이 여유자금 대부분을 재투자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몇 년 지나면 안정적인 시기가 찾아오고 주가는 상승할 것입니다. 물론 수익을 내려면 5~10년을 바라보는 장기 투자를 해야 합니다. 상대적으로 인도 시장은 고평가된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 자산 가운데 해외 투자 비중은 10~20% 정도가 적당한데요, 분산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원화 약세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환 헤지를 하지 않고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입니다. 물론 전체 자산의 10% 정도만 해외에 투자한다는 가정 아래서입니다. 아직까지는 원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돌발 변수가 생겨 원화가 폭락하는 상황이 온다면 환 헤지를 하지 않았을 때 손실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해외 투자 시 반드시 선진국 주식도 일부 포함해 분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