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상속받은 박용찬 씨에 김윤석 팀장의 포트폴리오 훈수

범한 직장인인 박용찬 씨(35·가명)는 최근 3개월 동안 엄청나게 많은 일을 경험했다. 갑작스럽게 부친이 돌아가시고 장례를 치렀는데 슬픔을 가누기도 전에 상속 문제가 닥쳤다. 놀랍게도 상속세를 제하고도 본인 앞으로 무려 50억 원의 현금성 자산이 상속됐다. 부친이 어느 정도 재산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자산 규모를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박 씨는 갑작스럽게 거금을 상속받은 데다 자산운용을 해 본 경험도 별로 없었다. 몇 천만 원 정도로 주식투자를 해본 게 전부였다.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도 많지 않고,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 모두 불안해 보이기 때문에 어떻게 자산을 운용해야 할지 막막했다.고심 끝에 박씨는 HSBC 광장지점 김윤석 PB팀장을 찾았다. LG카드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김 팀장은 메트라이프생명을 거쳐 은행에 안착한 케이스. 금융계 전반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FP(파이낸셜플래너)협회가 수여하는 우수 FP상을 받았고 재무설계 사례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으며 메트라이프코리아 근무 시절에는 사내 최초로 CFP(국제공인재무설계사) 자격증을 받았고 HSBC에서도 ‘세일즈 루키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김 팀장은 박 씨의 현재 자산부터 분석했다. 상속 절차를 막 마무리하고 난 상태에서 박 씨는 30억 원을 은행예금 등 언제나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또 10억 원어치의 주식과 10억 원 규모의 양도성예금증서(CD) 및 머니마켓펀드(MMF)를 갖고 있었다. 김 팀장은 박 씨의 나이가 젊고 투자할 수 있는 기간이 상당히 길기 때문에 적절한 분산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잘 관리하면 은퇴 시점에 자산이 상당히 불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식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왔기 때문에 적정한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도 갖고 있었다. 나이가 젊어서 시장을 보는 눈도 나름대로 갖추고 있었고 따라서 금융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교적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김 팀장은 새 포트폴리오를 짜면서 우선 리스크 성향에 따라 자산을 구분해봤다. 박 씨의 나이와 성향 등을 감안할 때 고위험 자산의 비중을 40%, 중위험 자산 비중을 30%, 저위험 자산 비중을 30%로 하는 게 좋다고 김 팀장은 권했다. 특히 연령이 젊을수록 다소 높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고수익을 노리는 게 바람직하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위험을 낮추는 게 순리라는 게 김 팀장의 판단이다.김 팀장은 세부적으로 순수 국내 주식형 펀드에 10억 원을 투자하라고 권했다. 10억 원 가운데 5억 원은 운용자가 적극적으로 주식을 골라서 투자하는 액티브형 펀드에 투자하고 나머지 5억 원은 대형주 펀드로 운용하는 게 좋다고 김 팀장은 설명했다. 지금 주가가 급락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대세인 만큼 길게 내다보면 액티브형 펀드가 유망하다고 그는 진단했다. 특히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고 기관 등의 비중이 매우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대형주 펀드가 유망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액티브형 펀드와 대형주 펀드는 고위험 자산에 포함된다.그는 또 중위험 자산으로 배당주와 채권에 절반 정도 투자하는 배당주 혼합형 펀드에 10억 원을 투자하라고 권했다. 배당 성향이 높은 펀드에 자산의 절반 정도를 투자하고, 나머지 절반은 채권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다른 펀드에 비해 안정성이 매우 높다. 배당 성향 자체가 높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어느 정도 수익을 보전할 수 있으며 채권도 주식보다는 안전하기 때문이다.그는 해외 펀드도 포트폴리오에 일정 비율을 편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급락하고 있는 시장 상황을 감안했을 때 글로벌 투자를 통한 위험 분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펀드 총 투자금액은 전체 자산의 20% 정도인 10억 원이 적당하다고 김 팀장은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전 세계 시장에 분산 투자하는 글로벌 분산 펀드에 5억 원, 한국과 중국 일본 인도에 투자하는 실크로드 펀드에 5억 원을 각각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글로벌 분산 펀드의 경우 금융시장 규모를 감안해 전 세계 주식과 채권에 골고루 투자하기 때문에 위험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미국 투자 비중이 전체 운용자산의 4분의 1에 달하고 선진국인 유럽과 일본 비중도 높기 때문에 기대수익은 다소 낮다. 따라서 기대수익을 높이기 위해 한국과 중국 인도 등에 분산하는 실크로드 펀드에도 일정 자산을 분산했다. 해외 투자 펀드는 고위험 자산에 포함된다.김 팀장은 또 저위험 자산 가운데 하나로 지수와 연동되는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을 제안했다. 각국 주가지수와 연동해 주가가 오르면 추가로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으로 주가가 많이 하락했을 경우에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지수와 연계되는 ELS는 비교적 양호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그는 판단했다. 또 원자재 지수와 연계된 ELS에 투자할 것도 권고했다. 국제적으로 인플레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물가 상승 국면에서 가장 안전한 투자처는 원자재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 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원자재 지수와 연동되는 ELS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는 주가지수 연동 ELS와 원자재 지수 연동 ELS에 각각 5억 원씩을 투자하라고 권고했다. 그는 중위험 자산으로 구분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리츠(부동산펀드)에도 5억 원을 분산하라고 설명했다. 아시아 지역 리츠에 60%를 투자하고 나머지 40%를 부동산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형태의 아태 리츠는 적정한 위험에 비교적 높은 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그는 거의 위험이 없는 안전자산에 5억 원을 투자하도록 했다. 대표적인 게 은행 특판 상품을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 정책금리 인상으로 연 5.5%짜리 특판 예금 금리가 선보일 정도로 안전성이 높은 투자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일정 자산은 이런 예금을 이용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러나 높은 금리의 특판예금은 1인당 가입 한도를 2억~3억 원 선으로 제한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여러 은행 특판 정보를 수집해 분산 예치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