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commodities) 투자’가 부상하고 있다. 주가가 깊은 조정을 받고 있는 데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고 있으며 금리도 올라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주식과 채권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실물 투자의 매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원자재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데다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하기에 좋은 투자처란 인식이 퍼지면서 실물 투자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자산의 적정 비율을 실물에 투자해야 한다고 권고한다.실물 투자는 원유나 구리 알루미늄 같은 산업용 금속, 금 같은 귀금속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원유나 구리 같은 실물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실물 거래의 위험 회피를 위해 만들어 놓은 파생상품에 투자하거나 에너지 및 금속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게 일반적 관행이다.실물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줄여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물 투자는 주식이나 채권과 상관관계가 낮다. 즉 주식이나 채권의 움직임과 실물의 움직임이 별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투자 시 상관관계가 낮은 종목이 들어가 있으면 수익의 변동성이 줄어든다. 그만큼 안전한 투자가 된다는 얘기다. 삼성투자신탁운용이 지난 16년간 수익률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포트폴리오에 원자재를 포함했더니 수익률 변동 폭이 7.57%에서 5.58%로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또 실물 투자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투자처로 꼽힌다. 물가가 오르면 원자재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물가 상승으로 값이 싸지는 채권보다 훨씬 좋은 인플레 헤지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실물 투자는 또 최근 수년간 주식이나 채권보다 수익률이 더 높았다. 1990년 이후 최근까지 미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지수는 연 0.88% 상승했고 채권은 연 5.3% 올랐지만 원자재 지수는 15.13%나 올랐다. 특히 90년대 후반 들어 중국과 인도가 경제 성장을 위해 원자재의 ‘블랙홀’로 부상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이에 따라 실물 투자는 가장 짭짤한 수익을 내는 투자처가 됐다. 원자재 투자 규모가 작년 8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향후 원자재 투자 전망도 비교적 밝은 편이다. 중국과 인도의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원유 등의 공급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가장 대표적인 실물 투자처인 원유의 경우 앞으로도 높은 가격대가 유지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미국 및 중국의 석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1.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원유는 만성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라크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이란 등 주요 원유 생산 국가의 정치 상황이 매우 불안정한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의 잉여 생산 능력이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허리케인 등으로 미국의 주요 원유 정제 시설은 매년 주기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으며 원유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도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만성적인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메릴린치투신 박정홍 이사는 “중국 인도 등의 석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역사적 고유가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주요 실물 투자 대상인 산업용 금속도 유망하다. 중국 등의 경제 성장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광산 투자 부진으로 광물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또 달러화 약세와 유가 상승에 따른 위험 회피 수단으로 산업용 금속 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늘어나면서 펀드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는 양상이다. 알루미늄의 경우 중국의 수요 증가와 생산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가격 상승이 2008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구리의 경우 일본과 유럽의 경기 회복세로 인해 소비가 늘어나고 중국 수요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설비 투자도 제때 이뤄졌기 때문에 구리 공급은 2007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수요 공급 측면에서 구리 가격은 약세가 예상되나 펀드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시장 유동성 확대로 인한 가격 강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금값도 2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금은 주식시장과 반대로 움직이는 자산이다. 따라서 시장 변동성이 큰 시기에 금 투자는 포트폴리오 전체의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또 물가가 오르면 금값도 상승하는 게 일반적 추세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시기에는 가장 좋은 투자처다. 최근 금값이 급등한 이유는 귀금속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작년 하반기에 금 투자 수요가 56%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남아프리카의 금 생산량이 작년 15.4% 줄어드는 등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또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들도 외환보유고 다변화를 위해 보유고를 늘리는 추세여서 금값의 강세가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물 투자를 하려면 증권사나 은행, PB점포 등에서 판매하는 원자재 관련 펀드를 구매하면 된다. 특히 현재 고수익을 올린 해외 펀드의 대부분이 원자재 관련 펀드여서 많은 투자자들은 실물 투자가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물 투자의 과거 수익률이 높았고 앞으로 전망이 비교적 밝지만 철저하게 분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유는 실물 투자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1990년 이후 자료를 분석해 보면 대표적 위험 자산인 주식시장의 변동성(14.68)보다 실물 투자의 변동성(22.32%)이 훨씬 높다. 고수익이란 달콤한 유혹에 빠지면 자칫 위험이 지나치게 높아져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메릴린치증권 이남우 전무는 “기관 투자가들이 포트폴리오 분산을 위해 실물 투자의 비중을 높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원자재의 경우 위험도가 매우 높은 자산이기 때문에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0%가 적당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