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철 한불모터스 대표의 블루오션 전략

승철 한불모터스 대표(49·한국수입자동차협회장)는 국내 수입자동차 세일즈맨들에겐 신화적인 존재다. 지난 1986년 코오롱상사 내 자동차 사업부가 신설되면서부터 판매 업무를 시작한 1세대 세일즈맨인 그는 현직에서 후배들에게 ‘움직이는 교과서’로 통한다.때문에 송 대표에게는 얽힌 일화가 많다. 대표적인 게 1년에 100대도 팔지 못할 정도로 고전하던 사브(Saab)를 맡아 1년 만에 800대를 팔아치워 단일 모델로는 판매 1위(93년)를 기록한 것. 이 외에도 그가 손댄 자동차는 모두 최고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가 한불모터스를 설립하고 프랑스 자동차 푸조(Peugeot)를 수입한다고 했을 때 주위의 시선은 냉소적이었다.“푸조를 수입한다고 했더니 지인들이 뜯어말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푸조의 국내 판매 실적은 저조하다 못해 참담할 정도였기 때문이죠.” 푸조가 국내에 처음 출시된 것은 지난 87년. 하지만 10년 동안 고작 1000대만을 판매했을 정도로 실적이 형편없었다. 더군다나 97년부터는 아예 수입이 중단됐고 2003년 송 대표가 한불모터스를 설립하면서 재개된 것. “6년의 공백기가 있었으니 시장에서는 당연히 잊혀질 수밖에 없었죠. 사실 저도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회사를 설립할 당시만 해도 BMW 벤츠 렉서스 등 다른 수입 자동차들이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죠.”그러나 송 대표는 푸조의 기술력과 디자인에 확신을 걸었다. 중후함과 격조만을 따지는 수입차 선택 기준이 언젠가는 ‘다이내믹’과 ‘스포티’로 바뀔 것으로 예견했다. 1896년 프랑스인 아르망 푸조가 설립한 푸조는 스타일과 다이내믹, 고객 신뢰성을 바탕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자동차다. 우아한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푸조의 앞모습은 펠라인 룩(고양이 모습)이라는 독특한 패밀리 룩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디젤 하이브리드 등의 엔진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빼어난 디자인과 기술력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났다. 회사가 설립된 그해 220대를 판매하더니 2004년에는 520대, 지난해에는 1040대로 매년 100%씩 성장했다. 이런 실적 덕분에 지난 2월 프랑스 본사에서 푸조자동차 폴츠 회장으로부터 2005년 최우수 판매업체(Importer)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참고로 전 세계에서 푸조를 판매하는 업체는 150여 개나 된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이미 해외 유명 브랜드들이 각축장이 돼 버린 지 오래다. 특히 고급 세단 시장은 업체들마다 출혈 경쟁을 불사하고서라도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시장 구조는 역 피라미드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때 한불모터스는 고가 시장보다는 중형 세단 시장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했다. 수입차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는 레드오션인 ‘고가 시장’보다는 블루오션인 ‘중·저가 시장’에서 승부를 거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푸조자동차는 고가부터 저가까지 가격대가 다양합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 비싸거나 너무 싼 모델은 수입하지 않습니다. 3000만~5000만 원 대 사이에서 판매가가 결정돼야만 수요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죠. 푸조 본사도 이런 판매 전략을 높게 평가하고 있고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우리의 사업 모델을 모범 사례로 선정해 적극 홍보하고 있습니다.”올해 한불모터스는 판매 목표를 2000대로 늘려 잡았다. 매년 100%씩 판매율을 늘리겠다는 전략을 반영한 것이다. 다소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부담스럽기는 매년 마찬가지였다”면서 “마케팅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판가름 나는 만큼 고객의 만족도를 좀 더 높일 수 있는 세부적 아이템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송 대표가 올해 목표 대수를 2000대로 삼은 것은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디젤자동차’로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 수입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디젤 모델인 407SW HDi, 807 HDi, 607 HDi 등 총 4개의 모델을 선보인 한불모터스는 올해도 4개의 디젤 모델을 추가로 선보여 친환경 자동차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잡아나갈 계획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디젤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200CC 디젤 모델과 307SW 디젤 모델을 7, 8월에 각각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패밀리 카인 307SW HDI는 3000만 원 대에 내놔 가격 경쟁력도 갖춘다는 방침이다. 그는 앞으로 자동차 시장의 키워드를 ‘친환경’으로 보고 있다. 화석연료가 갈수록 감소되는 상황에서 연비가 높은 친환경 엔진을 누가 잘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내다본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유럽 시장에서 디젤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디젤 자동차 비중은 50%를 넘어섰습니다. 도로 조건과 경제 여건을 고려해 볼 때 유럽은 우리 자동차 시장의 바로미터입니다. 디젤 자동차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때가 올 날도 머지않았습니다.”푸조는 지난해 407 HDi와 407SW HDi, 607 HDi 등을 무려 364대 판매했다. 특히 중형 세단인 407 HDi는 총 판매량 중 28.85%를 차지해 최다 판매 차량으로 기록됐다. 엔진 소음이 크고 유해물질을 많이 배출한다는 디젤 엔진에 대한 선입견은 최근 많이 바뀌는 분위기다. 실제로 자동차 메이커들이 선보이는 디젤 엔진은 소음과 배출되는 유해가스가 일반 가솔린 엔진보다 훨씬 낮다. 게다가 출력이나 연비도 월등히 앞선다.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디젤 엔진이야말로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 현실에 가장 적합한 자동차 엔진이라고 평가한다. “얼마 전 수입자동차협회 관계자에게 푸조에서 나온 디젤 자동차를 빌려줬는데요. 이 관계자가 서울에서 기름을 가득 채우고 모터쇼 때문에 부산을 다녀왔는 데도 기름이 3분의 1이나 남아 있었다면서 디젤 엔진의 연비에 놀라움을 표시하더군요.”지난 2004년부터 한국수입자동차협회장도 함께 맡고 있는 송 대표는 “올해는 푸조 네트워크 확장 및 서비스망을 강화하는 한 해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불모터스는 이에 따라 서울 두 곳에 신규 전시장을 오픈하고, 대구 광주 창원 지역으로 딜러, 애프터서비스망을 확대해 질 좋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