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렬 자산관리공사 부동산사업본부장의 투자 훈수

국자산관리공사 김정렬 부동산사업본부장은 하루에도 몇 번씩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의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가 본다. 인터넷 게시판은 그가 아이디어를 얻는 정보의 보고이자 부동산 시장의 온도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올라온 글들을 읽다 보면 부동산 투자에 대해 수요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앞으로 어느 쪽이 유망 지역으로 부상할지가 대충 눈에 그려진다. 부동산 업계에서 김 본부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대한부동산경제연구소를 설립해 부동산 투자자문 시대를 열었고,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인 부동산써브의 대표를 맡아 부동산 정보화 사업도 진두지휘해 봤다. 그는 또 어렵게만 느껴졌던 부동산 투자의 맥을 명료하고 정확하게 짚어주는 명칼럼니스트이자 명강사다. 비록 개인 투자자를 상대하던 컨설턴트 업계를 떠나 공기업 임원으로 변신했지만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날카롭다. “선택과 집중의 묘를 살려야 합니다. 돈 될만한 물건은 누구나 선호합니다. 웬만한 안목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느 아파트가 오를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한 상황에서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투자 패턴을 마련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지금 상황에서 정보를 찾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정보가 있더라도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더 중요하죠.” 한마디로 돈 될만한 집을 집중적으로 선택하라는 충고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양극화도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더 나아가 그는 앞으로 주택 시장이 더욱 세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강남에서도 집값이 오르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갈릴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도 수원 영통 등 수도권의 아파트보다 상승률이 낮은 아파트들이 강남에 수두룩하다는 것. 때문에 투자 대상을 슬림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예컨대 수도권에서도 해당 지역에서 가장 많이 오르는 평형대를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앞으로 강남에서도 50% 이상은 매매값이 연간 5% 미만의 낮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투자 유망 아파트를 묻자 그는 지역주도형 평형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노원구 상계동에서는 20평형대의 상승률이 가장 높은 대신 강남구에서는 50평형대 이상의 상승률이 다른 평형대를 앞섭니다. 강남구에서 25.7평 이하의 아파트를 사는 것은 앞으로 신중히 고려해 볼 부분이죠. 소형평형의무비율 시행 등으로 25.7평 이하 분의 공급량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희소성 면에서 값이 오르기에 한계가 있습니다. 또 소형 평형일수록 교통 편리성을 생각하고 대형 평형일수록 환경이 좋은 곳에 관심을 둬야 합니다.” 재건축 투자에 대해서도 김 본부장은 지나친 환상은 버리라고 강조한다. “지난 몇 년간 시장을 주도해 온 재건축 아파트의 투자 매력이 반감된 상황에서 정부 규제의 변화만을 기대하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는 “정부의 지나친 재건축 아파트 규제는 또 다른 시장 왜곡을 가져 오므로 완화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가령 소형평형의무비율과 개발이익환수, 조합원 지위 금지 등의 규제가 2중, 3중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1~2개 항목은 폐지해도 시장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시장은 전반적으로 매수세가 줄어들어 상승 움직임이 둔화되고 있지만 동작 양천 강서 성동 마포 등은 꾸준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느냐는 질문에 김 본부장은 “단기 차익만을 좇는 패턴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지 부동산의 투자 가치가 낮아졌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양도세와 보유세 등을 중과하는 조세정책을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며 “당장은 늘어나는 세금이 가격에 전가되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세금 증가에 따른 부담은 점차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매매가가 10% 오른다고 해도 양도세와 보유세 등 세금을 빼면 손에 쥐는 수익은 7~8%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서울 지역 아파트 값이 평균 3.7% 오른 것을 감안하면 실제 수익은 제로에 가깝죠. 문제는 지금의 집값 불안이 국지적인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돈 되는 지역에는 여전히 수요가 몰리면서 20% 이상씩 매매값이 뛰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익률은 10~15% 대에 달하고 있죠.”실제로 지난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1년 동안 매매값이 40.9%나 뛰었고 서초구 반포동 지역 아파트는 평균 34.3%, 송파구 신천동과 문정동 지역은 각각 33.5%, 32.9%씩 매매값이 상승했다.김 본부장은 “아파트 외에 토지 상가 등의 부동산 상품은 현금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당분간 관망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서울 강북권 개발은 정부가 여러 차례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사업이 막 시작되는 곳을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그는 또 “분양 시장도 양극화가 심하므로 주변에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된 곳에 들어가는 것이 위험도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면서 “지방 등은 입주율이 낮고 미분양도 많기 때문에 청약 시기를 하반기로 늦추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로 활동 무대를 옮긴 그는 부동산 거래 시스템을 전산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넷만으로 부동산을 거래하도록 설계된 온비드 시스템은 노력의 결과다. 온비드 시스템은 대표적 공기업 혁신 시스템으로 지난해 한국경제신문이 수여하는 ‘2005 한국서비스혁신 대상’에서 공기업 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