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규 교보투신운용 사장의 성공투자전략 따라잡기

자에서 성공하려면 바텀업(bottom-up), 즉 개별 종목을 분석하고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경기 상황을 진단한 후 투자 결정을 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는 성공하기 매우 어렵습니다.”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의 김석규 교보투신운용 사장은 이처럼 확고한 투자 철학과 원칙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1988년 한국투신에 입사한 후 92년부터 자산운용 업무를 담당하면서 세 차례나 ‘최우수 펀드매니저’로 꼽혔다. 또 모닝스타와 함께 미국의 양대 펀드평가 회사로 손꼽히는 리퍼(Lipper)사가 한국계 외수 펀드의 10년 누적수익률을 산출한 결과 그가 운용하는 펀드가 전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국내 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했던 1990년대에 이처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그는 ‘바텀업’이라는 한 마디로 대답했다. “보통 투자할 때 경제를 분석하고 산업을 분석한 후 종목을 선택하곤 합니다. 이것이 톱다운 방식입니다. 하지만 바텀업 방식은 이와 다릅니다. 거시(매크로) 변수는 제쳐두고 종목의 저평가 여부를 판단해 투자하는 것입니다. 저는 바텀업으로 수익을 낼 확률이 훨씬 높다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로 제 경험상 바텀업이 확실히 더 높은 수익을 가져다줬습니다. 둘째로 경제성장률이나 금리 같은 매크로 변수를 예측하는 것보다 기업 실적 같은 마이크로 변수를 예측하는 것이 훨씬 더 정확합니다. 저도 경제 분석이나 시황을 많이 이야기하곤 했지만 경제 전문가들도 자주 틀린 전망을 하는데 어떻게 펀드매니저가 정확한 분석을 할 수 있겠습니까. 또 수많은 대가들의 이야기를 참조할 필요가 있는데 피터 린치나 캐피털 그룹의 사례를 보면 매크로 변수를 정확히 예측해 수익을 올린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실제로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주식시장에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 거의 대부분 경기 호전 전망이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습니다. 일례로 경기 여건으로 주가가 100포인트 정도 오른다고 가정하면, 경기 호전이 가시화하는 즈음에 이미 주가는 70~80이나 오르는 것이죠. 물론 오르기 전에 사면 되지만 이때는 경기의 방향성을 판단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결국 경기를 예측하고 주식을 샀을 때는 이미 상투가 될 확률이 대단히 높다는 것입니다.”경제가 좋아지면 주가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경제 지표를 통해 주가를 예측, 돈을 벌기는 매우 어렵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텀업 방식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투자자들이 바텀업 방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텀업을 제대로 하려면 기업을 잘 분석해야 합니다. 종목의 가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죠. 개별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기 위해 수많은 방법들이 개발됐습니다. 주가수익배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수많은 기법들이 나와 있는데 저는 이런 수치보다 투자자가 개별 종목에 대해 어떤 통찰력을 갖고 있는지, 어떻게 데이터를 해석하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투자하는 사람이 반드시 주식과 관련된 공부만 한다고 해서 이길 수는 없습니다. 세상 변화의 흐름, 종목과 관련한 데이터의 의미를 부여하는, 즉 양적 분석이 아니라 질적 분석이 중요합니다. 데이터를 획일적이고 기계적으로 분석하면 결코 돈을 벌 수 없습니다. 경험과 상상력에 근거를 두고 숫자의 의미를 찾아내야 합니다.”실제 개별 종목에 대한 질적 분석을 통해 성공한 사례가 있는지를 묻자 그는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 투자에 성공한 경험을 소개해 줬다. “2002년10월 NHN이 상장되고 난 후 이 회사와 관련한 리포트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숫자를 살펴보니 실적이 조금씩 좋아지는 게 보였습니다. 이 종목을 제대로 분석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애널리스트들을 불러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이렇게 정보를 수집하고 나서 투자해야 할지 판단해 봤습니다. 지난 1999~2000년 사이 우리는 인터넷과 관련해 엄청난 버블을 경험했습니다. NHN을 접한 것은 거품이 있고 약 4년 정도 지나서였는데요, 우선 인터넷 거품기에 주 사용자였던 중고생과 대학생 상당수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재정적 능력을 갖출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또 제가 개인적으로 바둑을 좋아하는데 자주 이용하던 인터넷 바둑 사이트가 유료화를 선언했는 데도 대부분 가입자가 여전히 그 사이트에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회원 이탈이 거의 없었던 것이죠. 이를 목격하면서 이제 사람들이 인터넷 서비스에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또 아내가 그 시점에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번 해봤는데 품질도 마음에 들고 훨씬 편리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 인터넷이 실제 장사가 되는, 돈을 벌 수 있는 산업이 됐다는 판단을 하게 됐습니다. 조금씩 좋아지는 실적에 대해 제 나름대로의 경험과 노하우, 시대 변화에 대한 판단을 가미해 과감하게 투자 결정을 내렸죠. 당시 4만원 대에 주식을 사들였는데 결과적으로 무상증자까지 감안해 보면 10배 이상 수익을 내는 종목이 됐습니다.”같은 정보를 보면서도 어떻게 이처럼 데이터의 숨은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까. 김 사장은 폭넓은 지식과 현장 체험 이외에 다른 방법은 별로 없다고 강조한다.“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 같은 주식투자 대가들과 관련한 책을 읽고 이들의 아이디어를 얻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 세상의 변화와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 나름대로의 시각을 갖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직접 기업을 방문하는 것입니다. 특정 회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현재의 상황이 어떤지 직접 봐야 합니다. 현장을 직접 살펴보면서 느끼는 감은 다른 어떤 과학적 방법보다 정확한 상황 판단을 가능하게 합니다. 일반 투자자의 경우 기업을 방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간을 내기도 어렵고 그만한 노력을 투자하는 게 불가능한 일반인들은 당연히 펀드에 투자해야겠지요. 보통 투자를 하게 되면 자신에게는 운이 따를 것 같고, 자신만은 돈을 벌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도박이나 복권에 빠지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20여 년의 경험을 통해 일반 투자자가 직접 주식에 투자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게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일반인에겐 간접 투자가 훨씬 효율적입니다.”그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대해 강한 낙관론을 펴고 있다. “세 가지 이유에서 저는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인구 구성입니다. 미국의 사례를 봐도 한창 경제활동을 하는 30~40대 인구 층이 두터우면 경제가 좋아집니다. 지금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지만 2010년까지 경제활동 인구의 비율은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입니다. 일해서 돈을 버는 인구가 많아지니까 경제성장률이 좋아지고 결국 주가는 더 오를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한국 가계의 금융 자산 구성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입니다. 부동산의 비중이 워낙 크고 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의 비중이 적습니다. 하지만 주식의 비중이 서서히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유동성은 더 풍부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세계 경제는 미국이 주도해 왔는데 앞으로는 동아시아가 주도할 것 같습니다. 동아시아에서도 중국과 일본의 양대 축이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엄청난 인구를 바탕으로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일본 경제도 본격적으로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두 나라 경제 성장의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증시가 많이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가격이 싼 편입니다. 유가나 환율 같은 변수가 있지만 주가 상승 트렌드는 이어질 것입니다. 15년 넘는 조정기를 거쳤기 때문에 상승 여력은 많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김 사장은 정보기술(IT) 분야와 오일달러의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는 종목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그동안 IT 관련주가 거의 오르지 못했는데 이 분야에서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경우도 많기는 하지만 오일달러와 관련된 주식의 가능성은 아직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유가가 올라가면 중동 국가들은 돈을 벌게 되고 이 돈은 어딘가에 투자됩니다. 오일달러 지출이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기업들은 당분간 계속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합니다.”지난해 교보투신운용 사장에 취임한 이후 그는 바텀업 방식을 강조하며 기업 방문이 최고의 정보를 준다는 믿음을 실천하고 있다. “원래 교보투신은 채권을 잘 하는 회사로 알려져 있었는데 작년 금리가 올라가면서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였기 때문에 자금이 좀 빠져나갔습니다. 하지만 주식형의 경우 업계 상위권 실적을 내고 있습니다. 대표 펀드인 하이코리아 적립식 멀티클래스의 경우 설정한 지 1년이 안 됐지만 벤치마크 대비 상당한 수익을 올렸고 위탁 운용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수익률도 최상위권인 연 70% 정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교보생명의 자산도 10조원 이상을 운용하고 있는데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학문적으로는 주식시장이 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효율적 측면과 비효율적 측면이 혼재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발달한 선진 시장이라 하더라도 추가 수익을 낼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