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동차업계 고연비자동차 출시 붐

름 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고 있다. 하지만 고유가 행진은 비단 국내에서의 일만은 아니다. 지난해 9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영향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한 이후 국제 유가 역시 고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휘발유 값이 국내보다 싼 미국에서조차 고유가로 인한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고유가 행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1970년대 두 번의 석유 파동을 거치면서 에너지 고갈에 대한 위기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값싼 석유를 맘껏 소비하던 선진국들도 이제는 화석연료를 모두 써 버린 뒤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자동차 업계에서도 석유나 가스 등 화석에너지의 대안을 찾는 일이 시급해졌다. 자동차 분야에서의 차세대 동력원은 연료전지가 낙점된 상태. 수소와 산소를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연료전지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노트북, 휴대전화 같은 휴대용 전기기기에 이르기까지 빠르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연료전지 차가 거리를 달리게 되는 것은 아니다. 선진 자동차 회사들조차 10년 내 연료 전지 차의 상용화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인 만큼 화석연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엔진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자동차 회사들은 내연기관과의 운전 감각이 크게 다른 전지 차와 달리 엔진을 이용하면서도 에너지가 적게 드는 자동차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을 재빨리 읽어낸 회사는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다. 2001년 발표한 첫 상용 하이브리드 카 프리우스는 여봐란듯이 성공을 거둬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카 시대를 열었다. 지금은 혼다 포드 등이 가세해 소형차부터 고급세단 SUV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팔리고 있다. 유럽 메이커들도 미국 시장을 의식해 하이브리드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 미국의 하이브리드 바람과는 별개로 유럽에서는 오래 전부터 디젤 엔진의 개량 작업이 이뤄져 왔다. 시끄럽고 불편한 디젤이 휘발유를 대체하는 차세대 동력원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직분사 시스템이 등장한 지 불과 4~5년 뒤부터다. 고압 연료분사 시스템과 정밀한 엔진 제어 시스템, 분진 필터로 힘을 키운 디젤 엔진은 진동과 배기가스를 줄여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디젤 엔진이 휘발유보다 더 효율적인 만큼 ‘디젤+모터’ 구성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개발되면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시스템보다 연비가 더욱 좋아질 것은 분명하다. 잡종, 혼합물이라는 뜻의 하이브리드(Hybrid)가 가진 뜻은 다소 모호하다. 자동차에 쓰일 때는 보통 휘발유 엔진과 전기 모터(DC) 두 가지 동력원을 사용하는 방식이지만, 성격이 다른 두 가지 동력을 함께 사용하는 것도 하이브리드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스터빈과 일반 엔진을 함께 쓴다거나 디젤과 휘발유 엔진을 하나씩 얹어도 넓은 의미로는 하이브리드로 불러야 한다. 현재 가장 일반적인 조합은 휘발유 엔진과 모터를 병행해 쓰는 방식이다. 현재 유럽은 디젤, 마쓰다는 로터리 엔진을 바탕으로 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목적은 엔진 힘의 효율적 활용에 있다. 전력을 비축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기본 구성은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모터를 넣는 방식이다. 모터는 엔진에 힘을 보태기도 하고, 반대로 발전기로 바뀌어 전기를 만들기도 한다. 엔진과 모터 구성에서 중요한 것은 이 둘을 어떻게 적절하게 제어해 매끄러운 성능과 출력, 고효율을 얻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모터 구동에서 엔진 구동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거나 모터의 출력 보충이 어색해 구형 터보처럼 갑자기 출력이 치솟는 일이 없도록 하는 일은 제어 시스템의 몫이다. 따라서 다양한 운전 상황을 고려한 완벽한 프로그래밍이 필요하다. 혼다 시빅과 어코드, 포드 이스케이프를 포함해 요즘 개발되고 있는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양산차를 바탕으로 한다. 기존의 메커니즘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모터를 끼워 넣고 배터리를 트렁크에 배치하는 방식은 개발비가 적게 들고 드라이버의 거부감도 줄일 수 있다. 현재 하이브리드 경쟁은 도요타와 혼다가 선두를 달리는 상황이다. 많은 메이커가 도전했다가 가격 등의 문제로 양산을 포기했지만 도요타는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 성공을 거두고 있다. 단일차로는 프리우스가 독주하고 있지만 시빅과 어코드 하이브리드로 전체 판매에서 수위를 달리는 혼다의 기세도 무섭다. 미국 메이커 중에서는 포드가 소형 SUV 이스케이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혼다는 요즘 엔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열심이다. 시빅 하이브리드용 2기통 엔진에 새로운 3스테이지 i-VTEC 시스템을 얹는가 하면 2004년 발표한 어코드 하이브리드용 V6 엔진에는 가변 배기량 시스템(VCM)을 도입해 정속주행 때 3기통만 움직일 수 있게 했다. 디젤 엔진이 더 효율적이라고 자신하며 ‘차세대 엔진은 디젤’이라고 주장하던 유럽 자동차 회사들 역시 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단일시장이다 보니 미국에서 잘 팔리는 하이브리드 카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본 메이커들이 관련 특허를 독식해 독자개발이 어렵게 되자 거대 기업 간의 전략적 제휴가 줄을 잇고 있다. 우선 유럽을 중심으로 대형 SUV를 공동 개발한 아우디와 폭스바겐 그리고 포르쉐 그룹이 형성됐다. 폭스바겐 투아렉과 포르쉐 카이엔에 이어 7인승 SUV 아우디 Q7을 선보인 이들 연합은 대형 SUV에 적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V6~V8 엔진을 모터로 보조해 대형 SUV의 가장 큰 단점인 지나친 연료 소모 문제를 해결한다.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깜짝 발표된 Q7 하이브리드가 공동 프로젝트의 중간 결과물이다. 또 하나의 그룹은 다임러크라이슬러와 GM 그리고 BMW 연합이다. 이미 이들은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 개발센터를 열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S클래스 차체에 휘발유와 디젤 엔진을 얹은 컨셉트 카 ‘다이렉트 하이브리드’와 ‘블루텍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하이브리드와 경쟁 구도를 갖춘 디젤 엔진은 유럽에서 이미 막강한 인기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휘발유 엔진과 비슷한 비율로 팔리고 있고, 몇몇 나라에서는 휘발유 차보다 더 많이 팔린다. 승용 디젤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지만 소형차에 주로 쓰이면서 ‘시끄럽지만 연료는 적게 먹는’ 이미지로 각인됐다. 벤츠와 BMW의 대형차에도 올려지기는 했으나 디젤 열기가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말 커먼레일 시스템이 보급되면서다. 지금은 초소형 해치백부터 대형 프레스티지 세단 그리고 레이싱 카에 이르기까지 디젤 엔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디젤 엔진이 화려한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직분사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직분사 방식이란 말 그대로 연료를 연소실 위에서 직접 분사하는 방식을 말한다. 디젤 엔진은 압축비가 높아 휘발유 엔진에 비해 효율이 높고 일반 디젤보다 연소실이 좁아 냉각 손실이 줄어든다. 터보를 달면 같은 배기량으로 훨씬 높은 출력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직분사 특유의 소음과 진동, 배기가스. 하지만 초고압의 연료분사장치 ‘커먼레일 시스템’과 정밀한 엔진 제어 시스템의 개발로 이런 단점이 개선됐다. 커먼레일은 1000기압 이상의 고압으로 연료를 분사하는 연료 공급 장치의 일종으로, 직분사 디젤은 대부분 이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디젤 엔진의 최대 걸림돌은 배기가스다. 특히 작은 입자로 이뤄진 분진(PF)은 제거가 쉽지 않았지만 최근 전용 분진 필터가 등장해 상황이 달라졌다. 분진 필터를 자동으로 청소하는 기술까지 개발돼 보수 및 관리도 필요 없다. 1999년 BMW가 발표한 V8 4.0리터 직분사 디젤은 245마력의 출력도 출력이었지만 휘발유 엔진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매끄러운 회전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폭스바겐도 V10 5.0리터 313마력의 초강력 디젤을 선보였고 전통의 명가 벤츠와 아우디도 동참하면서 디젤 경쟁은 대형차 시장으로 번졌다. 요즘은 소형 엔진에서도 커먼레일 시스템이 일반화돼 있다. 아우디 A8의 두 가지 V8 엔진을 비교해 보면 디젤 엔진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있다. A8 4.2 콰트로에 얹히는 V8 4.2리터 휘발유 엔진은 최고출력 335마력/6500rpm, 최대토크 43.8kg·m/3500 rpm에 0→시속 100km 가속 6.3초, 연비 8.4km/리터다. A8 4.2 TDI의 V8 4.2리터 직분사 디젤은 326마력/3750rpm, 66.3kg·m/1600~3500rpm의 힘에 0→시속 100km 가속 5.9초의 순발력, 그러면서도 연비는 10.6km/리터에 이른다.휘발유 엔진의 자연흡기 방식과 디젤 엔진의 트윈 터보라는 차이가 있지만 예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디젤 엔진의 약진이다. 더구나 8기통 이상의 디젤 엔진은 진동도 거의 없어 휘발유 엔진보다 우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