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투자철학

난 1990년대 워런 버핏은 한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골프를 했다. 그 CEO가 버핏에게 내기를 제안했다. “이번 홀에서 당신이 2달러를 걸고 티샷을 해 홀인원을 하면 내가 1만달러를 주겠다.” 버핏은 그러나 정색을 하고 거절했다. “나는 그렇게 확률이 낮은 도박은 안 한다”며. 무안해진 CEO가 “그렇게 부자이면서 2달러 갖고 뭘 그러느냐”고 항변했다. 버핏의 답변은 이랬다. “2달러로 투기를 하는 사람은 1만달러를 손에 쥐어줘도 마찬가지로 투기를 합니다. 이길 확률이 없는데 요행을 바라는 것은 투기꾼이나 할 짓이지 투자자가 할 일이 아니지요.” 버핏의 투자 철학을 얘기할 때면 빠지지 않는 유명한 얘기다. 투기는 하지 않고 오로지 될성부른 기업을 발굴해 뚝심을 갖고 기다리는 게 그의 투자 철학이란 얘기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투자 철학이지만 내로라하는 펀드매니저나 ‘주식 박사’도 그의 한마디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해마다 그가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주주는 물론 펀드매니저와 주식 투자자들조차 서로 구해 읽으려 하는 ‘투자의 경전’처럼 돼 버렸을 정도다. 그는 도대체 어떤 투자 철학을 갖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버핏은 두 가지 투자 철학이 있다고 말하곤 한다. ‘첫째는 돈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첫째 항목을 항상 지킨다’는 게 그것이다. 한마디로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금 먹더라도 안전한 주식을 고르는 걸 선호한다는 얘기다. 실제 그의 투자회사인 벅셔해서웨이는 지난 40년 동안 연간 수익률이 50%를 넘은 적이 딱 한번 있을 정도로 대박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을 때도 2001년 단 한번 뿐이다. 지난 1965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 수익률은 21.5%. 같은 기간 S&P500지수 연평균 상승률(배당금 포함)인 10.3%를 배 이상 웃돌고 있다. 돈을 잃지 않는다는 투자 철학을 실천한 결과다. 버핏은 아무리 인기가 좋은 종목이라도 자신이 그 사업에 대해 잘 모르면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그는 “증시에서 타자가 스트라이크 아웃 되는 일은 없다. 최고의 공이 나타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면 된다”고 말한다. 일단 투자가 실행되면 ‘인내에 대한 투자’로 변한다. 그는 “내가 원하는 주식 보유 기간은 영원히” 라고 말하곤 한다. 실제 벅셔해서웨이가 갖고 있는 주식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코카콜라, 질레트, 워싱턴포스트, 웰스파고 은행, 무디스, 구글 등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적다. 버핏이 이처럼 실패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은 주주를 위해서다. 손실을 내는 것은 주주에 대한 배신이란 이유에서다. 이렇게 보면 그의 투자는 사람에 대한 투자다.버핏의 사무실에는 컴퓨터가 없다. 주가 정보 단말기도 마찬가지다. 사무실에서는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는다. 서류는 팩스로 오갈 뿐이다. 사무실에서 혼자 생각하고 독서하며 지낸다. 쓸데없는 소문과 이벤트에 일희일비하지 않기 위해서다. 결국은 자기 자신을 믿는,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인 셈이다. 버핏은 나름대로 원칙을 갖고 투자 기업을 고른다. 예컨대 연간 75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꾸준히 내는 기업이 그의 투자 대상이다. 그러다보니 ‘버핏 기업 리스트’도 나돈다. 버핏이 정한 원칙에 맞는 기업들을 추출한 리스트다.버핏은 이런 계량적인 수치 외에도 다음과 같은 원칙을 갖고 기업을 고른다. ㆍ정말로 주주를 위한 경영을 하는가ㆍ경영자들은 기업의 문제에 대해 솔직한가ㆍ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ㆍ내가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분야의 산업인가ㆍ세월이 흘러도, 사람이 변해도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기업인가ㆍ연차보고서만으로도 투자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가ㆍ경영자는 충분히 믿을만 하고 기업에 헌신적인가ㆍ기업의 내재 가치는 충분한가ㆍ경영자에게만 이로운 스톡옵션을 거부할 수 있는가 버핏은 벅셔해서웨이 주주들에게 투자 5원칙을 공개, 이를 실행토록 권고했다. 자신의 투자 철학인 가치 투자 장기 투자를 풀어쓴 것에 다름 아니다.① 3년 동안 증시가 문을 닫아도 행복할 것이란 자세로 투자에 임하라(그만큼 믿는 주식을 사서 아예 잊어버리고 기다리라는 얘기다) ② 시장은 투자가 잘됐는지 여부를 알려주지 않는다. 오로지 결과만 말해준다(시장이 투자의 지침을 줄 것으로 기대하면 오산이다. 판단과 선택은 순전히 자신의 몫이다) ③ 안전을 위한 최소한 여지를 남겨 둬라. 잘못된 길이다 싶으면 빠져 나와라(자신을 아무리 믿는다고 해도 100% 완전할 수는 없다. 어떤 경우든 퇴로를 열어 둬야 한다) ④ 똑똑한 사람이 파산하는 가장 일반적인 길은 돈을 빌리는 것이다(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얘기) ⑤ 감정적으로 주식 거래를 하지 마라. 주식은 아무런 감정이 없다(주식 투자에서 감정보다는 이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S&P는 매년 두 차례 ‘버핏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버핏이 샀을만한 주식을 가상적으로 매입했다고 치고 수익률을 따진다. 이 결과도 역시 시장수익률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S&P사가 버핏식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따지는 기준은 △순이익이 2000만달러 이상일 것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15% 이상일 것 △최근 3년 동안과 직전 분기의 자기자본이익률이 15% 이상일 것 △시가총액이 5억달러 이상일 것 △앞으로 5년 동안 현금흐름 전망이 양호할 것 등이다. 이 기준으로 미국 상장기업을 검토한 결과 지난 2월엔 40개 기업이 포트폴리오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