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학교 주변에는 한국인과 유대인들로 붐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자녀들의 교육을 챙기는 두 민족의 특성에서 비롯됐다고 할까요. 그런데 이렇게 교육 환경이 좋은 곳은 지난 3~4년간 모두 집값이 뛰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미국 부동산 상승기에 돈을 번 것은 죄다 한국인과 유대인이라고 합니다.”(LA 한인 타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지석씨)미국 부동산 투자에는 칼(刀)이 아닌 검(劍)이 필요하다. 한쪽 날로만 목표물을 베는 칼(刀)보다는 양날이 있는 검(劍)이 유리하다. 미국 투자에 있어서는 실수요냐 투자 수요냐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투자 기준을 간단하게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학군 좋은 지역을 선택하라.’ 이는 비단 국내에서만 통하는 게 아니다. 미국에서도 좋은 학군을 따라 고급 주거지가 형성된다. 학군이 좋은 곳이 주거 환경이 좋고 주민들의 소득 수준도 높게 마련이다. ‘블루칩’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 주는 시장 경제의 작동 원리는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학군이 좋은 곳에 가면 한국인들끼리의 커뮤니티가 형성돼 낯선 이국 생활에서 생길 수 있는 어려움도 줄일 수 있다.한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곳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라호야 포웨이 칼스배드 학군을 예로 들어 보자. 이 학군에 있는 산타페 초등학교는 지난해 라호야 카운티 내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으며 토리파인즈 고등학교는 캘리포니아 전체에서 가장 높은 학력평가지수(API)를 기록했다. 토리파인즈 고등학교는 재학생의 90% 이상이 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서 1200점 이상은 얻어 UC샌디에이고, UCLA 등 캘리포니아주립대 중 명문대는 물론 동부 아이비리그에 진학하고 있다. 이 지역의 집값(단독주택 기준)은 대략 130만달러 선이다. 유명 학군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은 임대 사업으로 활용하기에도 유리하다. 미국 부동산은 안정적인 임대 수익이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은 운영 수익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유동 인구가 많아 영업 이익이 좋은 곳은 자연히 매매값이 비싸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한 달 순이익에서 대략 70을 곱한 것이 매매값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싱턴DC만은 사정이 다르다. 9·11테러 이후 연방정부가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방위산업체들을 워싱턴DC 주변으로 이주시키는 것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피스 수요도 크게 늘고 있으며 이러한 개발 열풍은 인근 볼티모어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현재 워싱턴DC 주변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한 곳은 워싱턴과 볼티모어를 잇는 95번 도로이며 포트맥강 건너편에 있는 북버지니아 부동산도 활기를 띠고 있다. 화물 전용 공항으로 지어진 스테포트공항과 워싱턴DC를 잇는 구간도 땅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캐롤라인카운티는 그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었지만 미 국토안보부가 들어서면서 신도시로 급성장해 땅값이 1년 동안 두 배나 뛰었다. 이에 따라 현지 교민들을 중심으로 단기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한국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코리아 스탠더드’가 세워지기 시작한 것도 최근 미국 부동산 시장의 특징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국내 아파트와 같은 모습인 콘도미니엄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이다. 이들 콘도는 실버 세대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어 로스앤젤레스(LA) 근교 윌셔가에서는 2~3개의 콘도가 이미 분양을 완료했고 현재 1~2곳이 추가로 분양되고 있다. 이러한 분양 방식은 콘도뿐만 아니라 오피스 건물에도 나타고 있어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는 임대 관리를 대행해 주는 투자형 레지던스가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38층짜리 MGM 레지던셜 콘도에서 방 1개 거실 1개짜리 주택은 45만달러에 공급돼 지난해 100% 분양에 성공했으며 바로 옆에서 또 하나의 레지던스가 분양되고 있다. LA뉴스타부동산 남문기 회장은 “세계적 호텔 체인인 MGM이 임대 관리를 해준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구입해 자녀가 유학을 마치면 되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콘도나 레지던스에 대한 수요가 부족하기는 뉴욕도 마찬가지다. 뉴욕의 중심지인 맨해튼에는 현재 5만 가구 정도의 주거 시설이 건립되고 있으나 수요는 10만 가구가 넘어 수급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맨해튼에서 침실이 1개 딸린 콘도는 75만달러에 거래되고 있으며 월 임대료는 3000달러나 된다. 골프장 등 대형 물건에 투자하는 사례도 많다. LA 근교에서 거래되는 골프장은 대개 500만달러(50억원) 선이다. 골프장은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교포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투자 물건이다. 미국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E-2(비이민투자) 비자를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E-2 비자란 창업 또는 기존 업체를 인수할 수 있게 미 연방정부에서 발급하는 투자 비자다. 하지만 현재 노동시간이 하루 15시간 이상인 데다 기존 상권과 겹치는 부분 때문에 성공 확률은 30%에 불과하다. 수익률도 생각보다 높지 않아 상권이 잘 발달된 LA 한인 타운도 운영 수익이 6% 대에 머물러 있다. 현지 대출금리가 5%이고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겨우 투자 원금을 회수할 정도다. 따라서 E-2 비자로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임대 수익이나 운영 수익보다는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곳에 투자해 시세 차익을 거두는 방법이 유리하다. LA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시세 차익이 3.0~3.5% 수준이다.최근 미국 현지에서는 E-2 비자를 받아 직접 운영하지 않고 사업체에 간접 투자하는 방식의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 가령 얼마를 투자할 테니 몇%의 지분과 매달 몇 달러의 이익을 보장해 달라는 방식이다. 실제로 오렌지카운티 지역의 한 사무기기 업체는 한국의 투자자로부터 30만달러 투자를 받고 지분의 70% 및 매달 수익금 4000달러를 주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미국 부동산 투자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섣부른 투자는 화를 몰고 올 수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전미 부동산중개협회(NAR)는 올해 미국 집값 평균상승률(기존 주택 중간 가격 기준)이 6.4%로 지난해(13.6%)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실제로 LA 뉴욕 등 한인들이 밀집한 곳들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집값이 8~10% 정도씩 내려갔다. 보합세를 보이는 지역도 거래 주도권이 이미 매도자에게서 매수자에게로 넘어간 상태다. 하지만 지금의 집값이 최저점이냐, 추후 값이 더 떨어지느냐에 대해서는 정부와 시장의 생각이 정반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워싱턴DC 등지의 매물이 쌓이고 있고 거래도 최고 20~30% 줄었다”며 “다른 지역도 부동산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부동산 업계는 미국 경기와 인구 증가 등을 놓고 볼 때 호재로 작용할 요소들이 많아 연착륙 내지는 약보합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본다. 뉴스타부동산 안상모 뉴욕지사장은 “집값 거품 논란은 다운페이를 10%로 적용해 여러 채 집을 산 미국 투자자들에게 주는 경고일 뿐이며 다운페이 50%를 적용받아 1채를 구입한 국내 투자자에게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주목해야 할 곳은 어디일까. 그동안 미국 부동산 시장은 LA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등 서부 연안과 뉴욕 볼티모어 등 동부 연안을 중심으로 매년 두 자릿 수 이상의 성장 곡선을 그려왔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올 들어 상승세가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현지 부동산 전문가들은 개발 열풍이 남부로 몰아칠 것으로 내다본다. 참고로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의 떠오르는 투자대상 도시로 휴스턴과 댈러스 애틀랜타 등을 지목했다. 이 신문은 이들 지역이 최근 몇 년 동안 진행된 미국의 부동산 붐에서 소외됐지만 고용 시장이 호전되면서 주택 재고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유가로 인한 수혜도 톡톡히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