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 펼쳐지고 있는 전 세계 증시 활황 속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곳은 이머징마켓이다. 올 들어 MSCI이머징마켓지수는 18.8% 올라 MSCI전세계지수 상승률 8.53%를 압도했다.개별 국가로 살펴봤을 때도 이머징마켓 증시의 활약이 눈부시다. 러시아 RTS지수는 올 들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 지난해 말에 비해 무려 48.3%나 급등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폴란드 브라질 헝가리 증시도 올 들어 20%가 넘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머징마켓으로 분류되는 신흥경제국가들은 이미 안정적인 성장에 접어든 선진국에 비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 일명 브릭스(BRICs)로 불리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은 거대한 영토와 인구, 풍부한 지하자원 등을 바탕으로 초고속 성장세를 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머징마켓은 저평가된 잠재 우량 기업에 장기 투자하기 적합한 지역이라고 인식되고 있다. 또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되면서 비달러화 자산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어서 이머징마켓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의 수익률도 높을 수밖에 없다. 투자 자금이 이쪽으로 몰리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외 펀드들 중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모닝스타코리아에 따르면 5월5일 기준으로 19개에 달하는 이머징마켓 투자 해외 펀드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50%를 웃돌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메릴린치 이머징유럽펀드’였다. 유로화를 기준으로 한 이 상품의 1년 수익률은 103.94%에 달했다. 뒤를 이은 상품은 ‘메릴린치 라틴아메리카펀드’. 100.25%의 수익률을 올렸다. ‘슈로더 이머징유럽펀드’는 94.69%를 기록했고 ‘피델리티 라틴아메리카펀드’는 94.07%를 보였다. 운용사를 막론하고 이머징유럽 지역 및 라틴아메리카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성적표가 우수한 것을 알 수 있다. 템플턴 역시 ‘템플턴 라틴아메리카펀드’가 87.04%의 수익률을 거뒀고 ‘템플턴 이스턴유럽펀드’는 78.41%를 기록했다. 단독 국가에 투자한 펀드로는 인도 관련 펀드의 수익률이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HSBC 인도주식형’은 최근 1년 수익률 87.72%를 달성했고 ‘피델리티 인디아포커스펀드’는 85.88%를 올렸다. ‘피델리티 차이나포커스펀드’도 5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운용사들이 해외에 직접 투자하는 역내(on-shore) 해외 펀드 중에서는 대한투신운용의 ‘Gold&Wise BRICs해외재간접K-1’의 수익률이 50.1%로 가장 우수했다. 신한BNP파리바의 ‘봉쥬르차이나주식1’은 38.22%의 수익률을 보였다. 역내 해외 펀드의 경우 신규 설정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펀드들이 많지만 대부분 단기 수익률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유럽 관련 펀드들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 증시의 폭발적인 상승세 덕분이다. 국제 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는 급등세를 보이면서 석유 수출국인 러시아 증시도 덩달아 급등세를 타고 있는 것.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헝가리 폴란드 증시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폴란드 증시는 25.53% 상승했으며 헝가리 증시도 20.63% 올랐다. 동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EU) 가입에 따라 경제 성장이 기대된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올 들어 MSCI동유럽지수는 36.3% 상승했다.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10개국은 지난 2004년 5월1일 EU에 가입했으며 이후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유럽의 새로운 투자 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동유럽 국가들이 지난해 4~5% 대의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EU 확대 이후 유럽의 경제 성장은 동유럽이 주도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로 헝가리와 체코는 EU에 가입한 이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돌파했다. 중남미 증시는 국가 이미지만큼이나 열정적이다. 올해 MSCI라틴아메리카지수는 22.3% 상승했다. 개별 국가로 접근해도 아르헨티나 증시가 25.9% 올랐고 브라질 보베스파지수 역시 20.79%나 뛰었다. 중남미 국가들의 경우 천연자원이 풍부해 석유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중남미 국가들 대부분은 최근 3년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외환 보유액은 늘고 부채는 크게 줄고 있는 상황이다. 브라질의 경우 장기 해외 부채 비중이 지난 2002년 국내총생산(GDP)의 40%에서 올 들어 13.5%로 감소했다. 아르헨티나 역시 같은 기간 장기 해외 부채의 GDP 비중이 118%에서 42.%로 줄었다. 경제성장률도 높은 편이다. 브라질은 올해 5%, 칠레와 아르헨티나도 5~8%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지난 2001년 디폴트(국가부도) 사태까지 갔지만 지금은 경기 과열을 걱정할 수준이다. 중남미 국가들은 속속 좌파 정부가 집권하면서 ‘좌경화’ 우려감도 높지만 시장경제 체제는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전 세계 투자자들의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다. 브릭스 지역에 대한 관심도 여전하다. 러시아, 브라질 증시와 함께 인도 증시도 외국인 매수세가 몰리며 올 들어 크게 올랐다. 상승률은 28.11%. 인도는 GDP 성장으로 개인들의 신용과 소비 여력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소비 시장이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인도 정부가 인프라 구축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으며 해외 기업들이 속속 인도에 진출해 투자를 늘리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중국 증시도 본토 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재개되면서 유통물량 부족 문제가 해결될 조짐이 나타나자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 수년간 8~9%의 경제성장률을 실현한 중국은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국제박람회 등은 중국 경제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운용사들이 출시한 중국 관련 펀드 수만 28개에 달하고 있으며 이중 7개가 올해 신규 설정된 상품일 정도로 중국에 대한 관심은 높다. 하지만 브릭스를 비롯한 이머징마켓은 주가의 변동성이 북미나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따라서 펀드의 수익률 역시 등락이 심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 대부분 이머징마켓 증시의 상승세는 국제 상품가격 강세와 연동돼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국제 상품 가격의 랠리가 멈춘다면 이머징마켓 증시도 동반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정치 및 경제상황이 불안정한 국가도 많기 때문에 이에 따른 컨트리 리스크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 1998년 러시아 증시가 뜨자 러시아 펀드에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지만 이후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봤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