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증시에 투자하는 선진국 펀드는 낮은 투자 위험과 안정적인 수익 측면에서 가장 돋보이는 해외 펀드다. 정치 경제 사회적인 리스크 요인이 적고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률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선진국 증시가 동반 상승하면서 수익 경쟁에서도 결코 신흥시장 펀드에 뒤지지 않는 여건이 마련돼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선진국 펀드가 낮은 위험도와 높은 수익률이란 ‘두 날개’를 동시에 달 수 있기 때문이다.실제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지난해 4월 1만770엔을 저점으로 꾸준히 상승해 현재 1만7000엔 대까지 올라섰다. 1년 사이에 주가 상승률이 57% 대를 웃돌고 있다. 독일 닥스지수는 지난해 4월 4157을 바닥으로 서서히 올라 1년 새 6100까지 상승했다. 영국의 FTSE지수 역시 지난해 4월 4773으로 저점을 찍은 후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려 6000을 넘어섰고 미국의 다우존스지수는 지난해 10월 1만200 대에서 벗어나 5월 중순 현재 1만1600 근처까지 올랐다. 지난해 남미와 동유럽 아시아 신흥시장 등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펀드가 해외 펀드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았다면 올해부터는 선진국 펀드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라 흥미로운 수익률 경쟁이 예상된다.선진국 펀드는 코스피지수와 상관계수가 높지 않아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도 유용하다는 장점이 있다. 상관계수가 낮다는 것은 코스피지수의 움직임과 선진국 증시의 지수 동향 사이에 연관 관계가 덜하다는 뜻이다. 즉 국내와 해외로 자금을 나눠 투자하기를 원한다면 선진국 펀드를 택할 경우 분산 투자 효과가 매우 좋다는 얘기다. 신흥시장의 경우 코스피지수와 상관계수가 상대적으로 높아 분산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국내 증시와 이머징시장의 주가가 동시에 오른다면 양쪽 시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맛볼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손실 폭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으로 2001년 이후 코스피지수와의 상관계수를 계산하면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시장이 0.42, 유럽 시장은 0.44, 일본은 0.48로 모두 0.5 이하의 낮은 상관계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0.51에 이른 글로벌 시장보다 낮은 수준이다. 중국 시장과는 0.52의 상관계수가 도출됐고 전 세계 신흥시장 전체에 적용하면 상관계수는 0.83에 달했다. 이론적으로는 전 세계 이머징시장에 투자하는 펀드에 비해 선진국 펀드에 가입할 경우 분산 투자 효과가 2배 가까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선진국 증시는 주가 변동성 면에서도 신흥시장에 비해 우월하다. 지난 2001년 이후 주가 변동성을 살펴보면 북미 증시는 17.3%, 유럽은 17.5%, 일본은 21.0%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30.0%, 인도는 26.8%, 동유럽 등 유럽이머징시장은 26.1%에 달했다. 코스피지수 변동성도 35.5%로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선진국 증시는 신흥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주가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4월말 기준으로 국내에서 판매 중인 해외 역외펀드 중 미국 지역에 투자하는 16개 펀드의 1년 평균수익률은 달러화 기준으로 26.2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국 펀드는 27.58%, 일본 펀드는 37.53%의 수익을 올렸다.특정 선진국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는 해외 유명 운용사들이 다양한 상품을 설정해 놓고 있다. 피델리티의 경우 유럽 중소형주 펀드와 호주 펀드 일본 펀드 등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코리아에 따르면 ‘피델리티일본펀드’의 경우 3월말 기준 1년 수익률이 47.83%(달러화 기준)에 달했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역외펀드 중 일본 펀드로는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편입 종목을 보면 도요타자동차 혼다자동차 스미토모미쓰이금융그룹 미즈호금융그룹 NTT도코모 캐논 니혼오일 등 업종별 대표주들이 골고루 구성돼 있다. 업종으로는 산업재(32%) 금융주(22%) 소비재(16%) 등이 주종을 이뤘다.메릴린치의 선진국 펀드로는 미국과 캐나다의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메릴린치북미오퍼튜니티펀드’가 1년 수익률 44.81%(달러화 기준)로 눈에 띈다. 지난 87년에 설정됐으며 3월말 기준으로 설정액은 1억8400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슈로더는 일본 투자 펀드로 ‘슈로더일본펀드’와 ‘슈로더일본스몰펀드’를 국내에서 판매 중이다. 4월말 기준으로 각각 35.31%,27.78%(달러화 기준)의 1년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지역별로는 선진국 역외펀드 중 유럽 펀드가 4월말 현재 17개로 가장 많다. 메릴린치가 4개의 유럽 펀드를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고 피델리티와 슈로더가 각각 3개씩 보유하고 있다. 메릴린치의 경우 ‘메릴린치유럽’ ‘메릴린치유럽그로쓰’ ‘메릴린치유럽오퍼튜니티’ ‘메릴린치유럽가치주’ 등 일반 주식형은 물론이고 성장형 중소형주 가치주 등 스타일별로 구색을 맞춰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1년 기준으로 수익률 경쟁에서는 ‘메릴린치유럽그로쓰’가 38.74%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국내 운용사가 설정한 선진국 펀드는 일본 상품이 주종을 이룬다. 북미나 유럽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본 시장에 대한 정보가 많아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 증시가 지난해부터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요인이다. ‘탑스재팬재간접1(SH운용)’ ‘산은J-인덱스재간접(산은운용)’ ‘탑스일본주식재간접1(신한BNP파리바운용)’ ‘그랑프리셀렉트일본재간접(기은SG)’ 등이 대표적인 일본 펀드들이다. 펀드오브펀즈 형태로 운용되는 ‘그랑프리셀렉트일본재간접’은 자산의 50% 이상을 일본 주식형 펀드와 인덱스 펀드, 일본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분산 투자하고 나머지 자산은 국내 채권과 현금성 자산으로 안전하게 운용하는 혼합형 상품이다.주의해야 할 점은 선진국 펀드처럼 특정 국가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의 경우 환율 움직임을 체크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껏 수익을 올려놓고도 해당 국가의 통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원화로 환산한 수익률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환율 전망이 어려울 경우 선물환 계약을 별도로 맺어 환 헤지를 해놓는 것이 안전하다. 다만 일본 펀드의 경우 올 연말에 원·엔 환율이 올해 상반기보다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환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조심스런 기대도 있다. 원·엔 환율은 연초 100엔당 860원 대에서 5월에는 820원 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리먼브러더스는 최근 원·엔 환율이 연말에는 850원 대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지금이 일본 펀드에 가입하기에 적기라는 설명이다.최근에는 펀드 내에 환 헤지 기능을 자동적으로 추가해 환율 위험을 피하는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프랭클린템플턴운용이 5월부터 씨티은행을 통해 판매에 들어간 ‘프랭크린템플턴재팬주식투자신탁’은 별도로 환 헤지 계약을 하지 않아도 펀드 내에서 환 헤지가 이뤄지도록 구성됐다. 프랭클린템플턴의 일본 현지법인에 운용을 맡겨 가치주 위주로 유망 종목을 발굴해 내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