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오페라 ‘카르멘’ … 25~28일 세종문화회관

랜만에 볼 만한 오페라 작품이 관객을 찾는다. 오는 5월25일부터 28일까지 4일 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무대에 올려지는 ‘카르멘’이 그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한국 베세토 오페라단, 체코 프라하 오페라단, 우크라이나 키예프 방송교향악단이 협연한다. 특히 세계적인 프라하 스테트니 오페라극장의 ‘카르멘’ 팀을 초청해 공연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주목을 끌고 있다. 체코의 최고 성악가로 꼽히는 메조소프라노 갈리아 이브가리모바와 엘레나 차타로바가 출연해 정열의 집시 여인 카르멘을 연기한다. 또한 프라하 스테트니 오페라극장 상임지휘자 지리 미쿨라와 유럽에서 카르멘 전문 연출가로 이름난 즈니크 트로스카가 초청돼 한국 오페라 팬에게 카르멘의 진수를 선보인다. 이 밖에도 프라하 팀의 올 캐스트가 등장해 그 진가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 성악가만으로 구성된 공연도 준비돼 있다. 총 4일 5회 공연 중 2회는 소프라노 김인혜, 테너 한윤석, 바리톤 한경석 등 국내 최정상의 성악가들로 구성된 팀이 공연한다. 오페라 ‘카르멘’은 세계 공연계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올려진 대중적 오페라 중 하나다. 프랑스의 극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Prosper Merimee)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작곡가 조르주 비제(Georges Bizet)가 오페라로 각색한 작품. 지금은 공연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작품이지만 초기에는 그렇지 않았다. 1875년 3월3일 파리에서 초연됐을 당시 작품 내용이 당시 귀족들의 취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온갖 비난과 혹평을 받아야만 했다. 비천한 여직공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고, 칼부림하며 시체가 뒹구는 등 잔혹한 장면들이 자극적이며 결말이 비극으로 마무리된다는 점 때문이었다. 계속되는 혹평에 실망한 비제는 37세에 별세했다. 하지만 비제는 사후에 뒤늦게 카르멘의 부활 소식을 듣게 된다. 비제 사후 브뤼셀 런던 등 외국에서 인기를 모은 뒤 파리에 재입성해 찬사를 받았다. 1904년 파리에서만 1000회의 공연 기록을 남겼을 정도다. 카르멘이 실패에서 성공으로 역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 스페인 지방을 배경으로 한 독특한 색깔과 창작 당시로서는 찾아보기 힘든 파격적인 테마가 그것. 태양의 나라 스페인 세비야 지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오페라 ‘카르멘’에는 ‘하바네라’ ‘꽃 노래’ ‘투우사의 노래’ 등 친숙하고 관능미 넘치는 선율과 함께 화려한 색채감, 이국적인 정서, 깔끔한 극적 구성이 잘 어우러져 있다. 정열의 집시 여인 ‘카르멘’과 순수한 청년 ‘호세’와의 비극적 사랑이 주는 감동은 원작을 뛰어넘는 깊은 울림을 전한다.때는 19세기 스페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비야 거리의 위병 근무를 서고 있는 하사 돈 호세는 지방 출신의 순진한 청년으로 고향에 병든 어머니와 약혼녀가 있다. 담배공장 안에서의 칼부림 사건으로 카르멘이라는 여직공이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호세는 카르멘을 호송하는 임무를 맡지만 호송하는 도중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 고의로 도망치게 해주고 결국 카르멘 대신 영창 신세를 진다. 돈 호세의 감옥살이가 끝나고 둘은 다시 만났지만, 그녀는 그의 질투심에 지긋지긋해 하고 돈 호세는 지난 일들을 후회하게 된다. 돈 호세는 천성이 자유분방한 카르멘의 사랑을 독차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좌절한다. 돈 호세가 그녀에게 다시 돌아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자고 애원하나, 카르멘은 ‘나는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라며 완강히 거절한다. 돈 호세는 울부짖으면서 ‘그러나 카르멘, 나는 너를 아직 사랑하고 있다’라며 그녀에게 매달린다. 카르멘은 그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면서 그가 준 반지를 땅바닥에 던져 버린다. 돈 호세는 배신감과 질투심에 격분해 그녀를 칼로 찌르고 자신도 가슴을 찔러 자살한다. 죽음으로 비극적인 사랑은 결말을 맺는다. 오페라 카르멘의 이런 비극적 결말은 당시의 바그너 스타일과 흡사하다. 하지만 철학자 니체가 바그너의 가극에 염증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오페라 카르멘을 보고 기뻐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비극적이지만 가슴을 울리는 힘이 스토리 전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이번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베세토 오페라단(Beseto Opera)은 베이징(Be), 서울(Se), 도쿄(To)의 이니셜을 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한국 중국 일본의 합작 오페라단이다. 오페라 음악을 통해 삼국의 국제 문화를 교류하고 나아가 아시아의 평화와 예술 발전에 기여하고자 1996년에 설립됐다. 1996년 창단 이후 예술의 전당과 공동 제작해 공연한 오페라 페스티벌 ‘카르멘, 라보엠, 리골레토’는 아시아 최초의 레퍼토리 시스템을 도입해 한국 오페라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일시 2006년 5월25~28일(총 5회 공연)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강당공연시간 평일 19:30 / 토 15:00 19:30 / 일 16:00 문의 (02)3476-6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