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지난 1954년 친구와 함께 푸른 독수리가 그려진 4센트짜리 항공우편 우표 40만 장을 사들였다.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이른바 사재기를 했던 것. 그러나 그후 우표의 가치는 뚝 떨어졌고 가지고 있던 우표 중 상당량을 액면가의 10%만 받고 팔아야 했다. 가수 마이클 잭슨은 지난 1985년 비틀스의 히트곡 260곡에 대한 판권을 4500만달러에 사들였다. 현재 그 가치는 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돼 ‘대박’을 터뜨렸다.버핏이나 잭슨의 경우에서 보듯이 미국에서 투자 대상은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미술품 판권 자동차 가구 보석 우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실물이 투자 대상이다. 물론 이들 물건을 찾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수집과 감상을 목적으로 하는 애호가들이다. 그렇지만 갈수록 투자 목적으로 실물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른바 컬렉션 투자는 주식 부동산에 이은 제3의 투자 대상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지난 2004년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 피카소 작품 경매가 실시됐다. 작품 이름은 ‘파이프를 문 소년(1905년 작)’. 낙찰가는 1억400만달러(1040억원)로 미술 경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다. 작년 11월9일 소더비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대표적인 추상표현주의 조각가인 데이비드 스미스의 작품 ‘큐비 28(1965년 작)’에 대한 경매가 열렸다. 낙찰가는 2380만달러(239억원). 제2차 세계대전 후 현대미술로는 최고 경매가를 기록했다. 바로 전날인 11월8일 크리스티 경매에서 수립된 전후 최고 경매가 기록을 하루 만에 경신한 것. 전날 열린 화가 마크 로스코의 추상화 ‘마티스를 위한 경의(1954년 작)’는 2240만달러(219억원)에 낙찰돼 최고 경매가 기록을 세웠었다. 미술품은 미국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투자 대상이다. 시장도 형성돼 있고 투자를 목적으로 미술품을 구입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수익률도 좋아 지난 50년 간의 S&P500 지수와 미술품 경매 수익률이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더욱이 최근엔 전후 현대미술 작품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투자 대상도 넓어지는 추세다.이런 바람을 타고 최근엔 미술품에 주로 투자해 수익률을 올려 주는 ‘아트 펀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아트 펀드의 원조는 지난 2003년 8월 뉴욕에서 선보인 ‘펀우드(Fernwood) 미술품 투자회사’. 미술품 컬렉터이면서 20년 이상 메릴린치증권에 근무한 브루스 톱이 아예 미술품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었다. 이후 아트 펀드는 월가에서만 10여 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최근엔 미술품 가격이 오르면서 더욱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수익률도 괜찮은 편이다. 지난 2004년 영국에서 출범한 ‘파인아트 펀드’는 당초 펀드의 예상 수익률을 10~15%로 책정했다. 그러나 매매가 잘돼 연평균 43%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필립 호프만은 “이상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미술품들의 가격은 지난 25년 간 연평균 8~13% 올랐다”며 “잘만 고르면 훌륭한 투자 대상”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14일 뉴욕 맨해튼의 중심가라고 할 수 있는 5번가 한복판. 유명한 패션의류 매장이 즐비한 가운데 ‘골동품-미술품 가게(Antiques-Fine Arts)’가 눈에 띈다. 들어가 보니 말 그대로 앤티크(Antique) 전시장이다. 온갖 가구와 의자에다 단추와 모자까지 없는 게 없다. 퀴퀴한 냄새가 날 것 같은 의자에 붙어 있는 판매 가격은 무려 525달러. 새 식탁 세트를 사고도 남는 가격이다. 옆에 있던 종업원인 제임스(49)는 “1차대전 때 만들어진 이 의자는 100여년 됐다”며 “싸게 나온 물건인 만큼 얼른 사라”고 권했다.이렇듯 미국의 앤티크 가구는 결코 싸지 않다. 그러나 앤티크 매장은 어느 곳에나 있다. 맨해튼에도 수두룩하다. 옥수수 밭이 즐비한 시골에도 앤티크 가구란 간판을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다. 어떤 사람은 이를 두고 “미국 사람들이 짧은 역사를 감추기 위해 앤티크 가구를 선호하다보니 앤티크에 대한 수요가 넘치고 있다”고 설명한다.수요가 많다는 것은 곧 장사가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앤티크를 단순히 소장용으로 구입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투자용으로 구입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더욱이 앤티크는 가격 상승폭이 크지는 않지만 값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만큼 안정적인 투자 대상이라는 얘기다. 물론 투자 기간이 길어야 어느 정도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 앤티크 가구와 함께 각광받고 있는 것이 명품악기다. 명품악기가 비싼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가 사용하는 바이올린인 ‘과르네리 델 제수(Guarneri del Gesu)’는 1735년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제작된 명품악기다. 대당 가격이 420만달러를 호가한다. 한 투자자는 지난 1980년 22만5000달러를 주고 과르네리 델 제수 1743년산 바이올린을 구입했다. 그후 지난 1998년 이 악기를 600만달러를 받고 팔았다.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또 ‘과다니니(Guadagnini)’ 1765년산 첼로는 1970년 1500파운드(약 300만원)에 불과했으나 지난 2001년에는 50만파운드(약 10억원)로 급등했다. 역시 연 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명기의 대명사인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도 1970년대 중반 15만달러에서 현재는 300만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뉴욕 맨해튼 5번과 6번 애비뉴 사이 47번가. 300m쯤 되는 거리 양쪽엔 온통 다이아몬드를 파는 가게로 가득하다. 가게마다 독립 부스가 들어서 있다. 각 부스가 하나의 독립 사업장이다. 온 건물이 이런 가게로 가득 차 있다. 줄잡아 3000여 개. 바로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시장이다. 이곳에서 팔려 나가는 다이아몬드는 연간 300억달러가량. 전 세계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엄청난 시장이 존재하다보니 보석에 대한 투자 기회도 많을 수밖에 없다. 물론 아무 보석이나 투자 대상이 될 수는 없다. 희귀한 종류이거나 크기가 엄청난 다이아몬드가 들어오면 단골 투자자에게 넘겨진다는 것이 이곳 사람들의 이야기다. 자동차도 주요 투자 대상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투자보다는 수집에 초점을 두고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람이 많다. 이른바 클래식 카의 가격은 엄청나다. 6대만 제작돼 현재 3대만이 남아 있는 부가티의 ‘타입 41 르와이얄’의 가치는 100만달러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거래가격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다. 만일 이 자동차를 사서 갖고 있다면 엄청난 돈을 벌었을 것임은 물론이다. 이러다보니 희귀한 자동차, 오래된 자동차, 경주용 자동차 등을 투자 대상으로 모으는 사람도 많다.우표도 주요 실물 투자 대상이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미국에서 우표 수집은 의외로 많이 확산돼 있다. 작년 세계 최고액 우표들 간에 빅딜이 일어나 관계자들을 흥분시킨 일이 있다. 세계 최대 채권중개회사인 핌코의 채권 전문가와 한 우표수집가가 보유한 세계 최고액 우표들을 서로 교환한 것. 거래된 우표는 ‘거꾸로 인쇄된 비행기(Inverted Jenny)’ 우표(1868년 발행)와 ‘우표 업계의 성배(Holy Grail of stampdom)’로 불리는 우표(1918년 발행)였다.‘성배 우표’를 가진 사람은 지난 98년 93만5000달러라는 사상 최고가로 이 우표를 매입했다. ‘거꾸로 인쇄된 비행기 우표’를 가진 사람은 297만달러를 투자했다. 이 우표를 맞바꿨으니 성배 우표를 가진 사람은 매입가보다 최소 3배의 차익을 올린 셈이었다. 우표가 실물 투자 대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증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