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공주처럼 대하라 훗날 여왕되어 다시온다"

객을 공주처럼 대하면 훗날 그 고객이 공주가 돼서 우리 브랜드를 명품으로 더욱 빛내줄 겁니다.” 최근 내한했던 쇼메인터내셔널의 티에리 프리시(Thierry Fritsch) 회장은 “명품 브랜드들은 일종의 문화(Culture) 마케팅으로 고객들에게 감동을 전하거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프리시 회장은 “명품 주얼리 브랜드인 쇼메(CHAUMET)는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시장에서 외국 기업이 가질 수 있는 상업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창조적인 브랜드로 기억되기 위해 메세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쇼메는 최근 메세나 활동의 일환으로 국내에서 ‘쇼메음악인상’을 제정, 피아니스트 김대진씨를 초대 수상자로 선정했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1만5000유로(1900여만원)의 상금과 부상을 준다. 프리시 회장을 만나 음악인상 제정 취지와 아시아 시장에서의 명품 마케팅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쇼메음악인상’이라는 메세나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쇼메의 주얼리는 명품이기 이전에 오랜 창조적인 작업 후에 탄생하는 예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주얼리와 예술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에 순수한 의미에서 예술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쇼메음악인상을 제정했다. 이번 수상자가 쇼메음악인상을 통해 명성을 높여가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문화수준을 높이는 일에도 기여하길 바란다.”쇼메와 예술이 불가분의 관계인 것 같다.“역사적으로 쇼메와 예술은 인연이 깊다. 프랑스 파리의 쇼메 본사2층에 있는 쇼메 박물관은 음악가 쇼팽이 마지막 생을 다할 때까지 지내며 수많은 명곡을 남긴 유서깊은 곳이다. 현재 프랑스 본사에서는 발레리나인 오를리 듀퐁의 공연을 후원하고 있다. 유명 언론사 편집장들을 초청해 오를리 듀퐁의 발레공연을 관람시키고, 공연후에는 함께 자리를 마련해 식사하는 기회를 갖는다. 쇼메도 알리고, 예술가도 후원할 수 있으니 ‘1석2조’라 할 만하다.”쇼메 이전에 P&G에서 근무했다고 들었는데 일반소비재와 명품의 마케팅 차이는 무엇인가.“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뒤 P&G에서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했다. 당시만 해도 명품 산업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마케팅을 배운 뒤 명품을 접한 셈이다. 과거 럭셔리 마켓은 소수를 위한 비즈니스였다. 그러나 지금은 명품시장의 세계적인 트렌드가 ‘대중화’다. 이런 시점에서 명품 업계가 품위를 유지하려면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과 문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된다. 눈앞의 이윤만을 좇다가 시장을 잃을 수도 있다.”명품이 ‘경험의 경제학’을 중시한다는 이야기인데 VVIP 고객에 대한 철학이 있나. “쇼메는 아틀리에를 보유하고 있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VVIP를 타깃으로 한 제품을 먼저 만든 후에 반응이 좋으면 VIP를 위한 제품 제작에 들어간다. 특히 VVIP를 ‘very very important princess’라고 풀이하며 ‘고객을 항상 공주처럼 대하라’는 서비스 정신을 지키고 있다. 10년 전에 청바지 차림의 평범한 여대생 2명이 쇼메 아틀리에를 매우 부끄러워하며 방문했다. 입구에서 망설이는 여학생들을 쇼메 직원들이 공주를 대하듯 친절하게 맞아줬다. 이 두 사람은 후에 요르단 여왕과 주프랑스 요르단 대사가 됐다. 결국 평범한 여대생이 쇼메의 VVIP로 성장한 것이다. 항상 이 일화를 마음속에 깊이 새기고 있다.” 한국의 명품 시장이 꽤 커지고 있다.“프랑스를 제외하고 한국은 일본에 이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나라다. 그만큼 우리도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다. 물론 한국 고객은 무척 눈이 높고 까다롭다고 생각한다.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역할에도 적극적이어서 다음 제품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225년 전통의 쇼메가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빛나는 하이 브랜드로 남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아시아시장이 명품업체의 격전장이 되고 있다.“쇼메는 60개 이상의 브랜드를 보유한 루이뷔통그룹(LVMH)에 속한 회사다. 따라서 그룹 전략에 따라 아시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만에 새로 매장을 열었다. 2~3년 내에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도 매장을 열 계획이다. 아시아지역 투자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최근의 주얼리 트렌드는 무엇인지.“현재 전 세계는 다이아몬드의 매력의 푹 빠져 있다. 그래서 다이아몬드의 가격도 많이 올랐으며, 전반적으로 다이아몬드가 가장 강세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다이아몬드와 잘 어울리는 화이트 골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도 하다. 또 복고적인 경향으로 옐로 골드와 핑크 골드도 마니아층에선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주얼리를 잘 활용하는 방법은 없는지.“주얼리를 활용할 때는 틀에 얽매이면 안된다. 주얼리는 창조이며 자유다. 예를 들어 쇼메의 ‘댄디 라인’은 남성용이지만 여자들도 얼마든지 착용할 수 있으며 목걸이를 몇 줄 감아서 팔찌로 활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걸 실행에 옮기는 게 중요하다.”프리시 회장은 55년생으로 프랑스 유수의 경영대학원인 에섹(ESSEC)을 졸업했으며 다국적 생활용품업체인 P&G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85년 보석업체인 카르티에로 전직해 마케팅 디렉터, 프랑스 이사 등을 거쳐 2001년 쇼메 회장으로 옮겨와 오늘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