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 (The International)
감독 : 톰 튀크베어 주연 : 클라이브 오웬(루이 샐린저 역) 나오미 왓츠(엘리노 휘트먼 역) 아민 뮬러-스탈(빌헬름 웩슬러 대령 역) 브라이언 F. 오번(킬러 역)이 영화는 역사상 최대 금융 사기 행각이 들통나 세계를 경악시켰던 BCCI은행 사건을 모델로 기획되었다. 국제 거대 금융 자본과 각국 정부 간의 알려지지 않은 어두운 협력관계의 일면을 과감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도 한번은 볼 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Bank of Credit and Commerce International (BBCI) 은행 금융비리사건 개요 :
1972년 한 파키스탄 은행가에 의해 설립된 후, 불과 10년 만에, 뉴욕 맨해튼 지점을 포함, 전세 계 72개국 400여 개 지점을 개설 운영하였으며, 당시 약 200억 달러에 달하는 자산규모로 세계 7대 민간은행으로까지 성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1980년대 시작된 미국과 영국의 합동 비밀수사에 의해 대규모 마약거래상들의 자금 세척 및 각종 불법 행각이 밝혀져, 결국 1991년 7월 초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강제 사업종료가 집행되기에 이른다.
마약조직의 돈세탁, 분쟁지역에 대한 불법 무기 거래, 테러단체 자금 지원 등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각종 범죄가, 다름 아닌 IBBC란 거대 다국적 은행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인터폴의 민완 요원 루이 샐린저. 맨해튼 지방 검사관 엘레노어 휘트먼과 함께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뉴욕, 터키 이스탄불까지 끈질기게 불법 자금의 흐름과 감춰진 범죄행각들을 수사해 간다.
한편 IBBC의 고위임원이자 스카슨 회장의 최측근인 클레몽은 스카슨 회장과 IBBC의 비인륜적 경영방식에 염증을 느끼고, 인터폴에 스카슨 회장의 불법과 범죄행각을 입증하는 기밀자료를 샐린저 요원의 부하에게 넘기려다 사전 발각되어 무참히 살해 당한다.
샐린저 요원은 클레몽을 살해토록 지시했다는 결정적 정황이 담긴 경찰의 초동 수사보고서를 입수, 스카슨 회장이 근무하는 IBBC 본사의 회장 집무실로 직접 찾아가 면담을 청한다.
그러나 면담시간을 기다리는 샐린저를 비웃듯 내려다 보며, 측근들을 거느리고 유유히 본사건물을 빠져 나가는 스카슨 회장. 당혹감과 모멸감에 휩싸인 채 부르르 떨고 있는 샐린저를 맞는 사람은 스카슨 회장의 법률대리인이자 IBBC의 수석법률고문이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마틴 와이트 변호사이다. 그리고선 대뜸 모든 얘기는 일단 자기와 하면 된다고 뻗댄다.
협상기법 제안1
스카슨 회장의 대리협상전략 : 껄끄러운 상대는 제3자를 내세워 대리협상을 전개하라.
골치 아픈 클레임 협상, 손해보상 협상 등 위신과 명예를 손상시킬 수 있는 껄끄러운 협상에 직면하면, 굳이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대리인을 내세워 일단 김을 빼는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실제적인 협상전략의 측면에서도,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공신력을 겸비한 제 3자를 내세워, 나 대신 협상상대와 대화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즉, 중재(Arbitration) 형식을 채용한 지능적인 협상 전술이다.
누구를 제3자로 내세우든 간에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별 차이가 없다. 즉, 외견상 중립적이고 공정한 위치에 있으며, 해당 협상사안에 대한 전문성과 일정 수준의 공신력과 지위를 갖춘 사람으로 하여금, 나 대신 상대에게 ‘No’라고, ‘그건 어렵다’고, ‘이 건에는 해당 되지 않는다’ 라고 대신 대답하여 설득하는 하는 방법이다.
반대로, 당신의 제안이나 주장에 긍정적인 힘을 실어주는 협상기법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보기 드물게 좋은 보상 조건이군요’, ‘법률 및 규정상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좋은 조건을 받아내셨군요’, ‘거의 특혜군요’, ‘이런 보상조건이나 대우는 처음 봅니다’ 등등 표현은 상황에 맞추게 된다. 그러나, 와이트 변호사가 아닌 샐린저 요원의 처지, 즉, 그 반대의 자리에 있다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협상장에 상대편이 의도적으로 당초 참석예정자가 아닌 제3자를 사전 합의도 없이 참석하는 경우 상당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금 영화의 상황처럼 양측이 극도의 적대적이고 대결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 더욱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나에게 득보다는 해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심지어 통역 조차도 상대 측이 주선한 경우라면 일단 거절하는 게 안전하다.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한번 살펴보자.우선 누군지 어떤 이유로 협상장에 나타났는지 사전에 통보 받지 않은 사람에 대해선 일단 퇴장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통상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정중하면서도 강경하게 퇴장을 요구하는 것이 무난하다. 즉, “양사의 중차대한 기밀이 논의되는 자리이므로 양측이 사전에 참석 합의된 외 제 3자의 참석은 보안상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러므로 정중히 퇴장을 요구한다.”
간혹 인심 좋은 한국 비즈니스맨들이 이 점을 간과하는 경우를 간혹 본다. 뭐 별일 있느냐는 얘기다. 뭐, 별일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퇴장을 요구하는 게 왜 타당한지 논해 보기로 한다.
단순히 상업적 계약 내용을 협상하기 참석했는데, 상대가 예정에도 없는 제3의 전문가를 합석 시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반드시 있다. 변호사, 엔지니어, 회계사, 심지어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인물일지라도 십중팔구 그들은 각자의 밀명을 갖고 그 자리에 불려온다.
법률전문가라면, 각종 난해한 규정이나 법률을 들먹거려가며, 계약내용 수정이 불가피함을 역설하거나 우리 측의 주장이나 조건이 법률적으로 위배되거나 불충분하기 때문에 수용이 어렵다는 식으로 압박해 올 소지가 있다.
엔지니어라면, 새삼스레 우리 제품이나 협력업체의 기술적 결함이나 실적 부족 및 국제적 공인자격미비 등을 시비 걸며, 자신들의 요구대로 설계 변경이나 무상 업그레이드를 요구, 혹은, 프로젝트 관련 협력업체나 납품처를 자기네가 지정하는 업체와 조건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해 오는 수도 있다.
회계사나 세무사라면, 재정상황이나 회계규정을 내세워 납품가격이나 기타 계약관련 각종 비용 지불조건 등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경을 요구해 올 수도 있다.
그리고, 표면적으로는 별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비즈니스 컨설턴트 정도로 보이는데, 실상은 외부 협상전문가로서 협상이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협상 중간중간 갖가지 방해전략을 늘어 놓을지 누가 알겠는가!
더욱더 실질적인 문제는, 이러한 특정분야 전문가가 제시하는 제안과 설득 논리를 사전에 100% 예견하고 철저히 준비한 상황이 아니라면(사실 어렵다), 해당 분야 비전문가로서 상대가 제시하는 증거나 논리의 사실여부를 그 자리에서 듣고 판단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사전에 치밀한 설득논리와 기만전술을 버무린 정밀한 협상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유인책 양보안을 덤으로 얹어주며(Sweetener전술), 더 이상의 합의조건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Take it or leave 전술) 우기며, 이렇게 먼 곳까지 와서 애 많이 썼는데, 별것도 아닌 걸로 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니나며(Bare-hand threatening 전술) 넌지시 막판 협상결렬 압박(Deadlock 협상결렬전술)을 걸어 오면 어지간한 협상가가 아니면 자칫 걸려들기 십상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의 협상전문가들이 한국과의 비즈니스 협상이든 외교협상이든 상관없이 막바지에 꼭 시행하라고 추천하는 대표적 한국형 마무리 협상 전술이다.
결론적으로, 기존 협상자 명단에 없던 인사의 협상 개입은 철저히 거부하고 퇴장시키는 게 일단은 안전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한, 만약에 상대가 끌어 들이려고 했던 복병을 퇴장시키는 데만 성공해도 건질 수 있는 협상의 소득이 만만치 않다.
왜냐하면, 상대는 제3자의 추가개입을 통한 협상전략전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나리오를 전개하려 했을 소지가 높고, 따라서, 그가 빠지게 되면 전체 협상전략전술에 혼선이 발생, 적절한 대안이 준비되어 있진 않다면 심각한 곤란을 겪게 될 공산이 높다. 한마디로 그들을 自中之亂(자중지란)의 위기로 몰아넣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밑져도 본전이니 한번 해 볼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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