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영 브레인 투자자문 대표

제 아무리 뛰어난 펀드매니저라도 시장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한 두해 정도는 시장수익률을 뛰어넘는 성적을 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수익률에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덱스펀드를 처음 만든 뱅가드 그룹의 존 보글 회장은 “수수료,운용 보수,세금 등 펀드투자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펀드매니저가 투자자에게 시장 평균 수익률을 돌려주기는 장기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5년 또는 10년 이상 장기에 걸쳐 인덱스펀드를 능가하는 주식형 펀드는 전체의 20%도 채 되지 않는다.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는 그런 점에서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는 ‘살아있는 신화’로 통한다.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6년간 그가 운용한 펀드는 시장 대비 연평균 17.5%의 초과수익을 냈다. 그는 또 단 한해도 시장보다 못한 수익률을 기록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운용을 해왔다.그가 지난 1월까지 운용을 책임졌던 ‘칭기스칸국내주식형 펀드’를 봐도 그의 운용 능력을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6월 말 설정된 이 펀드는 1월 말 기준 6개월 수익률이 국내 주식형펀드 439개 중 1위였다. 비록 수익률이 -8.5%였지만 이 기간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지수가 -25.56%나 하락했고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수익률도 -23.35%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다.그런 그가 지난 1월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직을 버리고 최근 브레인투자자문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투자업계에 복귀했다. 그는 “지금주식시장은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대세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존 템플턴도 대공황을 겪으면서 크게 성공했고 국내 1위의 자산운용사인 미래에셋도 IMF경제위기가 도약의 기반이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이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그와 같은 시장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장은 지금 유동성에 기반한 장기랠리의 초입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올해 2∼3분기가 저점인 만큼 시장은 상승추세로 움직일 것으로 본다. 이미 나는 지난해부터 올해 2분기부터는 주식을 사야한다고 주장해 왔다. 최근에는 그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세계 각국은 금융공조를 통해 금융위기를 치유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대책을 쏟아냈다. 엄청난 돈이 풀렸지만 아직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돈이 제대로 돌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로 기업신용도도 낮아져 은행이 제대로 돈을 굴리지 못했다. 그러나 가까운 중국만 하더라도 지난해 11월부터 기업대출이 급증하면서 화폐의 유통속도에 가속도가 붙었다. 미국 역시 주택관련 지표가 반등하기 시작했고 제조업 관련지수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는 이미 돌아섰다. 물론 경기동행지수인 기업실적이나 실업자 통계 등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돈이 갈 곳은 증시밖에 없다. 이미 달러 약세는 시작됐다고 본다. 달러화보다는 구리 금 석유 등 상품가격이 오를 것이다. 또 미국자산보다는 성장성이 높은 이머징쪽에 돈이 몰릴 것으로 본다. 한국시장도 바닥을 찍었다는 정황은 많다. 기아차 아시아나 한화건설 SK건설 등이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에 무난히 성공했다. 갖혀있던 돈이 급속히 풀리면 시장은 바닥을 찍고 강하게 오르기 마련이다. 경기가 좋아지길 기다리는 사람은 주식을 비싸게 살 수밖에 없다.”“애널리스트들이 기업이익을 지나칠 정도로 하향조정했다고 본다. 2008년의 비관적인 상황이 기업실적 예측에 여전히 반영돼 있다. 그러나 올해 1분기만 하더라도 실적이 예상보다 좋을 것이다. 한국의 PER(주가수익비율)가 비싸다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향후 1년 이익을 기준으로 한 PER가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업이익이 3분기부터는 반등할 것으로 본다. 경기는 올라오기가 어렵지만 일단 바닥을 찍으면 꺾이기도 쉽지 않다. 2007년 2분기가 고점이고 올해 2분기가 바닥이라면 2년이나 조정을 받은 것인데 이 정도 조정 기간이면 충분하다고 본다.”“과거처럼 경기가 반등한다고 모든 경기 관련주가 오르지는 않을 것이다.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있는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은 최고의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종목은 최근 위기 속에서도 주력 사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다. 금융주도 바닥을 찍고 올라올 것이다. 은행주와 증권주가 특히 수혜를 받을 것이다. 녹색성장주도 여전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한국시장과 중국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유망할 것이다. 반면 조선 철강 해운 등은 고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종목은 이미 과잉공급 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우리 아버님 형제는 8남매이신데 나는 4남매였다. 우리 애들은 2남매다.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부동산은 크게 매력적인 자산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일부 고급화에 대한 수요는 있겠지만 주거전용 주택이 사재기 대상이 되거나 투자대상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톱다운(top-down) 방식과 바텀업(bottom-up) 방식을 혼용하고 있다. 먼저 업황을 분석한 후 업황이 괜찮은 기업 중에서 저평가된 종목을 골라내는 방식이다. 사실 이런 투자방식은 대부분의 펀드매니저들도 하고 있는 것으로 특별한 비결은 아니다. 그러나 업황을 판가름하는 산업분석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산업리스 심사부에서 10년간 모든 산업의 분석보고서를 썼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시장이 안 좋을 때는 보수적인 통신 유틸리티 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연말 연초에는 과도하게 하락한 성장주 위주로 투자를 한다.”“4월 초에 정식 인가를 받았다. 현재는 정원석 전 KB자산운용 주식운용1팀장과 정상권 전 SKY투자자문 상무 등이 합류해 있다. 5월과 9월에 펀드매니저들이 추가로 합류하면 8명의 운용역과 5명의 지원인력 등 모두 13명으로 회사를 꾸려갈 생각이다. 합류하는 펀드매니저들의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여서 고객들의 다양한 투자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본금이 53억 원이다. 자산운용사 전환을 염두해두고 초기 자본금을 크게 가져갔다. 또 헤지펀드가 허용되면 이 시장에도 적극 뛰어들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트러스톤자산운용에서 홍콩계 헤지펀드의 투자자문을 해준 경험이 있다. 우선은 고객들이 예측가능한 수준에서 수익을 내는 게 목표다. 시장이 1% 오르면 우리 펀드는 1.5% 오르고,시장이 2% 떨어지면 우리 펀드는 1%만 손실을 내는 그런 운용을 하겠다.글 김태완·사진 이승재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