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지수가 반등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10월 이후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던 금융위기가 해소되는 분위기를 타자 시중 자금이 다시 위험 자산을 찾아 증시로 속속 복귀하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다.여기에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 침체 현상도 바닥을 치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MMF(머니마켓펀드)나 금 등 안전자산에 잠겨 있던 자금이 더욱 증시로 유입돼 주가가 상승하는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게 된다.이러한 분위기가 무르익자 작년 줄줄이 반토막난 수익률을 빗대 불렀던 ‘고등어’ 펀드 투자자들도 다시 펀드 계좌를 조회하고 새로운 상품을 찾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납입을 중지했던 적립식 펀드에 불입 시기를 저울질하는 투자자도 눈에 띈다.펀드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 점차 가라앉고 있고, 한동안 미니 유동성 장세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대형 우량주를 편입하는 국내 성장형 펀드에 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또 해외 펀드에선 선진국 펀드의 비중을 낮추고 중국 펀드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반면 경기 부양을 위해 각국 정부가 기준 금리를 낮출 만큼 낮춘 상태여서 작년 말부터 이어온 채권형펀드의 나홀로 강세는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실제 4월 국내 주요 증권사의 자산관리센터들은 국내 성장형 펀드의 비중을 높이라고 일제히 권고하고 나섰다. 대우증권과 동양종금증권 현대증권 등은 가치형 펀드보다 대형 우량주를 집중 편입해 시장 평균보다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는 성장형 펀드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고, 대신증권은 증시가 조정세를 보일 때 비중을 더욱 확보하라고 권고했다.이병훈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팀장은 “3월 초 장중 1000선 밑까지 떨어진 코스피지수가 단기간 급등하면서 과열에 대한 지적도 없진 않지만 고객 예탁금 증가와 외국인의 매수세 지속되고 있는 등 유동성이 증시에 집중되고 있어 3분기까지 증시 환경은 우호적이라고 판단된다”며 성장형 펀드와 가치형 펀드의 비중을 4:6에서 5:5로 높일 것을 주문했다.박현철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MSCI 기준으로 국내 증시의 12개월 전망 PER(주가순이익비율)는 11배 안팎으로 세계 평균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며 “적립식펀드에 가입한 기존 가입자들은 환매보다는 중단한 납입을 개시하며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 자산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의 비중을 소폭 낮추되, 대신 성장형 펀드의 비중을 높이라(굿모닝신한증권)는 권고도 있었다.이처럼 국내 성장형 펀드 비중을 높이라는 권고가 이어지는 것은 유동성 장세로 인한 주도주가 대형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박건영 브레인투자자문 대표는 “3월 초부터 이어진 랠리가 코스닥 소형주로 시작해 유가증권시장의 중형주를 거쳐 이달부터는 증권,은행주 등 일부 대형주로 옮겨가고 있다”며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면 삼성전자 포스코와 같이 덩치가 큰 종목들이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박 대표는 “그동안 이어지던 유동성 장세가 ‘미니’에서 한발 더 나아가 본격화되면 적은 자금에도 시세 변동이 큰 중소형주보다 시세 움직임이 적고 그동안 덜 오른 대형주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대형 성장주에 투자하는 펀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이러한 박 대표의 전망은 이미 어느 정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본격 유동성 랠리가 펼쳐지기 전인 4월 초(2~8일)의 한국 관련 펀드로는 20억9200만 달러가 순유입되며 4주 연속 자금이 흘러들어왔다. 한국 관련 펀드는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대표 펀드를 말하는 것으로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를 비롯해 △인터내셔널 펀드 △일본제외 아시아 펀드 △퍼시픽 펀드 등이 있다. 한국 관련 펀드에 4주 연속 자금이 유입된 것은 작년 4~5월에 기록한 5주 연속 순유입 이후 11개월 만이다.이 같은 위험자산인 증시로 자금이 유입세는 국내 증시에 그치지 않고 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3월부터 아시아를 비롯한 이머징마켓펀드로 자금유입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이들 자금을 쥐고 있는 미국 등 주요 국가의 투자자들이 아시아 증시에 자금을 보내고 있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이에 따라 국내 주요 증권사의 자산관리센터들은 신흥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들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특히 굿모닝신한·대신·대우·동양종금·메리츠·현대증권 등 모든 증권사들은 중국 펀드를 빼놓지 않았다. 올 들어 중국 상하이 증시가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증가시킨 유동성 덕분으로 주요 증시 가운데 국내 증시와 더불어 가장 강세를 보이면서 이 증시에 투자하는 중국 본토 펀드가 크게 선전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 펀드를 가장 눈여겨볼 펀드로 우선적으로 꼽았다는 얘기다.동양종금증권은 “유동성 랠리가 펼쳐지며 증시 환경이 좋아지면 중국과 같이 2007년 11월 고점 대비 가장 많이 빠지고 경기가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 가장 수혜를 볼 것”이라며 전체 주식형 펀드에서 차지하는 선진국 비중을 7%에서 5%로 낮추고, 중국 펀드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가 비중은 14%에서 16%로 높일 것을 주문했다. 이들 증권사들은 미국 일본 서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들에 대해선 비중 축소 의견이 우세했다.이와 함께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면 원자재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원자재 펀드에 대한 관심도 주요 증권사들은 당부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경우 이러한 이유로 증권사 중에서 유일하게 러시아 펀드의 비중도 높일 것을 권고했다.하지만 원자재 펀드와 중국·브라질 펀드를 같이 가입하는 것은 피하라는 지적이다. 분산 투자한다고 원자재 가격과 경제의 상관관계가 높은 브라질이나 러시아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가 원자재 펀드를 추가로 드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원자재 펀드 가운데 펀드명에 ‘주식’이란 말이 붙은 것은 실물이나 지수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관련 상장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역시도 분산투자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해외 펀드와 원자재 펀드에 신규 가입할 때는 환헤지 여부를 살펴 환노출형보다는 환헤지형에 관심을 가지라는 조언이다. 올초까지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세로 환노출형 펀드들이 보유한 달러 가치 상승으로 환차익을 봤지만 최근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까지 떨어지고 안정화되고 있는 분위기여서 환노출형 상품에 가입할 경우 투자자산 가치는 올랐지만, 환 손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또한 중국 펀드가 유망하다고 비중을 무리하게 높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진단도 있다. 김순영 대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중국 상하이증시가 올 들어 30% 이상 올랐지만, 아직까진 중국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진 것은 없다는 게 문제”라며 “추가 상승을 이끌기 위한 확실한 근거가 없는 상황이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한편 채권형 펀드에 대해선 비중을 축소하거나 신규 가입을 자제하라는 의견이 우세했다.김재후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