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남성복 시장의 대전환

클래식 룩이 돌아왔다. 절제된 세련미를 강조한 슈트와 재킷의 귀환. 2009 남성복 시장을 장악할 클래식룩을 살펴봤다.해 2월 열렸던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서 가장 큰 이슈는 바로 경기 하락으로 인한 패션 산업의 위기였다. 우리나라에서 30~40% 이상 성장률을 보여온 럭셔리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말들이 컬렉션 뒤 파티에서의 주요 화제가 된 것. 화려했던 시대는 가고 앞으로 겸손과 절제의 시간들이 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어 발표된 많은 여성복 컬렉션에서는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소박하고, 절제된 디자인들을 볼 수 있었다.대세가 바뀌고 있다. 앞으로의 트렌드 키워드는 절제된 세련, 즉 소버 시크(Sober chic)라고 한다. 남성복에도 이런 변화의 움직임이 반영되고 있다. 슈트의 귀환과 클래식의 부활이다. 사실 클래식의 부활은 지난 몇 시즌 동안 계속되어 왔던 이야기이기에 그리 새롭다고 생각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올 시즌 클래식 룩에는 심상치 않은 구석이 있다. 바로 슈트와의 접목이다. 이제까지의 클래식은 마치 전통적인 미국풍이거나 전통적인 영국풍의 유행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즉 체크, 헤링본, 핀 스트라이프 같은 소재, 쓰리피스 슈트의 부활과 같은 특정 요소로 나타났었다. 그러나 최근 클래식 열풍은 단순한 디테일의 변화만이 아닌 전반적인 실루엣과 아이템 구성 변화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옷장에 있는 옷 전체 구성을 바꿔야 되는 시점인 것이다.가장 큰 변화는 아이템이다. 그동안 캐주얼한 착장과 스포티한 착장이 대세였다면, 이제 다시 슈트와 재킷이 그 중심이 되고 있다. 심지어 빅뱅과 같은 젊은 아이돌 그룹까지 슈트 차림으로 나오지 않는가? 한때 캐주얼 슈트 혹은 ‘프라이데이 비즈니스 웨어’라는 개념으로 정당화 되었던 면바지와 코튼 재킷은 더 날씬하고 형식적인 디자인으로 탈바꿈했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 1980년대 아르마니 슈트나 디올 옴므의 날씬한 실루엣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슈트의 실루엣은 훨씬 더 슬림해졌다.가장 클래식한 슈트의 전형이 영국풍 슈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날씬하고 군복의 격식을 갖춘 듯 딱딱한 뉘앙스를 갖춘 스타일이 대세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깨선을 강조하는 대신, 허리는 좀 더 날씬한 디자인을 선택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더블 여님 슈트 스타일이 대세라지만, 사실 비교적 키가 작고 통통한 체격의 우리나라 남자들에게는 무리가 있다. 가슴 V존을 좀 더 깊게 판 스타일이 더 날씬해 보일 수 있지만 키가 큰 체형에 어울린다는 점을 기억하자. 그 대신 바지는 전 세계 공통적으로 슬림한 디자인에 허리 부분에 주름이 한번 접히는(원턱, one-tuck) 정도가 적당하다. 우리나라의 남자들은 전체적으로 바지통을 넓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통이 넓은 바지는 작은 키를 더 강조할 뿐만 아니라, 세련된 느낌을 주지 않는다.재킷은 양쪽에 트임이 있는 스타일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보통 중앙에 한번 트임이 있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양쪽 트임이 있는 스타일이 더 클래식하면서 감각적으로 보인다. 최신 유행 소재는 광택감이 현저하게 줄어든 클래식한 울과 리넨이다. 전형적인 하운드 투스, 헤링본, 프린스 오브웨일즈, 초크스트라이프 등의 패턴들도 다시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서로 다른 패턴을 사용한 아이템 간의 과감한 믹스도 있다. 그레이 혹은 블랙 슈트에는 반드시 블랙 신사화를 신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다크 브라운 컬러의 옥스퍼드를 신는 것이 원칙이다. 여기에 각진 브리프케이스를 함께 들고, 신사의 느낌을 강조할 수 있는 우산이나 둥근 크라운과 양옆이 약간 올라가는 디자인인 보울러(bowler) 스타일의 모자를 함께 착용하는 것이 좋다.이정민 퍼스트뷰코리아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