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역사의 향기가 공존하는 레스토랑에서 봄기운 완연한 미각 여행을 즐겨보자.인스 게이트. 조선시대에 있었던 서울의 네 개의 大門, 사대문과 네 개의 小門, 사소문 이외에 서울의 아홉 번째 문이라는 뜻이다. ‘나인스 게이트 그릴’은 무려 85년의 전통을 간직한 흔치않은 레스토랑이다. 이 레스토랑의 전신은 1924년 조선호텔이 4층 건물일 때 문을 연 ‘팜 코트’이며, 1970년 ‘나인스 게이트’로 이름을 바꿨다. 프렌치 레스토랑으로 시작해 컨티넨탈 레스토랑 등으로 역사의 흐름과 함께 모습, 서비스 방법, 메뉴 등은 변화해왔지만 한국 식문화를 선도하는 메뉴를 선보이며 한국의 정재계, 문화계의 유명 인사들의 만남의 장으로 사랑받아 왔다. 리모델링을 통해 재개장한 지난 2월부터는 웨스틴조선의 대표 셰프인 이민 상무가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콘셉트로 유러피언 퀴진을 선보이고 있다.85년의 오랜 전통만큼 이곳엔 한국 역사를 이끈 유명 인물들이 다녀갔다. 1984년 오픈한 ‘서재필 룸’은 조선호텔에서 1년 여 동안 거처하며 독립운동을 했던 서재필 박사를 기리는 뜻에서 만든 것으로, 서재필 박사의 사진 및 독립신문 등을 전시해 놓고 있다. 이처럼 프라이빗 룸에는 서재필 룸, 팜코트 룸, 헤븐 룸 등 역사성을 상징하는 별도의 이름들이 붙여진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도 옛 조선호텔 사진과 마릴린 먼로, 무하마드 알리, 포드 전 미국 대통령, 반기문 UN사무총장 등 방문 고객의 사진이 걸려 있다.뭐니뭐니해도 이곳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전면의 통 유리 차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환구단의 고풍스러운 전경. 고종황제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세운 환구단과 돌 북, 세 개의 문,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잘 꾸며진 정원을 내다보며 식사를 하다보면, 이곳이 복잡한 서울 한복판임을 잠시 잊게 된다. 창밖으로 보이는 환구단과 그 정원이 계절 따라 변하는 모습은 풍경화를 표구해 허공에 걸어놓은 듯 운치 있다. 봄에 벚꽃이 떨어지는 모습은 단연 최고로 그 즈음에는 일주일 전부터 예약이 꽉 찰 정도다.나인스 게이트 그릴은 이번 재오픈을 기념하며 새로운 형태의 모던 유러피언 퀴진을 선보인다. 시즈널 메뉴는 시장에서 가장 신선한 재료로 만든 코스 메뉴로 요즘은 두릅과 같은 봄 야채를 활용한다. 23년 경력의 이민 셰프는 조리사 출신으로는 신세계그룹 최초로 중역인 상무까지 올랐으며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내 레스토랑뿐 아니라 국내 델리 카페 문화를 선도한 ‘베키아 에 누보’, 진보된 맨하탄 스타일의 그릴 레스토랑 ‘그래머시 키친’ 등 조선호텔 직영 레스토랑들의 메뉴 개발을 담당해 호평을 받아 왔다. 그가 이끄는 새로운 나인스 게이트 그릴에서는 그릴 메뉴를 중심으로 한국의 식재료를 프렌치 요리 기술로 풀어내 한국의 맛을 세계인의 요리에 접목시킨 메뉴를 격월로 선보일 계획이다. 새로운 메뉴로는 복분자 와인 소스의 참치 타르타르와 참치 프로슈또, 단감 조림의 트러플과 잣을 입혀 구운 푸아그라, 전복 리조또를 곁들인 아귀구이, 매생이 덤플링과 토마토와 다시마 육수의 홍도미 구이 등이 있다.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와인을 즐겨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각 코스마다 어울리는 와인을 조화시킨 와인 페어링 메뉴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세트 메뉴에 소믈리에의 추천 와인을 표기해 와인 선택의 편의를 돕는다. 1951년산 샤또 까뤼아드 드 라피뜨, 1961년산 샤또 베이슈벨, 1982년산 샤또 라투르, 컬트와인이라고 불리는 할란 에스테이트 등 희귀 와인을 비롯해 소믈리에가 세계 각국을 방문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직접 구입해온 것까지 약 400여 종의 와인 리스트를 구비해놨다. 한국적 아름다움과 사계절의 미를 즐기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점 외에 이곳이 명당이라는 설이 있다고 하니, 중요한 만남이 있을 때 한번쯤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위치 서울 중구 소공동 87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1층 전화 (02)317-0366오픈 아침 07:00~09:30(토,일 제외), 점심 12:00~14:30, 저녁 18:00~21:30, 주말파워런치 11:00~14:30(토,일) 가격 건강식 조찬 3만5000원, 쉐프 테이스팅 런천 9만 원, 익제큐티브 런치 6만 원, 쉐프 테이스팅 디너 16만 원, 익제큐티브 디너 9만7000원1. 킹크랩 샐러드와 킹크랩 스프링롤 2. 절인배추볶음과 겨자씨소스의 마늘을 입혀 구운 양갈비구이 3. 전복리조또와 아귀구이글 김지연 기자 jykim@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