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몇 년간 국내 오피스시장은 큰 호황을 누렸다. 그리고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와 같은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 보험업 등 금융업뿐만 아니라 건설부동산업의 호황, 정보기술(IT)과 서비스업의 지속적 성장에 힘입어 2000년 이후 오피스수요는 증가 일로에 있었다.그렇지만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한 작년 9월 말부터 오피스시장의 분위기는 급반전되었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해 고급사무실에 대한 주요 수요자였던 세계 금융기업의 생존이 위태롭게 됐고 오피스수요도 급감하고 있다. 여기에 건설사 사옥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 기업의 오피스빌딩 등이 급매물로 시장에 대거 나오기 시작했다.그 결과 최근 시장에서 오피스 매매가격은 작년도 고점 대비 20~30% 하락한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임대시장에서도 작년 4분기부터 공실률이 상승하는 추세로 전환됐고, 이에 따라 향후 임대료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따라서 현재와 같은 금융위기가 닥쳐오면 어느 나라든 오피스시장에 위기가 닥쳐오게 된다. 이웃한 일본도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도쿄의 경우 2003년 공급과잉으로 인한 공실 증가, 임대료 하락 등의 위기가 있었지만, 지속적인 사무실 수요 증가와 경기 회복으로 2007년까지 오피스시장이 호황을 누렸다. 그렇지만 2008년 하반기 이후 미국 발 금융위기가 도쿄에도 미쳐 공실률이 증가하고 있고, 임대료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도심재생사업을 통해 오피스공급이 급증하고 있어 금융위기의 여파가 오피스시장을 크게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그런데 도쿄는 심각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과거 버블위기를 겪으면서 20년간 향상된 시장 대응력으로 예전보다는 위기를 완화시키고 있다. 우선 도심재생사업 자체가 경쟁력이 있는 도심을 중심으로 이루어짐으로써 그 내재가치를 다져놓은 측면이 있다. 주거와 오피스, 상업시설을 중심가에 복합단지 형태로 개발함으로써 가치창출이 용이하고, 경제적 타격에도 견딜 수 있는 생산력을 제공했다. 이에 따라 도쿄 중심 3구에 위치한 랜드마크 빌딩들은 가격이 일부 하락하고 있지만, 꾸준히 공급이 증가하고, 수익도 내고 있다.둘째는 빌딩의 소유주들이 개인이나 기업에서 리츠와 같은 투자전문펀드로 전환되면서 오피스빌딩이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로 투자되고 관리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변동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소유구조와 전문적 운영을 통해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J리츠의 투자규모는 2007년에 총 6조5000억 엔 규모에 달했다. 일본 상장기업의 부동산매수에서 J리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이른다.셋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에 힘입어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덕분에 개발기간이 단축되고, 운영 수익성이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도심재개발을 위한 용적률 조정이나 행정적 지원은 낙후된 지역을 랜드마크 지역으로 변신시켰고, 다시 이러한 개발이 도시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있다.상대적으로 서울의 경우에는 아직 이러한 측면에서 초기단계이지만 우리의 오피스시장 경쟁력도 지속적인 금융과 서비스산업의 성장을 배경으로 충분한 시장성을 확보하고 있다. 일시적인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성장잠재력이 충분하므로 향후 도심중심 개발, 전문 업체나 펀드 육성, 민관협력 등을 통해 오피스시장을 더욱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부동산114 대표서울대 경제학 박사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