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냐, 상속이냐

모라면 누구나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며, 부모가 모은 재산의 일부를 자녀에게 나누어 주고 싶은 게 어쩌면 인지상정(人之常情)인지도 모른다.재산을 무상으로 나누어 주는 방법에는 증여(贈與)와 상속(相續)이 있다. 증여란 증여자가 어떤 재산에 대하여 수증자에 주겠노라 의사표시를 하고, 수증자가 이를 승낙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해 상속은 사망을 원인으로 법률상의 지위가 상속인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살아있을 때 재산이 무상으로 이전되면 증여에 해당되고, 돌아가시면서 재산이 무상으로 이전된다면 상속에 해당된다.그러나 세법에서는 부의 무상이전인 증여와 상속에 대하여 엄격히 법을 적용하고 있어 혹자는 자기가 벌어들인 재산에 대해서 ‘국가가 너무 재산권을 침해하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법을 어길 수 없는 노릇이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장기간 계획을 가지고 상속과 증여를 한다면 세금을 최소화시키면서 자녀들에게 일정 규모의 재산을 이전할 수 있을 것이다.다음의 두 가지 사례를 통해서 사전증여를 하지 않은 경우와 사전증여를 한 경우의 사례를 살펴보자.첫 번째 사례로 사전증여를 하지 않아서 상당한 상속세를 낸 중소기업 2세 경영인을 만난 적이 있다. 그분의 아버님은 사업을 일으키기 위하여 거의 20년 이상 자신의 모든 열정을 사업에 쏟아 부은 결과 어느 정도 안정된 사업을 영위하게 되었다.그러나 정작 자신의 기업은 안정궤도에 올려놓았지만,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못한 탓에 지천명을 겨우 넘긴 나이에 세상을 하직하게 됐다. 그 결과 배우자와 자녀들은 대부분 주식과 부동산을 상속받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주식의 가치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상속인들은 상속세를 부담하기 위하여 상속재산을 일부 처분하거나 상속재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상속세를 내야만 했다.이처럼 상속이나 증여에 대한 장기계획을 마련하지 않고 방심하고 있다가 갑자기 상속이 이루어지는 바람에 상속재산을 헐값에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속인들은 망자를 잃은 슬픔에 더해 상속세의 부담이란 고민까지 안게 되는 것이다.이런 경우에 처한 사람들이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부득이 상속재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더라도 상속개시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뒤에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이다. 6개월 이내에 상속재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를 제공했다가는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상속재산의 평가는 시가평가가 원칙이지만 시가평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보충적 평가 방법을 적용하고 있고 대부분의 부동산의 경우 시가의 70~80%를 평가하기 때문에 적게 평가된 만큼 세금부담이 줄어든다. 그런데 만약 상속개시일로부터 6개월 내에 세무서에 신고한 가격 이상으로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면 그 처분가격, 혹은 담보가격으로 다시 세금이 고지될 수 있다. 때문에 상속재산의 처분 및 담보제공은 상속개시일로부터 6개월이 지난 후에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회사를 여러 개 운영하고 있는 사업자의 경우에 어차피 자녀들에게 사업체를 물려 줄 예정이고, 지속적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이라면 미리미리 자녀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 번째 사례처럼 회사가 크게 성장하였거나 회사가 상당한 이익을 낸 후에 상속을 받게 되면 주식 수가 증가하였거나 주식의 가치가 상당히 증가되었기 때문에 상속재산 가액이 늘어나서 그만큼 상속세 부담도 커지게 마련이다.따라서, 법인을 설립할 때나 사업 초기에 증여의 공제범위를 잘 활용하여 자녀나 배우자에게 주식을 증여한다면 사업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됨은 물론, 추후에 큰 세금 부담 없이 사업을 물려줄 수 있다.두 번째 사례는 사전증여를 한 경우로 모 은행의 PB센터에서 세무상담한 내용이다. 타 지점의 PB가 모시고 온 60대 초반의 그 분은 P지역의 보상으로 수십억 원을 받았다. 보상에 따른 양도소득세가 궁금하여 PB센터에 방문한 것이다.결론적으로 그 분은 수십억 원을 보상받았지만,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이유인즉, P지역이 개발된다는 이야기는 9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고, 그 분의 아버님은 90년대 초에 벌써 자녀에게 증여하여, 10년이 지난 후에 보상받았다. 그 동안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는 거의 변동이 없었고, 그 곳에서 8년 이상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양도와 관련하여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은 것이다.사전증여를 통한 세테크에서 키포인트는 증여재산 공제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증여세법에서는 배우자 간 증여할 경우에 6억 원을, 직계존비속에게 증여할 경우에는 3000만 원(미성년자가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는 경우 1500만 원), 기타 친족에게 증여할 경우에는 500만 원을 공제한다. 증여재산공제는 10년 이내에 증여받은 재산가액의 합계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사전증여를 통한 세테크를 할 경우에도 적어도 10년 단위로 증여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위 첫 번째 사례에서는 1세 경영인이 20년 이상 사업을 하였으므로, 10년이라는 주기를 두 번 맞이하게 되고, 이 시기에 배우자증여와 직계존비속에게 면세점에서 증여하였다면 상속세 부담이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또한, 피상속인이 상속인들이 부담할 상속세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일정 규모의 금융상품에 투자를 해놓았더라면 상속인들은 상속받은 재산을 처분하거나 상속받은 재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상속세를 내는 불상사는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보험상품을 이용하여 상속세재원을 마련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또 사망하기 전 10년 이내에 피상속인이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증여의 효과가 없으므로 사망 직전에는 되도록 증여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결론적으로, 재산을 생전에 증여할 것인가, 아니면 사망 후에 상속시킬 것인가의 의사결정은 단순히 하나의 기준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재산을 주는 자와 받는 자의 나이·건강상태·재산의 종류 및 금액 및 재산을 받는 자의 수와 구성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향후 재산 가치의 변화 가능성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분명한 것은 재산의 무상이전에 대한 세금계획은 가능한 한 빨리(적어도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이루어지는 것이 좋고, 그 분야의 유능한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노력과 투자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이다.김미라 ucs에셋컨설팅 대표세무사ucstax@ucs-tax.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