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의 펀드 관리전략

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깊은 손실에 빠진 펀드를 환매하거나 다른 펀드로 교체하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2007년 말 고점에 뒤늦게 펀드에 뛰어들었다가 최근까지 큰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후회의 한숨을 쉬며 빠져 나오려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손실 폭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데다 시장불안이 계속됨에 따라 ‘지금이라도 빠져 나오는 것이 낫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 투자자금을 써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함부로 환매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펀드는 주식종목과 달리 장기적인 수익을 기대하는 금융상품이라는 점에서 시장상황에 따라 사고 파는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시장상황에 따른 펀드 갈아타기나 환매가 얼마나 위험한 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수 없이 많다. 실례로 2007년 초만 해도 요즘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당시 많은 투자자들이 과거 경험만으로 시장을 판단해 코스피 지수가 1400을 넘어서자 적극적으로 주식펀드를 환매했다. 그 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지수까지 상승하자 ‘일단 수익을 확정하고 보자’는 욕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조정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아쉬운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처럼 시장상황에 따라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자칫 후회하기 쉽다. 주가가 떨어질 것 같다고 환매하거나 주가가 오를 것 같다고 주식펀드로 자금을 옮겼다가는 예상과 달리 엇박자가 나기가 쉽다.펀드 환매를 고민하기 앞서 펀드와 주식 종목의 다른 점부터 우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주식 종목은 수익률이 주가와 연관된 단 하나의 실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쌀 때 사고 비쌀 때 파는 방식으로 투자하며 이 때문에 주가가 떨어지는 장에서는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지거나 투매가 이뤄지기 쉽다. 이에 반해 펀드는 투자 전략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 여러 투자 자산으로 이뤄진 포트폴리오다. 포트폴리오의 장점은 분산 투자에 있다. 포트폴리오 내 몇몇 종목의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자산에 의해 가격 하락이 상쇄돼 포트폴리오의 자산가치가 덜 하락하거나 오히려 오르기도 한다. 결국 펀드는 주식 종목 투자처럼 시장상황에 따라 사거나 파는 것이 유용한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그렇다면 펀드 환매는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할까? 근본적으로 펀드의 환매시기를 따지려고 하는 것은 투자의 목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비나 노후 준비와 같이 투자목표가 확실하다면 자금이 필요한 시기가 됐을 때 환매하면 된다. 즉 시장상황에 따라 환매를 결정하기 보다는 자신의 투자목표가 달성됐거나 변경됐을 때 환매를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그렇다면 투자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한 펀드에 계속 투자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펀드 투자의 목적은 특정 펀드나 운용사에 대한 투자자의 충성도를 실험해 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투자자의 자산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투자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경우 펀드 교체를 고려할 수 있다. 첫째 펀드의 수탁고가 급격하게 감소할 때다. 수탁고가 줄고 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펀드에서 자금을 빼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 판매사에 문의해 수탁고 감소의 이유를 따져보고 다른 펀드로 옮기는 것을 고려한다. 둘째 펀드매니저나 운용사 대표가 자주 변경될 경우 역시 펀드 변경을 검토한다. 펀드에 투자한다는 것은 다소 거창하게 말하자면 투자목표에 맞는 수익을 기대하면서 펀드매니저나 운용사의 전문성과 투자철학에 자금을 투입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펀드매니저나 운용사 대표가 자주 바뀌면 펀드의 운용전략이나 철학, 운용 구조 등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셋째 펀드가 장기간 저조한 성과에 머물고 있다면 이 역시 펀드 교체를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펀드인데 코스피 지수보다 장기간 낮은 성과를 보인다면 다른 주식펀드로 옮길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다소 모호한 면이 없지 않다. ‘저조한 성과’에 대한 정의가 투자자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1년 이내 펀드의 수익률이 낮다면 펀드환매가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순 없다. 단지 펀드가 단기적인 시장 변동을 거치고 있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년 이상 저조하다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펀드 교체를 검토할 수 있다. 이때는 펀드 수익률을 적절한 벤치마크나 유사한 펀드의 수익률과 비교해 보면 된다. 벤치마크란 펀드 평가의 잣대로서 주식펀드의 경우 코스피 지수 등이 있다. 펀드의 투자설명서를 보면 벤치마크를 확인할 수 있다.이 밖에도 미리 정한 포트폴리오가 변경됐을 경우 펀드 환매를 검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가 상승으로 주식펀드의 비중이 처음 투자를 시작했던 것보다 늘어났다면 이를 환매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어든 채권펀드나 MMF로 옮겨 놓는 식이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져 주식펀드의 비중이 줄었다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늘어난 채권펀드나 MMF에서 늘어난 부분만큼 환매해 주식펀드에 채우기도 한다. 이렇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을 ‘포뮬러 플랜’이라고 하는데 이는 주가가 오를 때 이익의 일부분을 현금으로 환매해 수익을 확보하고 주가가 떨어졌을 때에는 오히려 투자를 늘려 적립식 투자 효과를 극대화 해가는 방법이다. 결국 포뮬러 플랜은 소극적인 위험관리 전략이 아니라 위험 감소를 통해 투자수익을 제고하려는 적극적인 전략인 셈이다.다만 이 방법은 장기간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상당한 금액을 환매해나가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률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장기간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에도 계속 투자자금을 늘려나가게 되므로 손실이 증가될 수 있다. 따라서 포뮬러 플랜은 증권 가격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경우 가장 효과적이다. 만약 증권 가격이 장기간 하락하거나 상승하게 되면 투자수익률이 악화될 수 있다.펀드를 환매하기로 했다면 한꺼번에 펀드를 환매하기보다는 적립식으로 나눠서 하는 분할 환매 방법이 바람직하다. 이는 만기가 다가올수록 투자자금을 부분적으로 환매해 이미 달성한 이익을 확보해나가는 방법이다. 가령 10년간의 투자기간을 설정할 경우 7년쯤부터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투자자금 중 일부분을 환매하는 방법이다.끝으로 적립식 펀드 투자를 중단할 때 역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향후 반등하는 시점을 보고 다시 투자할 계획으로 일단 적립식 투자를 중단한다. 물론 주가 하락에 따른 자연스러운 대응이다. 하지만 이는 결코 효율적인 투자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쌀 때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수익률을 낮출 수도 있다. 적립식 펀드 투자는 애초 주가의 향방을 예측하지 않고 꾸준히 투자함으로써 쌀 때 더 많이 사고 비쌀 때 더 적게 사서 장기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올리기 위한 투자전략이다. 사실 반등하는 시점에 투자를 다시 시작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는 최저점보다는 어느 정도 반등한 다음에야 투자를 검토하게 된다. 하지만 “더 낮은 가격에서 투자했어야 했는데…”하고 후회하면서 다시 가격이 하락하기를 기다린다. 그러다 결국 시간이 흘러 고점에 이르러 투자를 시작한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이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 투자자에게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행태로 이는 ‘욕심과 공포’라는 투자자의 고유한 특성과 연유돼 있다. 냉철하게 ‘욕심과 공포’를 이길 수 있는 ‘프로 투자자’가 아니라면 애초부터 시장 예측에 따른 투자 전략에서 벗어나 꾸준하게 적립식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투자법이다.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