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도, 부동산 가격도 대책 없이 빠지기만 하는 이 ‘위기의 시대’에 돈을 벌 수 있는 상품이 있다면 그야말로 ‘기쁨 두 배’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금이 그랬다. 금의 부상(浮上)은 일찍이 ‘월가의 인디애나 존스’ 짐 로저스가 지난 2004년 발간한 그의 책 ‘상품시장에 투자하라’에서 예견한 그대로였다. 그는 이렇게 썼다. “나는 미국이나 세계 경제 전체가 앞으로 10년 안에 경제위기를 맞으리라고 장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세계가 갑자기 패닉에 빠질 수도 있다. 그 때에 금은 절망 속에서 유일한 구원자가 될 것이다.”그의 말처럼 언제나 나쁜 뉴스에 그 값이 오르곤 하는 금은 지금 같은 위기의 순간에 유난히 반짝거린다. 씨티와 같은 초거대 은행들도 유동성 부족과 부실자산으로 신음하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금은 내 돈을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가장 믿음직스러운 투자수단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금에는 물가상승과 함께 그 값이 오름으로써 자연스럽게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금값 강세의 또 다른 배경이다.그러나 과거의 경험을 보면 위기를 극복하고 경기가 다시 살아났을 때 금값은 번번이 날개를 잃고 추락하곤 했다. 21세기에 들어서며 닷컴 거품이 붕괴되고 이어 9·11테러가 터졌을 때 금은 한동안 각광을 받았지만 세계 경제가 다시 좋아지며 조정에 들어간 것이 가장 최근의 경험이다. 이보다 앞선 지난 1979년에는 제2차 석유 파동과 뒤이은 세계적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1980년 1월 온스당 850달러를 넘어 역사상 최고 가격까지 치솟았지만 그 후 27년 동안 단 한 번도 그 가격을 회복하지 못했다.공급과 수요 측면에서의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세계에서 가장 금 소비가 많은 중국과 인도의 경제발전, 산업용과 치과용 수요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광산의 발견으로 매년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더욱이 다른 대부분의 광물이 한 번 사용하면 재고가 소진돼 버리는 것과는 달리 금은 어떤 형태로든 지구상에 남아 있다. 이 때문에 금 투자에서 전과 같은 재미를 보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그렇다면 지난 수개월 금이 차지해 왔던 왕좌를 이어갈 투자수단에는 어떤 상품이 있을까? 이와 관련,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금융시장의 흐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동유럽을 비롯한 몇몇 신흥시장의 불안과 미국 자동차산업의 붕괴 우려, 대형 상업은행의 국유화 가능성으로 시장은 여전히 부침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 충격의 강도는 작년 하반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외평채 스프레드의 완만한 하향 안정과 회사채 수익률의 속락도 긍정적이다. 각종 악재에 대한 시장의 내성도 한층 커졌다.물론 세계경제는 지금 최악의 금융위기에 이은 ‘실물경기의 침체’라는 불안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더러 희미한 빛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 끝을 가늠하기는 아직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지긋지긋한 터널도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포츠 스타로 추앙을 받고 있는 웨인 그레츠키(아이스하키 선수)의 말처럼 ‘퍽(하키 공)이 머물렀던 곳’이 아니라 ‘퍽이 향할 곳’은 어디일까. 이런 관점에서 지금은 수많은 전사(戰士)들의 목숨을 앗아간(혹은 앗아갈) 혹한기를 이겨낼 수 있는 우량기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다. 살아남기 위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 이들 기업의 주식과 회사채, 외화표시채권, 나아가 그 파생상품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하나은행 목동역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