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 하반기의 국고채 쏠림 현상이 올 들어 은행채 카드채에 이어 우량 회사채로까지 옮겨가는 등 발 빠른 투자자들은 채권을 통해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펀드에서 손실이 났거나 시중은행의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안전성 선호성향의 일반투자자들이 채권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는 추세입니다.”노평식 동양종합금융증권 FICC 트레이딩 팀장은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와 주식시장 부진이 채권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 팀장은 전통적으로 채권부문에 강한 동양종금증권에서 12년째 채권운용을 담당해온 베테랑이다. 그는 “주식 활황기에는 ‘밥값 못 한다’는 얘기를 듣고 지냈는데 최근에는 모처럼 어깨에 힘을 주고 있다”며 “무엇보다 개인들의 채권투자가 늘고 있는 점이 과거 기관중심의 채권투자 문화와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금까지 동양종금증권의 일선 창구를 통해 판매된 8조 원의 채권 가운데 절반가량이 개인비중일 정도다. 채권 판매 수수료도 크게 늘어 지난해 월 7억∼8억 원에서 올 들어서는 40억 원 수준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노 팀장은 “연 3%대의 은행금리, 불안한 국내외 주식시장 등을 고려할 때 현재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대안처가 채권시장인 셈”이라며 “자금계획을 미리 세워두고 일정 자산을 우량 회사채 등에 투자한다면 현 시점에서도 충분히 매력이 있는 상품”이라고 강조했다.“인기 채권의 경우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12월에 발행한 SK네트웍스 2년물의 경우 금리가 연 9.2%에 달해 물량이 부족할 정도였다. 일부 고객은 나중에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냐’며 항의까지 했다. 주식에 비해 유동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최근 거래되는 회사채의 경우 등급이 안정적이라 증권사가 되사주기도 할 뿐 아니라 곧바로 중개가 가능해 환매에 문제가 없다. 회사채 투자 시에는 개인적 판단보다는 해당 증권사 문의를 거쳐 투자를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과거 기관 중심의 채권투자 문화에 익숙해서일 것이다. 채권투자가 주식투자보다 오히려 쉽다. 시중은행에서 계좌 트는 것과 동일하다. CMA계좌나 기존 증권계좌에서 언제든 매입이 가능하다. 1만 원 단위부터 살 수 있어 부담도 없다. 예를 들어 만기가 1년4개월 남은 산은캐피탈(신용등급 A+)회사채 현재 금리가 5.38%인 경우 이는 1년4개월짜리 은행적금과 같은 개념이다. 물론 회사채라서 디폴트 리스크가 있지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1년4개월 내에 파산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를 1년짜리 시중은행 예금금리 연 3.5%와 비교하면 어느 쪽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겠는가.”“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채권형 펀드가 낫지만 투자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년 이상의 장기투자자라면 채권형 펀드가 낫다. 하지만 1년 미만의 경우 현재 시장상황에서는 직접 투자가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지난해 채권형 펀드가 기대에 못 미친 이유도 투자자들의 사이클이 3∼6개월로 극히 짧았기 때문이다. 현재 간접투자를 고민하는 투자자라면 우량 회사채 펀드의 매력이 높다.”“시중 유동성 위기가 완화되자 대기업 계열사에서 집중적으로 채권발행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장 자금수요가 발생해서라기보다는 향후 경기위축에 대비한 자금 확보 성격이 짙다. 현재 A등급까지는 회사채 형태로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할 정도로 유동성 위기가 다소 완화됐으나 여전히 양극화가 심하다. B등급은 대기업 계열사라도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 BW(신주인수권부사채)로 조달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의 회사채 조달이 연초에 몰린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우량 회사채 발행물량은 줄어들 것이다.”“자본확충펀드 등 정부의 적극개입 효과로 채권시장이 지난해 연말에 비해 크게 안정됐다. 투자자들이 은행채 카드채에서 일반 회사채로 눈을 돌리는 이유도 금리가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회사채 가운데 A제로 등급은 비교적 안정적이며 A마이너스 등급도 은행 지주사 계열사나 대기업 계열사는 유망하다. 단 BBB의 경우 8.5%의 높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아직 위험한 단계로 보고 있다.”“30조 원을 채권으로 조달할 경우 이르면 5월부터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것이다. 이 경우 연말까지 매월 4조 원 상당의 물량이 추가로 흘러나오는데 이를 기존 월 6조 원 규모와 합산하면 월 국채물량이 10조 원에 달한다. 이는 민간투자가 위축되는 구축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다만 현재 125조 원에 달하는 MMF 설정액이 국채물량을 소화해줄 경우 부담은 다소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그동안 원천징수 관행으로 한국 채권에 대한 기피현상이 있었으나 이런 분위기가 크게 나아지고 있다.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는 대형 외국계 IB(투자은행) 등의 문의가 크게 늘고 있다. 실제 2월 중 외국계가 한달간 1조8000억 원 규모의 현물을 순매수한데 이어 3월 들어서도 9800억 원가량을 사들이는 등 매수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 중심의 장기물 매수설까지 돌며 최근에는 장기물도 강세를 연출하기도 했다.”“후발 증권사들의 회사채 시장 진입에는 상당한 장벽이 있다. 회사채를 분석할 수 있는 리서치능력과 이를 다시 검증하는 리스크관리조직, 상품별로 수익률을 평가하는 프로그램 등 기본적인 인프라와 함께 노하우도 갖춰야 한다. 후발주자들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동양종금 채권팀장고려대 무역학과동양종금증권 금융상품 기획팀동양종금증권 금융상품 운용팀장글 김형호·사진 이승재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