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 속 ‘나홀로 善戰’

국 증시가 올 들어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나홀로 질주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우리 증시의 코스피지수격인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올 들어 3월 9일까지 16%가 넘게 올랐다.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와 일본 닛케이지수가 각각 24%,20% 하락했다. 특히 같은 중국 증시로 여겨지는 홍콩H지수는 올 들어 13% 가까이 주저앉으며 중국 상하이 증시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홍콩H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대부분 금융회사이기 때문이다. 작년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금융주들의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건설·정보기술(IT) 등 제조업체들이 상장된 중국 상하이 증시는 선전하고 있는 반면, 홍콩H증시는 반대로 달리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다.문제는 국내에 출시된 중국펀드의 대부분이 홍콩H증시에 상장된 종목을 편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펀드·증권정보 제공업체인 Fn가이드에 따르면 공모로 국내에 출시된 설정액 10억 원 이상의 중국펀드 105개 가운데 3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홍콩H증시에 투자하고 있다.당연히 기존 중국펀드들의 수익률이 좋을 리가 없다. 지난 10일 기준 중국펀드의 1년간 평균 수익률은 -47.90%를 기록 중이다. 1년 전 1000만 원을 거치식으로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의 금액이 이날 기준으로 500만 원밖에 남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이 같은 수익률은 러시아와 인도 증시 폭락의 영향을 받고 있는 브릭스펀드의 같은 기간 수익률(-46.27%)보다 더 낮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중국 상하이증시에 투자하는 본토펀드들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중국 본토 증시와 역행하는 중국펀드의 수익률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들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중국 정부는 중국 내 주식 거래 시장인 상하이와 선전증시를 각각 A, B로 나눠 A증시는 내국인 전용 투자 시장으로, B증시는 외국인 전용 투자 시장으로 구분하고 있다. 외국인과 외국계 기관이 상하이A증시에 투자하기 위해선 중국 정부로부터 해외적격기관투자가자격(QFII)를 받아야 한다. 그동안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중국 본토 펀드를 내놓지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하지만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푸르덴셜자산운용의 본사가 중국 정부로부터 QFII을 받아 작년 국내에 중국 본토 펀드인 ‘푸르덴셜중국본토주식’을 내놨다. 이에 앞서 2007년엔 다른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PCA투신운용이 ‘PCAChinaDragonAShare주식’을 출시했다.올 들어서는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중국 본토 펀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 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래에셋ChinaAShare주식형자1’를 출시했고, 삼성투신운용도 같은 달 23일 중국 상하이와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A주식에 투자하는 ‘삼성차이나2.0본토’를 출시하고 삼성증권을 통해 판매에 들어갔다. 주식형과 혼합형 두 종류로 나온 이 펀드의 운용은 삼성투신의 홍콩 법인에서 직접 맡는다. 삼성투신은 지난해 11월7일 1억5000만 달러 한도 내에서 상하이증시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자격을 중국정부로부터 획득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작년 9월2일 1억5000만 달러의 투자 한도를 승인 받았다. 최근 중국 정부로부터 QFII를 받은 한화투신운용도 4월께 중국 본토펀드를 내놓을 계획이다.중국 본토 펀드의 수익률은 기존 중국 펀드를 크게 웃돌고 있다. 중국 본토 펀드 가운데 설정된 지 1년이 지난 ‘PCAChina DragonAShare주식’의 1년 수익률은 -6.73%(1820억원이 팔린 클래스A 기준)이다. 글로벌 증시 급락세 속에서도 대단히 선방하고 있는 것이다.올 들어 수익률은 모두 두 자릿수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운용에 들어가지 않은 ‘삼성차이나2.0본토’나 지난달 설정된 ‘미래에셋ChinaAShare주식형자1’를 제외하면 올 들어 ‘푸르덴셜중국본토주식자’는 16% 이상, ‘PCAChinaDragonAShare주식’은 35%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특히 이 펀드는 증시가 한창 고점을 향해 달려갈 때인 2007년 5월에 설정됐는데도 불구하고 설정 후 수익률이 약 17%에 달해 이 펀드가 나오고 바로 가입한 투자자는 글로벌 자산가치 감소시대에 수익을 낸 몇 안 되는 투자자가 될 수 있었다.이처럼 중국 본토 펀드들이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물론 중국 증시가 선방하고 있어서다. 중국 정부는 최근 4조 위안(한화 900조 원)가량을 내수 진작과 경기 부양에 쓴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미국 일본 영국 한국 등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지만, 중국의 경제성장률만 유일하게 플러스로 예상되는 것도 호재다. 중국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8%로 잡고 있고, 시장에서는 이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플러스권은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 내수 부양을 호재로 삼은 중국 제조업체들이 앞으로도 더욱 좋아질 수밖에 없다.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 등에서 빠진 글로벌 자금이 중국 증시로 잇따라 향하고 있다. 전 세계 펀드동향 정보를 제공하는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중국 증시 비중이 15.3%로 가장 높은 GEM펀드는 올 들어 이달 6일까지 12억8700만 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이 펀드에 모인 자금이 투자되는 시장 중 인도와 러시아는 최근 시장이 크게 악화되며 자금이 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GEM펀드로 유입된 자금의 대부분이 중국에 투자됐다는 분석이다.반면 작년 101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던 미국 투자 펀드는 올 들어서 두 달여간 무려 374억 달러의 자금이 빠져 나갔고,작년 86억 달러의 자금이 이탈했던 일본 투자 펀드들의 자금도 올 들어 20억 달러가량 유출세를 지속 중이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작년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 투자하는 펀드보다 GEM펀드의 자금 유출이 심각했지만, 올 들어서는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여기에 세계적인 전문가들도 중국에 기대를 품고 있다고 잇따라 밝히고 있다. ‘상품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짐 로저스는 최근 “경기 침체 국면에서 중국 정부만이 유일하게 가장 잘 대처하고 있어 미국보다 중국 경제의 회복 속도가 훨씬 빠를 것”이라며 중국 증시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강조하고 나섰다.영국계 은행인 HSBC(홍콩상하이뱅크)는 지난 9일 12개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1분기 지역별 주식 투자 비중 전망을 물은 결과 67%가 중화권에 대한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답을 내놨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이 포함된 북미와 유럽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각각 33%와 22%로 투자를 줄이겠다는 응답률과 같은 비중이었다. 일본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11%로 축소하겠다는 답변의 3분의 1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이처럼 중국 본토 펀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환헤지를 하지 않는 상품이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미래에셋ChinaAShare주식형자1’ 가운데 환헤지를 하지 않는다는 표시인 ‘UH’ 클래스는 설정 후 벌써 10%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환헤지를 한 상품의 수익률은 1%에 그치고 있는 것과 큰 대조를 보이고 있다. ‘푸르덴셜중국본토주식자’의 경우도 환헤지를 하지 않는 클래스는 작년 12월29일 설정 후 반년도 안 된 사이 80% 안팎의 수익률로 모두 환매돼 가입자들에게 수익을 지급하고 폐쇄했다.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