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년 들어서도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원·달러 환율은 지난 3월 5일 현재 달러당 1,568.0원을 기록하였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금년 들어서만 20.4%나 하락한 것이다. 이는 동 기간 중 국가채무불이행 우려가 심화되었던 헝가리(-25.2%), 폴란드(-21.7%)보다는 소폭 낮은 수준이나, 러시아(-18.1%), 체코(-14.0) 등 디폴트 우려 가능성이 같이 제기되었던 국가들보다 높은 수준이다.하지만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원화가치 급락은 과한 측면이 있다. 우선 국내경제의 실물경기 침체 강도는 선진국 및 이머징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적인 수준이다. 둘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절대금리 수준은 많이 낮아졌지만,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금리인하로 대내외 금리차 지속 및 이에 따른 재정거래 유인도 지속되고 있다. 셋째, 우리 나라의 단기외채 대비 외환보유액 수준도 2008년 말 현재 58.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그러면, 원화가치가 다른 이머징국가의 통화에 비해 유달리 달러화에 대해 큰 폭의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원화가치가 이머징통화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외환위기 재현 가능성 및 국내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하지만 1)지난해 외국인 주식 및 채권 투자자자금 순유출 확대가 국내 펀더멘털의 약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충격에서 시작되었다는 점, 2)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차입금에 대한 순상환 확대도 금융위기 여파로 글로벌 금융기관의 디레버리징이 심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 3)외환위기 상황과 비교하였을 때 단기외채 대비 외환보유액 수준이 크게 하락하였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화가치가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낸 것은 국내경제의 펀더멘털 약화를 반영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국내 자본자유화 및 자본시장 개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을 고려할 때, 외국인의 입장에서 투자자금의 회수가 가장 용이한 우리 나라에 대한 투자자금을 집중적으로 회수한 상대적으로 원화가치의 큰 폭의 하락세를 유발한 것으로 풀이된다.그렇다면, 향후 원·달러 환율은 어떤 흐름을 전개할 것이고, 이와 같은 움직임을 결정하는 요인들은 무엇일까?환율 결정요인은 크게 대외적 요인과 한국 내부적 요인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우선 대외적 측면에서 볼 때, 미 달러화 가치는 글로벌 금융불안 심화로 2008년 하반기 이후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미 달러화 가치의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글로벌 금융불안 및 디레버리징 지속으로 2009년 중 미 달러화 가치 급락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글로벌 금융불안 해소 지연 및 이로 인한 달러화 강세 지속은 원·달러 환율이 상당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이제 환율에 영향을 주는 한국 내부적 요인, 즉 자본수지와 경상수지 등 외화자금 수급요인을 살펴보도록 하자.경제 원론으로 돌아가서 환율은 기본적으로 외화자금시장의 수급에 의해 결정이 된다. 사후적으로 외화자금시장의 수급상황은 국제수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즉 경상수지와 자본수지 합계의 증감이 준비자산(외환보유액)의 증감으로 나타나고, 이는 다시 환율로 반영되어 나오는 것이다.그렇다면 2009년 중 외화자금 수급흐름은 어떤 모습을 나타낼까?우선 달러화 공급측면에서 2009년 중 경상수지는 수출급랭에도 불구하고 유가급락, 수입수요 둔화 등으로 큰 폭의 불황형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통화스와프를 통해 단기 달러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화 공급은 2008년보다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시간이 지날수록 달러화 공급사정은 개선될 전망이다.달러화 수요측면에서 볼 때, 자본수지 순유출 규모도 하반기 이후 점진적으로 축소되면서 달러화에 대한 초과수요현상도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물론, 2008년 4분기 이후 큰 폭의 자본유출을 주도했던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차입금 순상환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감 해소 지연으로 2009년에도 상당 기간 동안 순유출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내은행의 외화차입금 만기구조가 상반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상반기 중 국내금융기관의 해외차입금 순상환 지속이 불가피할 것이다.하지만 지난해 10~11월 중 40% 미만이었던 국내은행의 외화차입금 차환율은 금년 1월 중 86%로 크게 상승하였다. 또한, 동유럽 외환위기 가능성, 시티은행 국유화 우려, 국내은행의 외화표시 후순위채권 콜옵션 미행사 등으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졌던 지난 2월 중에도 차환율이 90%를 기록하였다. 따라서 국내은행의 해외차입금 순상환 규모도 하반기로 갈수록 축소되면서 달러화에 대한 초과수요는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이상의 외화자금 수급측면을 종합해 볼 때, 1)2008년 4분기 들어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된 데다 2009년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 2)통화스와프 등에 따른 단기 외화유동성이 확보(최대 1,120억 달러, 09.1.20일까지 163.5억 달러 사용)되었다는 점, 3)외환보유액 규모가 2000억 달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단기외채 만기의 상반기 집중 등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압력은 지속될 것이나, 2008년 4분기와 같은 환율 급등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마지막으로 경기 및 내외금리차, 즉 경제 펀더멘털 측면에서 볼 때, 2009년 중 환율상승 압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상반기 중 실물경기의 가파른 하강세는 이미 시장에 반영된 상태로써, 경제관련 지표 악화에 따른 환율상승압력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실물경기 흐름은 상반기 중 경기침체 심화는 불가피하나, 정책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경우 하반기 이후 실물경기 침체 강도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원·달러환율의 완만한 하락을 유도하면서 원화가치 흐름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결론적으로 2009년 상반기 중 원·달러환율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감 지속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하반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사정도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 2)경상수지 흑자전환, 국내은행 해외차입금 만기불일치 개선 등으로 외화자금시장의 수급불안도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하반기 이후에는 원·달러환율의 하락압력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이은미 현대증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