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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동차의 신형 에쿠스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프로젝트명 VI로 알려진 에쿠스 신차는 애초 예정보다 출시를 5개월 미루면서 자동차 마니아들의 관심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관심의 초점은 과연 세계적 명차와 경쟁할 만큼 뛰어난 상품성을 갖추고 있느냐 여부다.첫 인상은 보수적이지만, 일단 현대차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지난해 제네시스 출시 때는 ‘무난함’과 ‘익숙함’이 느껴졌지만, 에쿠스는 해외 어느 메이커와도 닮지 않은 개성을 보여준다. 눈에 익을수록 멋있어 보이는 것이 현대차의 특징이라 디자인이 ‘잘 됐다, 못 됐다’는 시간이 지나야 판단할 수 있을 듯하다.자동차의 인상을 결정하는 헤드램프는 눈을 치켜 뜬 매의 형상이지만, BMW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가장 독특한 것은 뒷문부터 트렁크까지 이어지는 캐릭터라인. 이미 그랜저(TG)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힙(hip) 라인을 과감하게 살렸다. 현대차만의 장기인 곡선을 응용한 사이드 캐릭터라인은 지난해 출시된 아우디A5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차체는 기존 에쿠스보다 커졌다. 전장이 30mm, 전폭이 30mm 늘어났고, 축거(앞뒤 타이어 중심 사이의 거리)는 205mm가 늘어나 다리를 쭉 뻗을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차체는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휠의 과도하게 번쩍이는 크롬이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만 이는 ‘금딱지’ 롤렉스시계가 젊은이들에게는 촌스러울 수 있지만, 어르신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인 것과 마찬가지로 고객층의 눈높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실내 인테리어는 아쉬움을 남긴다. 벤츠나 BMW처럼 카리스마가 있지도 않고, 렉서스처럼 정교해 보이지도 않는다. 리얼 우드를 강조한 트림이 과하게 쓰였는데,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다. 쇼퍼드리븐 카(오너드라이버용 카와 달리 운전기사가 따로 모는 차)에 걸맞게 뒷좌석 오른쪽은 각종 편의장치로 넘쳐난다. 조수석은 최대한 숙여져 뒷좌석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팔걸이 부분에는 각종 조절버튼이 집중됐다. 시트의 각도를 버튼으로 조절할 수 있고, 발받침대도 펼 수 있다. 마사지 기능도 추가됐다. 자동으로 문을 닫아주는 ‘파워도어래치’나 전동 커튼을 비롯한 편의사양들은 이미 쌍용차 체어맨W에서 선보인 것을 뒤늦게 현대차가 도입한 것으로, 새로울 것은 없지만 높아진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기에는 충분하다.주행 성능은 뭐라 꼬집을 수 없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올림픽 금메달은 못 따도 결승에 진출할 만큼의 기량을 현대차도 갖추고 있다고 설명해야 할 듯하다. 출시에 앞서 벤츠와 렉서스와 비교 시승을 한 것을 보면, 세계적인 명차에 뒤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에쿠스의 승차감은 의외로 엔진소음이 좀 있는 벤츠와 완전무결한 정숙함을 보여주는 렉서스의 중간 정도다. 가속 때의 맹렬함과 정속 주행 때의 정숙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미국 자동차전문지 워즈오토(Wardsauto)의 ‘2009년 10대 최고 엔진’에 선정된 4.6리터 V8(V형 배열 8기통) 타우(τ)엔진의 힘은 거침이 없다.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시간은 6.4초. 다만 제네시스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속페달 반응에 살짝 랙(lack: 지연)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시속 80~100km 사이에서 가속력이 살짝 무뎌지는 것도 제네시스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런 부분은 자가운전자가 아닌 이상 큰 문제는 되지 않을 듯하다.그보다는 시종일관 무리 없는 정숙함과 안락함에 비중을 둬야 할 것이다. 현대차 남양연구소 고속주행로를 시속 240km로 달리는 테스트에서는 소음과 진동 수준이 저속에서와 다름이 없었다. 차제 강성, 엔진 파워, 소음 차단 기술이 세계적 수준임을 알 수 있다.차선이탈감지시스템(LDWS)과 프리세이프티벨트(PSB) 등 각종 첨단 안전기능이 들어가 있다. 방향 지시등(깜빡이)을 켜지 않고 차선을 이탈할 경우 경고음과 함께, 안전벨트가 감기면서 촉각 경고를 한다. 특히 세계 최초로 일반 차선과 노란색 중앙선을 구분할 수 있다. 일반 차선은 이탈 후 수 초 지난 뒤에 경고음이 오지만, 중앙선은 즉시 반응이 온다.caption[워즈오토(Wardsauto)의 ‘2009년 10대 최고 엔진’에 선정된 4.6리터 V8(V형 배열 8기통) 타우(τ)엔진의 힘은 거침이 없다. 최고출력 366마력, 최대토크 44.8(kg·m/3500rpm)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시간은 6.4초.]>계기판은 TFT-LCD를 채용해 컬러풀한 그래픽이 가능하다. 휴대전화 액정화면이 흑백에서 컬러 시대로 넘어설 때와 비슷한 변화다. 또 각종 경고음은 듣기 좋은 시그널 음향을 사용해 전반적으로 감성적인 느낌을 주도록 했다. 이런 부분들은 마치 삼성전자의 햅틱폰을 연상시키는데, 한국의 발달된 IT 기술을 차량에 먼저 접목시키려는 시도는 칭찬해 줄 만하다.새로운 에쿠스는 기초 체력·기술면에서는 국내 자동차 기술의 한 단계 진보를 보여주고 있다. 세기(細技: 미세한 기술)를 좀 더 다듬고, 주행데이터를 더 축적해 ECU(electrical control unit: 전자제어장치) 소프트웨어를 탄탄하게 다듬는다면 세계적 ‘명차’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에쿠스 제원(VS460)전장/전폭/전고(mm) 5160/1900/1495축거(mm) 3045배기량(cc) 4627공기저항계수(Cd) 0.290~100km/h 성능 6.4초최고출력(ps/rpm) 366/6500최대토크(kg·m/rpm) 44.8/3500공차중량(kg) 2025연비(km/l) 8.8연료탱크 용량(l) 77타이어 245/45R19(앞) 275/40R19(뒤)가격 1억520만 원(VS380 최저가 6370만 원)우종국 한경비즈니스 기자 xyz@kbizweek.com